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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18>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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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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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your child to work day

▲ 이시훈 (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4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take your child to work day'라고 지정되어 있는데, 이 날은 직원들의 자녀들을 직장에 데리고 오는 날이다. 이 지역의 정부 기관에서 시행해 오는 행사로, 어린이들에게 부모들이 일하는 곳의 모습을 보여주고, 직업 세계에 대한 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체험 현장 수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NIH에서도 이 날을 중요시하고 며칠 전부터 대대적으로 어린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부모들의 손을 잡고 NIH의 넓은 캠퍼스 곳곳을 누비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마냥 신나 보인다. 거의 모든 수상자들이 해당되지만, NIH에서 연구했거나 NIH의 연구 지원으로 이룬 업적으로 노벨의학, 생리학상을 수상한 연구자들의 얼굴과 그들의 업적이 전시된 방문자 센터에는 마지막 빈 얼굴에 본인의 얼굴을 내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가 있는데, 모든 어린이들이 여기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미래의 과학자로서의 꿈을 마음 속에 간직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연구원들과 행정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세포 실험을 직접 수행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직접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모든 유전의 비밀이 담겨있는 DNA를 세포에서 분리, 추출하여 PCR로 증폭한 후, 젤 위에서 직접 확인하는 기본적인 분자생물학적인 실험을 수행하면서 어린이들은 생명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하고, 부모들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가 중학생인 딸과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그 친구가 한국 학생이었다. 한국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기숙 학교에서 혼자 열심히 지내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매스컴에서만 접하던 조기 유학 열기에 씁쓸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싶었던 막연한 꿈을 가진 경험이 있기에, 요즘 학생들이 부러운 마음도 있지만,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 외국 생활을 하는 데에 우려가 드는 마음도 적지 않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니 이 지역에서도 조기 유학중인 한국 학생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된다.

자녀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것은 부모들의 공통된 바램일 것이다. 정도와 표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유난히 자식 교육에 열성적인 한국, 중국, 일본의 부모들이나 이 곳 현지인 부모들에게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부모가 되어 보아야 부모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는데, 조만간 부모의 입장에 서게 되다 보니, 아이들이 다 이뻐보이고,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이고, 좋은 것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이 든다. 어린이들은 우리 나라, 더 나아가 이 세계의 새싹이고 우리의 미래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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