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신춘대담 양재모명예교수

신춘대담 양재모명예교수

  • 장준화 기자 chang500@kma.org
  • 승인 200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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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석학들의 모임인 로마클럽은 60년대말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까하는 주문을 받고 20∼30년후 자원의 고갈, 인구의 변화, 도시화, 환경오염 등을 예측한 `인류의 위기'라는 연구보고서를 냈습니다. 의료계가 지난해 의약분업 파동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의료계의 앞날은 지금보다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의료계 원로인 양재모 박사는 보건의료분야에 몸담아 온 반세기를 돌이켜 볼때 앞으로의 반세기는 훨씬 험난한 준령이요, 계곡이요, 어려운 풍파가 예견된다며 `안토니오 마차트' 시인의 시 구절인 `나그네여 길이 없습니다. 길은 걸어가면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를 인용, 후학들에게 “선배들이 걸어 온 길 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걸어 가면서 만들어 가되, 반드시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옛날에 몰락한 두 양반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같이 정육점에 들어 가 고기 1근을 한 양반은 X서방이라 부르며 주문했고, 또 다른 양반은 X백정놈하며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은 처음에 기분이 좋아 1근에 덤을 얹어서 주고, 나중에는 딱 1근을 주었습니다.”

양 박사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되 자기 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에게 사랑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용기와 소신있는 의사가 되어달라고 덧붙였다.

“사회가 의사를 돈만 아는 의사로 보고 있습니다.매우 슬픈 현상입니다.” 의료보험제도, 의료전달체계 등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잘못으로 의사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 가장 가슴아프다는 양 박사는 또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행정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환자와 일대일에 익숙해져 사람 다루는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의사들이 정치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지난해 의약분업의 파동도 의사들이 행정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양 박사는 사람 다루는 기술인 가용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양 박사는 의료계가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하여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지 않고 지금과 같은(의약정 3자합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국민만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학교육도 변화돼야 합니다. 기초부터 전문분야만 가르치는데서 탈피해 사람 다루는 기술, 경영관리의 중요성 등도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의사들이 공부한 내용이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다 보니 모이기만 하면 상대방 결점만 들춰내는 좋지않은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내어 칭찬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바꿔가야 합니다.”

자기가 잘나서 그런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잘 도와줘서 잘됐다는 생각으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양 박사는 역설했다.

“의사의 과잉문제도 의사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신설의대 문제만 제기되면 안된다고 결의해 놓고 정년퇴직만 하면 인가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의사가 과잉배출되다 보니 먹고 살려니까 별짓(?)을 다한다는 양 박사는 신설의대 문제가 정치적으로 연결돼 쉽지가 않지만 정부가 앞장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대학은 기술자가 아닌 의도를 실천하는 의사를 배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앞으로는 노인문제가 심각합니다. 2000년에 65세이상 노인이 전체인구의 약 7%를 차지, 노화되는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14% 이상이면 노화된 사회로, 2022년이면 도달합니다.”

노인들은 병고, 빈고, 고독, 역할의 상실 등 4가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양 박사는 특히 의사들이 맡아야 할 병고는 다른 고통과 함께 동반한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 박사는 남북의료문제에 대해 “형평, 자유, 효율성 등 3자가 구비돼야 제대로 된 의료”라며 “북한에는 자유가 없고 우리나라는 비효율적이므로 남북통일 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이 기간동안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흡연율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영국은 30년전에 의사들이 담배 안피우기로 결의했습니다. 의사들이 앞장서 금연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켜 주어야 할 것입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 의사가 담배를 피우며 환자보고 끊으라고 하는 것은 위선자의 행동이라고 비판한 양 박사는 강의시간때 마다 학생들에게 담배를 끊고 금연운동을 전개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면서 모든 의사들에게 이웃과 더불어 사랑으로 감싸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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