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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19>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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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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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리그

▲ 이시훈 (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NIH에서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 외에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포츠였다. 초등학생 때는 야구에, 중학생 때는 축구에,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농구에 심취하였고 의과대학 시절엔 농구선수로 '서울 지역 8개 의대 농구대회', 서울의대와의 정기전인 '연서전', 치과대학과의 '의치전'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는데, 병원 수련 과정 중에는 좀처럼 운동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가장 먼저 시작한 운동은 축구였다. 매주 일요일에 NIH 뒷편 잔디 운동장에서 이태리 친구들이 주축으로 있는 NIH 축구팀에서 운동을 하는데, 같은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이태리 친구의 소개로 그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이태리·독일·스페인 등 유럽 친구들과 아르헨티나·페루·칠레 등 남미 친구들이 주축을 이룬 팀으로 봄·가을에는 워싱턴 지역 대학의 아마추어팀 간 토너먼트 경기가 있다고 했다. 유일한 아시아 출신으로 기량을 뽐내보고 싶었으나, 지난 수 년 동안 운동을 안 한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아마추어의 수준을 조금 벗어나는 듯한 그들의 기량과 체력을 도저히 따라 가기 힘들었고, 갑작스런 무리한 운동으로 왼쪽 장딴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응급실을 방문했고 수 주일간 재활 치료를 받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미국 의료 체계를 접해볼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한동안 보행에 지장을 받는 힘든 시기였다. 다행히 많이 회복이 되어 가벼운 운동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은 후에는 소프트볼 팀에 가입하게 되었다. 'NIH united'라는 이름의 팀으로, NIH에는 FAES(foundation for advanced education in the sciences; 고등과학교육재단)의 후원을 받는 소프트볼 리그가 있는데, 현재 12개 팀이 매주 한차례씩 경기를 갖는 리그전이 진행 중이다. 선수는 남자와 여자가 반드시 동수여야하고, 타순도 남·여가 번갈아 가는 순으로 짜야하며,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1스트라이크, 1볼에서 볼카운트를 시작하는 운영의 묘를 제외하고는 경기 규칙과 진행이 매우 전문적이다. 처음에는 다친 다리를 생각해서 몇 주간 실제 경기에 참여하진 않고 팀 운영과 경기 진행에 관련된 일을 주로 하였는데, 동네 야구 정도로 기대했던 처음 생각과는 달리 매우 철저하게 진행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전 베이스간 거리를 측정한다든지, 타자와 투수의 경기 기록을 빠짐없이 기록하여, 리그를 마친 후 개인 기록에 대한 수상자를 준비하는 등의 모습들에 한편 재미가 있었지만, 그들의 철저함은 배울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연구실 별로 동부 지구·중부 지구·서구 지구로 나누고, 리그 중간에 지구별 인터리그를 계획하는 것들도 게임에 임하는 재미를 배가하였다. 이 곳 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미국 동료들의 개인주의와 협동심, 그리고 규칙 준수에 대해 인상적으로 보아오면서 그 근원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혀온 단체 생활, 그 중에서도 규칙을 중시하는 스포츠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규율,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매너들을 익혀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가져보았다. 내과전문의·NIH visiting 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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