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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도리를 할 뿐이다…"

"최소한의 도리를 할 뿐이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9.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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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과의원 김관태 원장

국내 무의촌지역 의료봉사활동 18년, 수원시 최초 노숙인 무료진료센터 개소 등의 공적으로 얼마 전 '제4회 수원시 보건의료인 공로상'을 수상한 서울외과의원 김관태 원장(57). 의협신문 애독자이면서 특히 '의사 칭찬 릴레이'와 '인술의 길, 사랑의 길' 기사를 좋아한다는 김 원장은 '이렇게 취재된 기사였냐'며 반겨주었으나 '기사에서 봤던 분들은 모두 훌륭하시던데 내가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는 기자가 만난 모든 보령의료봉사상 수상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본인들은 모두들 남보다 하는 일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남의 봉사가 커 보이는 것'뿐이다. 취재를 해 보면 모두가 대상을 수상해야 마땅하다.  

 

■ 가장 강력한 설득은 신뢰

진료실 옆에 붙어 있는 김 원장 개인의 휴식공간이자 손님을 응대하는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로터리 TV(채널을 손으로 돌려야 하는 구형 TV)였다. 작은 읍내에 있는 병원도 아닌데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에나 사용했던 구형 TV를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이어 검소한 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볼 때 누가 봐도 인테리어용 골동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18년이 넘는 봉사활동 중 근 몇 년간의 기록과 활동 내역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리를 펼치는데 낡고 낡은 다이어리 책 등에 모 택배회사 로고가 새겨진 박스 테이프가 단단히 붙어 있었다. 낡은 다이어리는 방 안의 TV를 다시 한번 쳐다 보게 만들었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그의 말 한마디에 큰 돈과 소중한 시간을 기부하여 봉사활동에 동참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 초 '천사의 집'이라 이름 붙인 노숙인 무료진료센터를 개소한 것도 김관태 원장의 뜻을 듣고 동참해준 지인들 덕분에 가능했다.

"중부경찰서 의료 자문위원이라서 사체검안을 자주 나갔는데, 길에서 얼어 죽는 노숙인들 많더라구요. 의사로서, 크리스찬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을 위한 진료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김 원장의 간곡한 청원으로 교회에서 주차장 한 켠을 내어주었고, 평소 알고 지낸 사업가 한 명이 '천사의 집'이라는 간판을 단 이동식 주택을 기부해주었다. '컨테이너 박스는 절대 아니다, 엄연한 주택이니 명칭에 조심해달라'며 건축 기자재, 내부 구조와 깔끔함, 그리고 보유한 약품 종류까지 천사의 집을 들여다 보듯 하나하나 설명하는 김 원장의 모습에서 천사의 집에 대한 애정과 기부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매주 화요일 12시~3시까지 열리는 천사의 집에서는 무료진료뿐 아니라 점심도 제공한다. 이 역시 1년치 식재료비를 기부해준 사람이 있어 가능했다. 2월에 개소했지만 벌써 매주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만 10명이다. 김 원장의 진료를 도와주는 간호사와 약사, 그리고 식사를 준비하고 제공해 주는 이들이다.

"10명만 봉사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기부해준 분들도 동참하고 계신 거죠. 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미 2007년 급식비용은 걱정없을 만큼 동참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정부 지원 없이 개소가 가능했던 것, 그리고 기부자, 아니 동참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은 김 원장의 설득력 있는 언변 때문이 아니다. 1988년부터 18년째 이어오고 있는 그의 의료봉사활동을 보고 쌓아진 신뢰 때문이다.

 

■ 다시 불러줄 때 가장 큰 보람 느낀다

"지금도 그렇지만 1988년에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어촌 지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교회를 다니는 교인들 중에 뜻이 맞는 의사·간호사·약사 6명이 모여 의료선교회를 결성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무의촌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봉사활동을 다니는 게 지금에 이르렀고, 처음의 6명은 이제 30명으로 늘었습니다."

김관태 원장과 한 선교사의 뜻으로 시작된 작은 봉사 모임이 이제는 양방팀·한방팀·레이저 시술팀·치과팀·이미용팀 등 5개 팀 30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단체가 되었다. 한방팀에서는 약은 처방하지 않고 침만 놓지만 환자들 중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 보니 단연 인기다. 티눈이나 사마귀·검버섯 등을 제거해주는 레이저 시술과 치과 진료는 예약이 필요할 정도. 전체 활동을 총괄하고 양방팀에서 진료를 담당하는 김 원장은 관절염·신경통·위장병으로 고생하는 100여 명의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온다. "무료 진료라고 하면 적당히 하는 줄 알고 처음엔 몇 분 안 오세요. 그러다가 한 두 시간 지나서 다녀간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야 많이들 찾아오시죠. 할머니들 중에는 진료가 끝나면 얼마냐고 묻는 분이 많아요. 무료라고 하면 돌아가서 찐 옥수수든 감자든 누룽지든 한 소쿠리를 담아 오시죠. 다녀온 마을에서 다시 와달라고 전화 올 때 보람을 느낍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는 건 정기적인 활동만을 포함한 횟수다.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의료봉사 외에도 자연재해로 인한 갑작스런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한 달에 4~5번이라도 짐을 꾸린다. 6명밖에 타지 못하는 경비행기를 타고 낙도를 찾기도 했으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의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 검진버스 두 대로 늘렸으면…

김관태 원장은 레이저와 치과 관련 장비도 갖췄고, 동참하는 사람도 30명이나 되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버스 한 대로 움직이지만 언젠가는 검진 차량 한 대를 늘려 두 대로 움직이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치료 중심에서 나아가 엑스레이나 혈액검사 등의 검진까지 포함되어 체계적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말이죠."

노숙인 진료에서도 욕심은 마찬가지. 김 원장의 부탁으로 지역 병원에서 1년에 두 번 노숙인 검진을 지원해 주기로 했지만 의심되는 질환이 있더라도 한 두 명의 검진을 따로 부탁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봄에 노숙인 75명을 대상으로 결핵 검사를 해 보니 11명에게서 결핵이 발견되었습니다. 2명은 심각한 상황이라 요양소에 보내야 할 정도였죠. 간기능 검사를 해 보니 60명 중 11명에게서 병변이 발견되었구요. 이런 실정이다 보니 자체 검진 장비를 갖추는 게 제 욕심입니다."

김 원장에 대한 지역 사회의 신뢰가 더 쌓아지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 버스 두 대로 움직이는, 또 천사의 집에서 검진까지 가능하게 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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