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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에 우뚝선 의료정보 표준화의 거장

세계 속에 우뚝선 의료정보 표준화의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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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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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연식 회원(경북의대 의료정보학 교수)

<곽연식 회원>

이름

곽연식(69)

소속

경북의대 의료정보학 초빙교수·안동성소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경력

1961

경북의대 졸업

 

1964~1969

경북의대 생화학교실 조교, 전임강사, 조교수

 

1969~1995

미국 알바니의대·클리브랜드의대·데이톤의대 병리학 조교수, 부교수

 

1994~1999

아주의대 임상병리학교실 주임교수

 

1999~2002

경북의대 의료정보학교실 주임교수

 

2000~2002

경북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주임교수

 

2004~

안동성소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병원의사

 

"끝 모르는 열정과 발군의 실력을 갖춘 분"
김종원 회원(성균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한국에서 정년퇴임 후에 왕성히, 아니 젊을 때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교수님이 몇 분이나 될까요. 손에 꼽을만한 분들 중 한 분이 바로 곽연식 교수님입니다.
곽 교수님은 의료정보 분야에 있어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명한 학자입니다. ISO란 국제 표준 기구에서 보건의료정보 분야 의장을 맡고 계시는데, 얼마 전 회의에서 재선출돼 2009년까지 임기가 연장될 정도로 출중한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계십니다.
한국인이 국제 표준 기구에서 의장을 맡는 일은 매우 드물고, 보건의료정보 분야 역시 미국·영국 등 선진국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는 것을 고려하면 곽 교수님이야말로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계신 셈이죠.
더구나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친구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고희를 바라보고 계신 곽 교수님이 해내시는 걸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비록 대학에서는 정년퇴임하셨지만, 제 몸 돌보지 않으시고 후학 양성과 의료정보 표준화를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이 후배가 뵙기에 아름다울 수 밖에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69년 PH 과정시절로 거슬러 간다. 효소치를 계산하는 생화학 숙제였는데, 열심히 손으로 풀어갔더니 교수에게 퇴짜를 맞았다. 이유인 즉은 컴퓨터로 해가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때는 개인용 계산기만 있어도 행복해 하던 시절이었어요. 학교에 컴퓨터라곤 딱 두 대 뿐이었는데, 한 대는 연구용이라 쓸 수가 없었죠. 할 수 없이 한 대 남은 총장실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 저녁마다 비서에게 커피 뇌물을 바쳐가며 얻어썼죠. 그런 경험 때문에 나중에 임상에 나와서 컴퓨터로 하면 좋을 만한 일들이 눈에 보였죠."

미국에서 오랫동안 병리과장으로 일했던 것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검사 장비는 전산화가 돼서 빨리 결과가 나오는데, 오히려 병원 내 전산화가 안 돼 의료진에게 결과가 전달되기까지 이틀 이상 걸리는 것을 보고 검사실 전산화를 착안했다.

만일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거기까지였다면 지금의 곽 교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20여년간의 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올 땐 더이상 손을 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그는 아주대병원에서 다시 의료정보학을 하게 됐고, 나아가 모교로 돌아가 국내 최초로 경북의대에 의료정보학교실을 만들었다.

"당시 아주대병원은 신생병원이라 최신 정보화시스템을 도입했죠. 제가 검사실 책임자니까 검사실 쪽 서버 할당 용량에 관심이 있어 물어봤더니 아주 적은 양을 할당했더군요. 초기 병원에 가장 많은 트래픽이 걸리는 곳이 검사실인데 말이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1주일만에 시스템이 다운돼버렸죠. 그래서 다시 의료정보를 맡게 된거죠."

곽 교수는 국제 무대에서 더 이름을 알린 전문가다. ISO/TC215란 의료정보에 대한 국제표준기구의 의장과 국제 e-ehealth표준조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고, 아태지역 의료정보학회장·국제의료정보학회 위원을 지냈다. 또 내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거낭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 아시아태평양 컨퍼런스의 조직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표준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다가 우연히 ISO 회의에 대타로 처음 참석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6명이 갔는데 산하 워킹그룹 중 정보교환과 표준에 대한 그룹에는 참여를 안 하길래 제가 들어갔죠. 전혀 모르던 분야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위원들이 과제를 하나씩 맡아서 다음 회의 때까지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유독 자료교환에 필요한 용어 정리 부분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손을 안 드는 겁니다. 무식하면 용기가 생긴다고 번쩍 손을 들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요. 그게 제일 어렵고 까다로운 분야였던 거죠."

후회한들 무엇하리. 그는 열심히 연구해서 회의 개최 전에 보고서를 보냈다. 나중에 알고보니 과제를 제 시간에 제출한 위원은 곽 교수 뿐이었다고. 그렇게 해서 동료들로부터 신의와 실력을 인정 받은 그는 국내 최초로 ISO에서 의장으로 선출되기에 이른다.

"영국과 일본에서 마침 공석이 된 의장직에 저를 추천했습니다. 처음에는 잦은 해외 출장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극구 사양했지만, 산업자원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할테니 꼭 하라고 하더군요. 그동안 한국에서 의장 한번 나오기를 고대해왔다면서요. 타이밍이 잘 맞았던거죠."

어찌보면 모두 다 우연이지만, 이유없는 우연은 없는 법이다. 곽 교수를 봐도 그렇다. 생화학 교수가 컴퓨터 숙제를 내주고 멋모르고 손 들었다가 우연히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한들, 그것에 대한 열의와 실력이 없었다면 한낱 스쳐가는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벌써 기억에서 사라졌을지도.

세계 무대에서 보건의료정보 표준화를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뛰고 있는 곽 교수에게 과연 어떻게 하면 보건의료정보 표준화를 앞당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야 병원장·의사·교수들이 표준화되지 않은 제품을 사지 않으면 됩니다. 따지고보면 표준화되지 않은 제품이 당장은 돈이 덜 들 지 몰라도 나중 업그레이드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비싼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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