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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 한글화 어떻게...

의학용어 한글화 어떻게...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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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1년 2월19일, 오후5시30분

○사회 : 안영수 의협 학술이사

○참석자 : ▲정인혁 의학용어실무위원회 위원장 ▲백상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연구개발실장 ▲안병헌 의학용어실무위원회 위원 ▲이성주 동아일보 의학팀장 ▲정명현 대한의학회 고시이사 ▲최용기 국립국어연구원 연구관


◇사회자=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학용어의 통일화, 표준화 및 한글화를 위해 의학용어집 발간사업을 계속사업으로 정하고, 지속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왔습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정판으로 의학용어 제4집을 출간하게 됐고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의학용어 제4집의 출판 기념회를 갖기 전에 의학용어심의실무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과 여러 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의학용어집 발간의 의의와 활용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의학용어 제4집 발간을 위한 작업이 3집이 발간된 직후인 1993년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4집의 개정 작업의 원칙 내지는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 작업하셨는지요?

◇정인혁=1992년 대한의사협회에서는 통일에 대비해 북한과 우리용어의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 남북한의학용어비교연구 소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북한 용어와 우리 용어를 비교하면서 앞으로 우리 용어도 북한 용어처럼 우리말 용어로 만드는게 어떨지 학회의 의견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대한해부학회에서 해부학 용어를 대폭 우리말로 고친 해부학 용어집이 1990년도에 나왔습니다. 그 때 의협은 의학용어 제3집에 대한 개정작업 중에 있었는데, 여기에 한글화된 해부학 용어를 많이 수용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돼 1993~1994년에 걸쳐 남북용어비교위원회에서 11개 학회와 함께 의학용어 세미나를 개최하고 북한의 우리말 용어에 대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운 우리말 용어가 좋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1994년에 의협은 의학용어위원회와 용어실무위원회를 용어위원회 하나로 통합하고, 20명의 위원을 1995년에 10명으로 줄여 의학용어실무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4집 작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제4집은 대부분 일본식 한자용어로 돼 있던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만들자는 것과, 한개념·한구조에는 될수록 하나의 용어만 써서 우리말 용어를 통일하자는 것, 두가지 큰 원칙을 갖고 만들었습니다.

◇사회자=그동안 작업 과정에 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특히 안병헌 실무위원님께서는 제4집 개정 작업에 참여하시면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이 무엇이었습니까?

◇안병헌=용어 심의와 정리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학 관련 40개 학회에 3집에 있는 12만개 용어를 배분하고, 그 용어를 다시 검토하고 각 학회로 부터 수정할 필요가 있는 용어를 수집했습니다. 이것을 기초로 실무위원회에서는 기본이 되는 6천개 단어를 정리했습니다. 그 후 40개 학회의 용어작업위원을 모시고 기본이 되는 6천개 용어를 바탕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95년부터 지금까지 진행 해 왔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실제로 우리말로 된 용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전체 학회들이 모두 다 갖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학회에서 정리해 보내온 용어를 보면, 대부분 학회가 나름대로 개정 및 수정한 흔적이 보였으나 몇몇 학회는 소흘히 했습니다. 전문 용어이면서도 일반인들이 널리 쉽게 의사 소통하기 위해서는 일반용어적인 성격을 많이 띄어야 하는데, 그것을 살리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전문용어는 우선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하고, 공용어로서 통일성이 있어야 하며 개념을 잘 유추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또 일반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쉬워야 합니다. 이런 모든 특성을 갖추는 용어를 만드는 작업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사회자=대한의사협회는 일본식 한자어와 외래어로 돼 있던 의학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한글 용어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1970년대 부터 시작했습니다. 1976년에 의학용어제정위원회를 의협 산하의 상설위원회로 두고 이 위원회의 활동으로 1977년에 의학용어집 제1집이 출간됐습니다. 그 후 계속 개정작업이 진행돼서 1983년에 제2집, 1992년에 제3집이 발간됐고, 이제 산고 끝에 제4집이 완성됐습니다. 최용기 연구관께서는 국립국어연구원의 입장에서 이 작업 과정과 용어집을 보시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용기=먼저 의협에서 이런 막중한 작업을 한 것에 대해 축하드립니다. 원래 국어연구자들이나 국어학자들이 먼저 건의하고 함께 작업했어야 하는데, 조금 소극적이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방대한 의학용어를 우리말화 하는 작업을 하신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사전에는 용어의 표준화와 우리말화, 두가지 작업이 함께 섞여 있는데, 우리말화 하는 과정에서 용어가 지나치게 풀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말에서 부사+명사, 부사+동사는 좀 어색한데, 그런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음절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 즉 3, 4개 단어가 중첩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손톱주름모세혈관이상'의 경우, 비록 전문용어라 할지라도 이것은 용어에 대한 설명이지 하나의 단어로 보기에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사전 제목 앞에 '우리말'을 붙이든지 '표준'을 붙이든지 해야 이 사전의 정확한 의미(정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 '한글용어'라는 말 보다는 '우리말 용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할 것입니다.

◇사회자=3집에서 4집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개정 차원을 넘어 대폭적인 체제의 변화, 용어의 많은 변화를 담은, 각고끝에 나온 결실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해 동아일보에서는 과학용어를 쉬운 우리말 용어로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의학용어에 관하여 정인혁 위원장과 많은 의견 교환과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성주 기자님께서는 이 용어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성주=언론 입장에서는 이번 용어집이 상당히 고맙습니다. 언론은 독자들에게 과학적인 사고를 심어줄 필요가 있는데, 이 용어집은 그런 점에서 언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신문의 판매전략 측면에서도 의학용어의 한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들은 정치면보다 건강·의학 관심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의학기사를 쉽고 재미있게 쓸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최근 제4집을 가지고 기사 작업을 해 보니, 이 사전이 상당히 완성도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 용어집의 파급 효과가 당장에 크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각 언론사와 의협이 함께 노력하면 좋은 반응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바램은 최근 들어 유전학 관련해서 신조어 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신조어가 나올 때마다 쉬운 우리말로 고치는 작업이 병행됐으면 합니다. 또 국어사전의 경우 오용례가 있는데 의학용어집에도 정확한 용법을 위한 예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용어집은 무엇보다도 의료계 내부에서의 활용가치가 높아야 할 것입니다. 용어집의 활용도와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상호=의사시험뿐아니라 모든 보건의료 관련 국가시험에서 시험 문항의 용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똑같은 구조물에 대해 대학마다 쓰는 용어가 다를 때는 큰 혼란이 생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는 대학마다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혼란을 막기 위해 국시원은 오래 전부터 의사 국가시험에 나오는 용어는 의협 용어집을 기준으로 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단지 의사시험 뿐만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 계통 시험에서도 최소한 사람 신체나 병명에 관한 것은 통일된 용어를 써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의사시험 등 모든 보건의료 관련 시험에 좀더 정선된 제4집 의학용어집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회자=이렇게 될 경우 모든 교과서나 학술 논문의 용어도 이 용어집을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 학술지의 용어도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봅니다. 또한 의사국가고시 뿐만 아니라 전문의고시에도 이 용어가 사용돼야 할 것으로 보는데, 의학회 고시이사이신 정명현 교수님은 이 점에 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정면현=전문의 고시도 의사국가고시나 국가가 주관하는 다른 보건의료인 시험과 마찬가지로 전국의 수련병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얘기할 때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용어의 통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의고시는 지금까지 의협에서 만든 용어집을 기준으로 하고,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히 돕기 위해, 영어 토를 달아 쓰고 있습니다. 의사국시처럼 전문의고시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의협이 마련한 의학용어집을 기준으로 용어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의학용어 중 상당수가 전문적인 용어인데, 그 용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달될 때는 원어가 갖는 의미가 중요할 수 있고, 또 원어의 의미를 전문가들은 누구나 다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인 국민을 위해서 의학용어를 바꾼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듭니다. 전문용어 중 상당수는 우리말로 바꿀 때 전혀 좋은 말을 찾아내기가 어렵고, 결국은 한자식 표현이 또 쓰이게 돼서, 전문가도 구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입니다. 아무튼 제4집 의학용어집이 지난 3집 보다 훨씬 많이 다듬어지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자용어가 많이 한글화돼서 고시위원회에서는 고시 출제에 가장 기본적인 용어집으로 채택해서 사용할 예정입니다.

◇사회자=용어 개선 작업은 앞으로 계속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만은 앞으로의 의학용어심의위원회가 어떤 기능을, 또한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인혁=기존의 우리나라 의학용어는 우리가 만들었다기 보다, 대부분 일본식 한자말에 우리말 토를 단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4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용어는 우리의 언어감각을 가지고 만든게 많이 있습니다. 이제 처음 우리가 이런 바탕에서 우리 용어를 다듬었기 때문에, 아직 충분하지는 않고 지속적으로 다듬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연구하고 이어나갈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위원회가 계속 유지되면서 새로운 말이 생겨날 때마다 그에 대한 우리말 용어를 만들어서 보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이 작업은 지금까지 과정에 있는 것이지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의협에서는 지속적으로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의협의 용어 제정 및 개선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최용기 연구관께서는 국립국어연구원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최용기=이 의학용어집은 저희로서는 엄두도 못낼 대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국어학자들은 뭘 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요청이 있으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저희가 먼저 의학계에 요청을 했어야 순서가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요청만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참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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