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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60조개 세포와 대화하는 의사"

"몸속 60조개 세포와 대화하는 의사"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1.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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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회원(샘안양병원장)

<박상은 회원>

이름

박상은

소속

경기 샘안양병원장

경력

1982

고려의대 졸업

 

1986

부산복음병원 내과 전공의 과정 수료

 

1989~1992

고신의대 신장내과 교수

 

1994~1995

미국 세인트루이스의대 생명윤리센터 교환 연구원

 

1996

미국 커버넌트 신학교 졸업

 

1999

한국누가회 회장, 이사장

 

2001~

샘안양병원 내과장, 진료부원장, 병원장

"다양한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이민걸 회원(연세의료원 의료선교센터)
한국누가회란 단체를 아세요? 기독의사·한의사·치과의사와 대학생들이 모인 공동체로, 의료봉사와 의료선교를 실시하고 복음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이사장이 바로 박상은 원장인데, 워낙 믿음이 좋고 활력이 넘치는 분이라 아주 적임자죠.
박 원장은 누가회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서 활동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한국에서 몇 안되는 생명윤리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죠. 최근 황우석 교수와 관련한 일들로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잖아요. 그런데 박 원장은 벌써 10년전에 생명윤리에 대해 공부했답니다.
의료선교에도 관심이 많아서 의사 선교사나 NGO에 소속된 의사들이 다쳤을 때 치료할 수 있는 선교사의료지원센터를 병원 내에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역에서 병원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 병원장으로서, 생명윤리 전문가로서, 봉사정신이 투철한 신앙인으로서 칭찬해주고 싶은 분입니다.
지난해 12월 북한 평양을 방문해 첫 신장투석을 실시한 뒤 환자를 돌보고 있는 박상은 원장.

박상은 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TV를 통해서였다. 한창 황우석 교수의 배아복제 이슈를 놓고 '윤리'와 '생명과학의 발전'이란 두 입장 팽팽히 맞서던 때였다. 당시 한 TV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선 박 원장은 "과학은 두 바퀴가 이끌고 있는데, 하나가 생명윤리이고 나머지는 생명과학이다. 윤리는 결코 과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생명과학과 함께 '생명지키기'란 공동 목표롤 향해 나아가는 과학의 동반자다"라는 논리를 폈다.

그 이후로도 신문지상에서 그의 이름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우석 교수의 연구 윤리 위반건을 취재하던 동료 기자로부터 생명윤리 전문가, 특히 생명윤리학에 대한 식견을 가진 의사가 많지 않아 소위 '멘트 따기'가 쉽지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그의 이름 석자가 뇌리에 깊숙히 박혔더랬다.

그를 실제로 만난 건 그로부터 1년반쯤 지난 뒤였다. 그동안 그에 대한 몇 가지 추가적인 사실들을 알게 됐는데, 그가 기독교 정신을 가진 탄탄한 지역 병원의 원장을 맡고 있으며 의료선교에 매우 적극적이고 환자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것들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 했다는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강의는 1년 6개월 전 TV프로그램에 섰던 그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사랑받는 세포는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의 몸은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와도 같은데, 몸속 60조개 이상의 수많은 세포들은 사실 각자 하나의 생명체라고 볼 수 있죠. 이 세포 하나하나를 사랑해주고, 하루동안 나를 위해 수고해 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면, 모든 세포들은 환호를 지르며 내게 자신을 맡기며 더욱 충성을 다짐해 옵니다. 세포와의 대화가 건강비법이죠."

다소 엉뚱하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 강의는 생명윤리에 대한 그의 신념과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신장내과 의사인 박 원장이 어떻게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을까 궁금했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이내 당연하다 싶다.

"목사셨던 아버지 아래 7남매가 있는데, 그 중 첫째와 막내는 목회자가, 둘째와 여섯째는 의사가, 셋째와 넷째는 회사원이 됐으니 반으로 접으면 겹쳐지는 가족이죠. 하하.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항상 생명을 살리는 일이 가장 보람되다고 강조하셨어요. 성직자만 생명을 살리는 건 아니라고 봐요. 고등학교 때 심장병으로 고생하셨던 어머님의 거친 숨소리를 잊을 수 없어 의사가 됐지만, 생명살리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제 삶의 나침반이에요."

생명살리는 의사, 박 원장에게도 뼈아픈 실수가 있었다. 고신의대로 막 발령을 받고 나서 김해로 파견을 나갔을 때 일이다. 치료 3주만에 간수치가 정상화된 알코올성 간염 환자를 퇴원시키면서 의사 잘 만난 줄 알라며 큰 소리를 쳤는데, 바로 그날 환자가 기분이 좋다며 술을 마신 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시신 앞에서 다시는 수치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의사는 대단한 기술을 발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섬김으로 환자에게 편안함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주일동안 변을 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손가락을 넣어 딱딱한 변을 제거하니까 물컹한 변이 쏟아져 나오면서 너무나 시원해 하시는 겁니다. 찢어진 장갑사이로 손톱 밑에 누런 때가 끼여있는 손가락이 삐죽이 나와있어도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더군요. 이런 게 의사가 할 일이다 싶더군요."

환자를 화끈하게 완치시킬 수 없기에 더욱 겸손할 수밖에 없다는 내과의사, 2~3일에 한번씩 나쁜 피를 좋은 피로 정화시키는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신장내과 의사, 생을 마감하는 환자를 곁에서 끝까지 지켜줄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박 원장. 그는 인간이 육체 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돕고(전인),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현대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을 고민하며(전의), 뱃속 수정아에서부터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한국을 넘어 세계 땅 끝까지 의술의 손길이 미칠 수 있기를(전역) 꿈꾼다.

지금도 매년 구정때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가족과 함께 인도 의료봉사를 떠나는가 하면, 병원 차원에서도 우즈벡·알바니아·인도네시아·중국·대만 등과 협력병원을 맺어 연수과정과 단기 의료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본격적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오지 의료선교에 대한 자신과의 약속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그가, 언제 훌쩍 짐을 싸 아프리카에서 '생명살리기 운동'을 벌일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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