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06:00 (금)
건강을 향한 여정에서 만난 '평생의 벗'
건강을 향한 여정에서 만난 '평생의 벗'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2.06 15:5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신곤 회원(고려의대 내분비내과 조교수)

<김신곤 회원>

이름

김신곤(39)

소속

고려의대 내분비내과 조교수

경력

1993

고려의대 졸업

 

1998

고려의대부속병원 내과 전문의 과정 수료

 

2001~2005

고대안암병원 임상강사, 임상조교수

 

2005

고려의대 내과학 박사학위 취득

 

2006~

고려의대 내분비내과 조교수

 

"실력 만점, 인기 만점, 보기 드문 모범 의사"
이범석 회원(국립재활원 척수손상재활과장)
좋은 의사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 아마 대학교수라면 학생 잘 가르치고 환자 잘 보고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김신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교수로 소문이 나있는데, 학문적인 역량 뿐만 아니라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르치는 데도 열심이지요. 예를 들면 임상 실습기간 동안 '패치아담스'란 영화를 보여주면서 실습 학생이 의사로서의 본질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토론하게 하는 것이죠. 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감동을 받기도 하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답니다.
또 지난해인가는 고대안암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설명 잘하는 의사'로 꼽혀 포상 휴가도 다녀왔지요. 환자에게 단순히 약만 처방하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진정한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설득하고 돕는 의사라는 사실을 직원들도 알게 된 거죠.
대학시절에는 운동권 학생으로 활동하더니, 이제 사회에 나와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제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더군요. 그래서 미아동에 사는 독거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돌보면서, 이분들이 병원에 왔을 때는 육체적인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답니다.
2005년 초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지역을 방문, 의료봉사활동을 벌인 김신곤 교수

 김신곤 교수는,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 벽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있는 중이다. 강북복지관과 함께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형편이 어려운 환자가 입원했을 때는 원무과로 사회복지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문제를 해결하는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일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환자의 경제적인 상황이에요.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하고 좋은 처치를 해도 환자들이 따라오지 못할 때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검사를 최소화하고 아예 제가 검사비를 빌려주거나 대신 내기도 하고. 이건 편법인데, 특진비라도 아껴 드리려고 일반 외래로 예약을 잡아 꼭꼭 챙겨 봐드리기도 합니다."

하루 100명에 육박하는 환자들을 볼 때도 '벽에 균열내기'는 여전하다.

"지금처럼 왜곡된 의료시스템에서 3분진료는 어쩔 수 없는 벽이죠. 그렇다고 질병과 검사수치만을 본다면 의사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어요. 나름대로 생각해 낸 방법이 미리 환자기록을 봐두는 겁니다. 화요일 외래면 금요일부터 차트와 검사기록을 훑어봐요. 주로 당뇨환자가 많으니까 혈당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격려해주는 선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관리가 잘 안되는 사람은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가 진료 시간을 길게 잡고 이야기를 듣죠."

<지난 달에 남편이 실직을 당했어요...시어머님이 몸져 누우셔서 간병하게 됐어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는 그들에게 앞뒤 안묻고 '앞으로 식사조절을 좀더 열심히 하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그런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니 안타깝다, 그럴수록 힘을 내서 약이라도 잘 드셔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자녀에 대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시라...> 이런게 김 교수의 모습이다.

"한번은 사업에 실패한 뒤 자포자기해서 혈당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환자가 있었어요. 아무리 식사 조절에 대해 설명해도 잘 안되기에, 가족들의 도움을 좀 구하라고 조언했죠. 그런데 알고보니 그 환자는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어 아무도 문병을 오지 않았던 거에요. 그래서 혈당을 올리지 않는 오이를 사다가 드렸어요. 제 돈을 내고 사온 거니까 공복감을 느낄 때 다른 것 대신 꼭 드시라고요. 이후엔 환자가 굉장히 의욕적으로 혈당을 조절했죠. 삶에 대한 자세도 달라졌고요."

당뇨처럼 평생 꾸준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을 주로 보는 터라, 그는 환자의 습관을 바꾸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집요하게 설득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필요하다면 회진을 돌다가도 30분씩 설명합니다. 그러다가 안되면 다시하고 또 다시하고. 내 어머니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식습관을 바꾸거나 술 담배 끊기를 어려워하는 분에게는 '나는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웰빙식이라 당뇨식을 한다'고 하거나 아버지라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식이지요. 중요한 건 진심이에요. 단순히 내가 의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친구로서 안타까워한다는 그 마음이요."

그의 이런 노력들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그는 2005년 말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설명 잘하는 의사로 꼽혔다. 그런가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습 평가에서는 여러 진료과 중 종합평가 1위, 실습 책임교수 평가 1위를 차지했다.

"쑥스럽습니다만, 학생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의학을 공부할 때는 환자와의 거리를 두되, 의학을 의술로 적용할 때는 다시 환자와 가까워져야 한다고. 그래서 학습목표를 의학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 뿐 아니라, 어떤 의사가 될 지 스스로 정리해보는 것으로 잡았어요. 예전에는 영화 '패치아담스'를 봤는데 요즘에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요."

휴~유. 저렇게 하려면 얼마나 피곤하고 지칠까 싶은 순간, 그는 자신이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 시절 의료시스템을 바꾸는 데 투신할까도 했어요. 그런데 임상의사가 된 건 환자를 진료할 때 느끼는 보람과 가치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목사님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소외된 이웃,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왔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질병 뿐 아니라 총체적인 건강을 향한 여정에서 평생의 벗이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 않나요?"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