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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17>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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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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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훈 (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버지니아 공대 참사를 추모하며

지난 월요일,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 버지니아 공대 참사에 대해서 전해 듣고 모두들 너무 놀랐고, 이튿날 범인이 한국계 학생인 사실에 경악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에 한국과 이 곳 언론으로부터 전해지는 소식을 거의 동시에 접할 수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건이고, 한국인이 연관된 일이다 보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접하는 놀라움은 차이가 없겠지만, 그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대응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과 같은 한국인으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하면서도 이 곳에 생활 터전을 마련한 한국 교민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에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성명을 발표하고, 조문단을 구성해서 이 곳으로 파견한다는 보도에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 악화를 완화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필요하겠다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다. 과거에 9.11 테러 이후에 아랍계 사람들이 많은 곤경에 처했던 일을 떠올리며, 혹시 있을 지도 모를 한국인들에 대한 악한 감정의 집단적인 표출에 매우 신경이 쓰이고, 인터넷이나 각종 여론 매체에서 이러한 동향이 일어 나지 않을까라고 많은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것 같다.

이에 반해 실제로 이 곳 언론의 보도를 보면 총기 소지와 무장이 너무나 자유스러운 현 상황에 대해 비판하고, 한국인들이 집단적으로 죄책감을 표시하며 민족주의 색채를 강하게 나타내는 것을 오히려 우려하는 것 같다.

이러한 집단적인 민족주의의 표시가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의 실정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인 것 같다. 더구나 고국의 정부가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조문단을 파견하는 일은 일종의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도 느낄 수가 있다. 이는 가치 판단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한 우리의 민족성과,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면서 수많은 인종과 민족이 얽혀 살아가는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하는 미국의 실정과 상황에서 오는 차이에 기인한다고 생각이 된다.

범인도 일종의 피해자로 간주하고 그의 가족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시하는 모습은 매우 성숙된 시민 의식으로 인상적이었고, 우리도 항상 기적 같은 일을 이루어 왔던 우리 민족의 고유한 공동체 의식을 더욱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매우 슬픈 사건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이 곳에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더욱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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