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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곳의 1%, 없는 곳으로 이어주는 고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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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11.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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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

올해 보령의료봉사상 8번째 수상자 취재는 요즘 말로 '급만남'이었다. 수상자는 지구상 가장 오지라는 아프리카 수단 남부 톤즈 지방에서 5년째 의료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이태석(44) 신부. 이틀 후면 다시 수단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서둘러 만났으나, 죽는 날까지 수단에 남고 싶다는 말뿐 그곳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없었다.

짧은 취재에서 얻지 못한 내용을 찾아보고자 이 신부가 "제가 초대했던 이재현 씨의 톤즈 방문기인데, 나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사는 이야기지요."라고 설명한 책, <아프리카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를 읽었다. 책으로 읽은 그곳의 현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무언가 해야 할 듯 맘이 급하다. 일단 기사로써 그와 그곳을 알리는 것부터···.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소용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해 진료소라고 준비된 움막을 보자마자 눈앞이 캄캄했단다. 이곳에서 환자들을 보아야 하다니 망막하기도 했고 서럽기도 했다. 창고보다 더 지저분한 진료실, 최악의 열악한 환경,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지저분한 환자들, 먼지 쌓인 소독되지 않은 기구들, 예상은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나 나질 않더구나. 하지만 나의 작은 희생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씩 힘이 나기 시작했다. 가끔씩 진료를 받기 위해 30~40km를 밤새 걸어 아침  일찍부터 진료소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내 마음도 새롭게 추스릴 수 있단다. "  - 이 신부가 톤즈 정착 초기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

이태석 신부는 2001년 12월부터 수단 남부 톤즈 지방에서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낮 기온이 50?C가 넘고 전기나 전화는 커녕 하루에 옥수수 죽 한끼 식사가 전부인 굶주림과 목마름이 생활이 된 곳, 반경 200km 이내에 50만 명 정도가 살지만 의료·교육 시설은 전무한 곳이 톤즈였다. 이 신부는 사제 서품을 받자마자 이곳으로 자원해 왔다.

어려서부터 아프리카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이 신부는 어머니 곁을 지키기 위해 사제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의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군의관 시절 봉사하고 선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다시 강렬해졌고 결국 제대하고 신학교에 입학했다.

광주가톨릭대학을 졸업하고 로마에서 유학 중이던 이 신부는 졸업을 앞두고 어린 시절 소망하던 아프리카를 가 보기로 결심한다. 아프리카를 찾았다가 포기하고 돌아오는 많은 선교사들을 보며 정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원래는 케냐만 가기로 했는데 수단에 있던 인도 신부님이 저를 초대해서 수단까지 방문하게 되었지요. 가난한 나라 아프리카를 수없이 상상해왔지만 실상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건 이런 거구나. 벌거벗고 굶주리고 질병으로 죽어가는 자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기에 오면 내가 가진 기술들이 소용이 있겠다 싶어서 수단으로 오기로 결심을 했죠."

흙과 대나무로 지어진 움막 진료소 대신 12개의 방이 있는 시멘트로 세운 병원을 짓는 데 1년이 걸렸다. 80여 개 마을에서 환자가 오는데 의사는 이 신부 한 명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혹은 며칠을 걸어서 신부님을 찾아와 치료를 기다린다. 하루에 보통 200~300명의 환자가 찾아온다. 홍역으로 1년이면 40~50명이 죽는데도 으레 일어나는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매주 두 번 인근 지역을 돌며 예방접종을 하고 이동진료를 하고 있다. 전기가 없는 곳이라 백신을 지원받아도 보관할 냉장고가 없어 예방접종을 할 수 없었기에 어렵게 태양열로 가동되는 냉장고를 설치했다. 그 냉장고 덕분에 결핵·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홍역·볼거리 등으로부터 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진료소와 함께 결핵 요양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결핵 환자들은 영양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 입원하여 하루 세 끼를 먹게 하고 있단다. 그래서 병동 안팎에는 어쩌다 떨어지는 음식이라도 먹기 위해 환자 가족들이 천 쪼가리를 여기저기 깔고 지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감염 걱정보다는 배고픔을 면할 생각이 우선인 것이다.

이 신부가 오랜 기간 싸우고 있는 질병은 홍역과 결핵, 그리고 한센병이다. 이 신부가 치료하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은 600~700명에 이른다. 조기에 발견되기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마을별로 한 명씩 담당자를 정해 징후에 대한 교육을 시켜 의심되는 환자가 생기면 곧바로 알리도록 했다. 이런 노력으로 한센병으로 불구가 되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수단에 희망을 심는 한국인
12살 소년 마도르. 며칠 전 나뭇가지에 옆구리를 찍혔다. 옆구리에 10cm도 더 찢어져 벌어진 상처가 생겼는데도 며칠을 견뎠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자 아픔을 참으며 혼자 밤새 걸어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며칠 후 그 아이는 상처가 아물 때까지 잘 참았다는 상으로 신부님에게서 사탕 한 줌과 옷 한 벌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는 40~50km를 걸어와 하룻밤을 병원 옆에서 아무렇게나 지새우고 치료를 받은 며칠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신부님이 안 계셨더라면 그 상처가 덧나고 덧나 흉터가 크게 생겼거나 파상풍으로 번져 생명마저 위태로웠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치료면 나을 상처가 심각한 병이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 <아프리카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 중

2000km나 떨어진 곳에서 시멘트를 날라다 병원을 짓고, 전기도 없는 곳에 냉장고 가동을 가능케 해 80여 개 마을을 돌며 예방접종을 한 그의 끈기는 톤즈 지역 아이들의 교육에도 이어졌다.

이 신부와 다른 외국인 신부, 수녀 7명이 세운 돈보스코 학교에는 1학년~8학년 학생 800여 명이 다니고 있다. 가깝게는 30km, 멀게는 100~200km 떨어진 곳에서도 학교를 다니기 위해 오는 학생들이 400~500명에 이른다. 그래서 1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말이 기숙사이지 대나무, 흙 그리고 짚으로 만든 간단한 초가집을 조금 크게 지은 것이란다. 학생들이 많다 보니 초가집 밖에서 자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세상 그 무엇도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기뻐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으로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현지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브라스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 신부는 톤즈 하면 생각나는 두 빛이 있는데 하나는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밤하늘의 별이고, 또 하나는 피부에 비해 유난히도 빛나 보이는 아이들의 큰 눈동자라고 말한다. 그것이 남수단 톤즈의 희망이라고···.

<아프리카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의 저자 이재현 씨가 톤즈를 방문했을 때 들은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이미 희망을 볼 수 있다.

"2000년에 돈보스코 학교 4학년으로 들어갔고 2003년 음악반에도 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의사도 되고 싶습니다. 이 두 가지를 꼭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하느님께 빌 것입니다. 또 저는 음악가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 벤자민 구아르켄 치만

"저는 지금 톤즈의 돈보스코 학교에서 5학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와 노래를 가르쳐주시는 이태석 요한 신부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 막달레나 아덧 존

"저의 꿈은 의사입니다. 음악가도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태석 요한 신부님께 의사의 길과 음악을 배우고 있습니다."  - 요한 바보야 루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1%만이라도 이들과 나누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큰 욕심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단지 남는 세상의 남는 것의 1%를 없는 세상으로 연결하는 작은 다리 정도만 되어 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다리가 되겠다는 단 한 명의 결심으로 수십 만 명이 질병에서 구원되고 있다. 3만원이면 수단 어린이 한 명의 1년치 학비가 된다고 한다. 우리도 그들이 희망을 갖게 하는데 아주 작은 다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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