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
"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6.08.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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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식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 명예총재

황준식(80)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 명예총재는 외과의사이면서 스트레스와 정신과학 연구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길을 걸어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민병철·김수태 교수 등과 함께 공부하며 1952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황 박사는 이듬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런던대학원과 에딘버러대학 부속병원에서 4년간 메스를 갈았다. 1958년에는 대서양을 건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병원에서 2년간 경험을 쌓은 황 박사는 1961년 미련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의대 전임강사와 조교수에 이어 1970년 경희의대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1988년에는 서울 성동구에 우리병원을 개원, 외과의사로 명성을 쌓아갔다.

손 끝이 야무진 외과의사로 인정 받으며 '그레이트 서전(great surgeon)'의 길을 걷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쳐 온 수술 후유증은 깊고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오래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따라주질 않았던 것.

 

"아득했지요. 그 때는…. 외과의사가 하루 아침에 수술을 못하게 됐으니까요."

 평생 천직으로 알았던 메스를 놓아야 했다. 외과의사로서의 삶이 무너지고 난 후 남은 것은 극도의 좌절과 분노뿐이었다. 한 동안 방황 속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실의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문득, '이래선 안되겠다, 인생의 패배자가 될 순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다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힘을 준 건 가족들이었다. 가족들은 새로운 인생에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 어느 순간엔가 고통과 번민 속에 마음을 다잡아 주던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30년 넘게 외과의사를 하면서 걱정과 고뇌가 많은 사람들은 질병에 잘 걸리고, 입원기간도 길다는 특이한 현상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스트레스'와 긴 인연을 맺었다고나 할까요."

외과의사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신의학과 스트레스의학 분야에 눈을 돌렸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의학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스트레스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황 박사는 연구와 집필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 분야의 지평을 조금씩 넓혀 나갔다. 한국정신과학회·한국스트레스학회 등의 창립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새로운 학문에 대한 도전과 개척이 계속되면서 황 박사는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원인 가운데 상당수가 가족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울러 가정이 화목해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보다 많은 국민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선 결성하게 된 것이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입니다."

황 박사는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 총재를 맡아 건강한 가정문화를 확산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 문화의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튼실히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이면에는 황 박사의 오랜 노력이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황 박사는 사회운동과 더불어 저술 활동을 통해 대국민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을지서적, 1993), <한국인의 스트레스>(밀알, 1995), <스트레스 과학의 이해>(공저, 신광출판사, 1997), <오해와 건강>(하나의학사, 2002) 등 스트레스 관련 서적을 잇따라 출간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화목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정이 화목해야 100세까지 건강하다>(범우사, 2006)를 출판, 지칠줄 모르는 노년의 불꽃같은 삶을 보여줬다.

이 책의 화두 역시 가족 구성원끼리의 갈등을 없애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년 집필기간 동안 가족 갈등·스트레스 등에 관련된 약 300여 편의 논문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방대한 자료가 황 박사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이 나이 때는 걷는 것이 건강관리의 비결 같아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한 시간 걷고나면 하루가 거뜬합니다. 집에서야 큰 소리 내거나 얼굴 찌푸릴 일 없으니 만사가 다 원만하지요."

올해 80세를 맞는 황 명예총재는 "또 다른 책을 출판하기위해 원고를 쓰고 있다"며 "이제야 필력이 붙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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