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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4 19:44 (수)
청담내과의원폐업

청담내과의원폐업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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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고혈압 등 내분비질환을 전문으로 지난 89년 문을 연 이곳은 매달 수천명의 환자를 진료하던 소위 '잘나가는 병원' 중에 하나였다 대부분 환자들이 수년간 장기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어서 의사, 환자간에 신뢰가 두텁고, 지역에서는 꽤 실력있는 병원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이 최근 폐업신고를 냈다.
의약분업 시행을 정확히 5개월 앞둔 1월 31일의 일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의약품실거래가 제도를 발표하자 이 병원 박원장은 이미 폐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총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약가 마진 없이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 판단 때문이었다.

"어짜피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병원 문을 닫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현재 돌보던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소개할 시간이라도 벌기 위해 일찌감치 폐업 했다"는게 박원장의 말이다.

만성질환을 주로 다루는 의원들은 박원장의 이런 사정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의약분업이 시행돼 약 마진이 없어지면 박원장 처럼 폐업 하거나 약을 덜 쓰는 다른 질환으로 전문 과목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질환 치료를 주로 하는 상당수 의원들이 의약분업 전후로 감기 등 단순 치료 중심으로 운영 방향을 바꾸거나 아예 문을 닫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의원 같은 전문 클리닉이 동네에서 사라질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의 대형병원 집중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 수년동안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 매번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종합병원을 이용 해야 한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다.
박원장이 가장 가슴아파 하는 것도 아무 죄 없는 환자들이 앞으로 겪게될 불편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도리이나 최근의 여러 변화는 그것 마저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저희에게 너무나 가혹한 것이어서 환자분들께 머리숙여 빌며 정말로 어렵게 문을 닫습니다'

병원 현관에 내걸린 폐업 안내문은 의약분업 후 의료계와 환자들이 겪게될 참담한 모습을 항변하듯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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