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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꾸꾸레이'한 건강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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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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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회원(WHO 솔로몬제도 지소장)

<박광수 회원>

이름

박광수

소속

WHO 솔로몬제도 지소장

경력

1990

연세의대 졸업

 

1995

세브란스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과정 수료

 

1996~2002

WHO 서태지역 사무처 근무

 

2002~2005

WHO 키리바시 지소장

 

2005~

WHO 솔로몬제도 지소장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
이승헌 회원(강남미즈메디병원 부원장)
보통 의사라고 하면 세 종류가 있습니다. 진료와 연구와 교육을 같이 하는 의사와 임상 현장에서 진료에 집중하는 의사, 임상은 하지 않지만 기초 의과학 연구를 하는 의사 등이죠. 하지만 박광수 선생님은 여기에 모두 속하지 않는 의사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소속돼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의사이니까요.
WHO에서 일하는 것이 겉으로는 멋져 보이지만, 실상은 가족과 떨어져 먼 오지에 혼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열악한 조건과 싸워야 하기도 하지만, 외로움·고독함 등 자신과 싸워야 하기도 하죠. 박 선생은 나름의 소신과 신념을 굳건히 지켜 나가면서 꿋꿋하게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솔로몬 제도라는 조금은 생소한 나라에 있는데, 한국에서 가려면 1박 2일이나 걸리는 곳이라죠. 사실 우리 의사들이 국내 의료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외국에 나가서 견문을 넓히고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있는 의사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2005년 12월 1일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열린 'World AIDS Day' 행사장에서 기조연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박광수 소장.

"지금부터 우리 마을에 Smoking Free를 선포한다!"

"와-와아! 족장님 만세!"

태양을 벗삼아 바다를 집삼아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태평양 한가운데 흩어져 있는 섬들의 나라, 키리바스. 오밀조밀 모여 앉은 주민들을 향해 족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던 박광수 소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 세상 그 어느 순간도 이보다 감격적이지는 않다. 이제부터 이 마을은 대대손손 주민들이 담배를 피지 않는 마을이 될 것이다.

박광수 소장은 2002년 3년동안 키리바스의 수도 남 타라와 섬에 머물렀다. 당연하지만 도대체 그곳이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분신처럼 들고다니는 PDA속에 세계지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근무해 왔던 필리핀·키리바스·솔로몬 제도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솔로몬 제도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수많은 섬들로 이뤄진 곳이다.

"다른 사람에게 건강한 영향력을 주어 모두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게 하는게 행복 아닐까요? 저는 그래서 저 자신을 소개할 때 '건강전도사'라고 말합니다.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죠. 족장의 한 마디는 곧 법과 같은 곳이라, 족장이 금연을 선포한 때부터 그 마을에선 흡연자 중심에 남자들의 세상에서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여자들과 아이들과 더불어 사는 곳으로 변화해 나가니까요."

아, 삶의 법칙이란 어디까지 상대적일 수 있는가. 민주주의가 최고의 가치라고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탓일까. 족장이 모든 운명을 결정하는 원시적인 사회에 혀를 끌끌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이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놀랄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힘들게 선교활동을 하는 분들이 종종 현지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말들 하잖아요? 저도 그런 걸 느낍니다. 제가 키리바스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 뭔 줄 아세요? 바로 '행복" 인란 뜻인 '꾸꾸레이'에요. 수시로 그 말을 쓰죠. '당신을 만나 행복하다''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등등. 한국에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바다 낚시를 가자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 드넓은 태평양에 낚시줄을 띄우는 상상을 했다는 박 소장. 그러나 정작 그들의 낚시는 먹고 살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사람들과 먹을 것을 나누고 몸을 움직이는 삶의 일부였다고. 더구나 그들은 절대 욕심을 부리는 법 없이 필요한만큼만 고기를 잡고, 잡은 물고기는 뭍에 놓고 각자가 원하는만큼 가져가면 된다.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삶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먼저 스스로 물 속에서 배를 뒤집을 줄 알아야 합니다. 키리바스 카누는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빠르기로 유명한데, 매우 비좁게 만들어져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배가 뒤집히거든요. 물고기를 잡으려면 바다에 나가서 들어올 때까지 계속해서 노를 저어야 하고, 물고기는 엄지 발가락에 묶고 길게 늘여뜨린 찌에 자연히 걸려들게 되어 있어요. 미끼도 필요없죠. 인위적인 과정은 찾아볼 수 없지요. 사는 게 이런 거구나 배웁니다."

그동안 세계 보건기구의 직원으로 일하며 인생을 배우면서 "쓰리 (Three) 고'를 즐기는 법을 배웠다.즉 고생, 고독함, 고상함이 그것이다. 남들이 몰라주고 기억해 주지않는 곳에서 때론 유일한 한국인으로 생존해야하는 생활을 감수해야 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떨어져 혼자 24시간 365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때때로 찾아오는 고상함을 누릴 수 있는 생활이었다.

"WHO 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했던 때문에 키리바스나 솔로몬 군도에서는 정부주최 행사나 각국 공관들 행사에 UN기구 또는 WHO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초대를 받습니다. 원래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라 제가 가장 힘들어 하는 역할 이지요.그러나 각국의 저명인사 및 국제 대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제가 책에서만 만났던 저명한 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고는 하지죠. 한국인이 저 혼자였던 키리바스에서는 제가 교민 대표이자 자칭 한인회장으로서 새로 부임하시는 대사님 내외분을 영접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하."

10년간의 오랜 해외생활에도 버리지 못했던 김치맛 때문에 남태평양 섬에서도 그는 김치를 손수 담궈 먹는다. 그래도 열대 기후에서 자란 배추 김치와 한국 토종 김장 김치 맛이 비할쏜가. 최근 특별휴가를 받은 박 소장은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한다. 쉬는 동안 지인들을 만나 그동안 살아간 얘기도 나누고, 후배 의대학생들을 만나 새로운 기회에 대해 알려줄 작정이다.

"저는 비록 한국에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어쩔수 없이 WHO에 들어가서 일하게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됐죠. 'Health for All'이란 WHO의 비전이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 꿈과 같은 말이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며 일생을 바쳐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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