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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가슴 수술 한국이 세계 1위!
오목가슴 수술 한국이 세계 1위!
  • 이현식 기자 hslee@kma.org
  • 승인 2006.10.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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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고려의대 교수

올 5월 도쿄에서 열린 한 세미나장. 일본 유수의 외과 의사들로부터 초청을 받은 한국의 의과대학 교수가 1시간동안 특강을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가와사키 의과대학의 우에무라 교수와 동경여자의과대학 노자끼·기꾸치 교수, 나가노현립병원의 노구치 전문의 등 쟁쟁한 일본 의사들의 눈에는 감탄이 서렸다.

강의 내용은 오목가슴 새 치료법인 너스수술. 이 수술법은 미국의 도널드 너스 박사에 의해 개발된 지 9년이 지나 잘 알려져 있는 것이었지만, 이날 한국 교수의 강의는 기존 너스수술법으로부터 두세 단계 진일보한 것이었다.

한국이 오목가슴 수술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의료계의 정상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박형주 고려의대 교수(흉부외과)가 있었다. 지금까지 박 교수의 오목가슴 수술건수는 720례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며, 지금도 갱신되고 있다.

 

지난 8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열린 오목가슴 수술 워크숍에서 박형주 교수가 시연하는 모습

 ■ 미국 연수 중 우연히 접한 새 수술법

오목가슴(funnel chest)은 가슴 앞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간 모습을 말한다. 좀 더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흉골(앞가슴뼈)을 포함한 가슴벽의 일부가 함몰된 흉벽의 형태이상이다. 1000명 중 한 명 정도 발생하며, 선천성 질환이 대부분이다.

박형주 교수가 오목가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 연수를 간 게 계기가 됐다. 지난 1998년 3월 미 인디애나대학병원으로 간 박 교수의 원래 목표는 소아심장수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 과장이 오목가슴 수술을 하는 의사였다. 당시 직전해인 1997년 미국에서 새로운 오목가슴 수술법인 너스수술법이 개발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우는 행운을 만났다.

"너스수술법은 기존 수술방식인 라비치수술법에 비하면 굉장히 획기적인 수술법이죠. 처음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라비치수술법은 개발된 지 100년 이상 된 방식으로 가슴 앞면을 열고 갈비뼈의 연골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 흉터가 매우 크게 남는다. 반면 너스수술은 최소침습적인 방식으로 가슴 양쪽 겨드랑이선에 1~2cm 가량 피부를 절개해 구부러진 금속막대기를 넣어 함몰된 가슴뼈를 들어올리는 방식이다. 이후 뼈가 안정되는 2~4년 후 금속막대기를 제거한다.  

1년 간의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박 교수는 여전히 너스수술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마침 외래환자 중에 오목가슴 환자가 있어 새로운 수술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후 환자의 동의를 얻어 국내에서 최초로 너스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 매년 100례 시술…미국 뛰어넘어

너스수술이 기존 라비치수술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게 알려지면서 오목가슴 환자들이 박 교수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는 매년 100건 이상의 오목가슴 수술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기준으로 오목가슴 수술은 총 250건 정도이며, 현재까지도 단일 센터에서 100례 이상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다음으로는 일본이며, 유럽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 한 해 시행되는 오목가슴 수술은 300례 정도인데 아직 라비치수술이 100건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아직 오목가슴 수술의 30% 가량은 라비치수술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200례 가량이 너스수술인데 박 교수가 국내 너스수술의 절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 교수는 너스수술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임상경험을 쌓아가면서 너스수술의 한계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너스 박사는 비록 수술법을 고안하긴 했지만 다양한 형태에 대한 후속 교정기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는 주로 15세 미만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했을 뿐 성인은 뼈가 단단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꺼려했다. 비대칭형인 오목가슴 치료에도 제한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성인이나 비대칭형 오목가슴 환자는 기존 라비치수술을 받아야 했다.

박 교수는 너스수술을 변형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연달아 새로운 술기들을 개발했고, 그동안 불가능으로 통했던 51세 환자를 대상으로 너스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 워크숍 열어 최신 술기 전파

박 교수는 오목가슴의 형태를 세계 최초로 분류했다. 대칭형(Symmetric Type)과 비대칭형(Asymmetric Type), 오목가슴-새가슴 복합형(Eccentric),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등 수술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나눴다. 또한 막대기를 고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등 많은 발전을 일궈냈다.

그는 국내 의료진들과 오목가슴 수술의 최신 술기를 나누기 위해 워크숍을 열고 있다. 올 8월 3~4일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연 '제6회 오목가슴 수술 워크숍'에서는 비대칭형과 대칭형 등 형태별로 다른 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오목가슴에 대한 독창적인 교정술을 직접 시연했다.

오목가슴 수술은 그동안 단순한 미용적 효과 이외에 기능적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후 심장기능 향상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으며, 그 결과를 내달 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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