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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의 경영컬럼] 원장은 있어도 경영자는 없다

[박개성의 경영컬럼] 원장은 있어도 경영자는 없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5.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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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이사

외로운 원장들의 고민

흔히 규모가 작으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소아라고 하여 질병의 종류가 적거나 난이도가 낮지 않은 것처럼,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이라고 하여 경영의 난이도가 결코 낮지 않다. 중소기업 사장이 그러하듯이 소규모 병·의원에서는 진료도, 경영도 모두 원장의 몫이다. 조금이라도 짐을 나누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직원들과 의논을 해보지만 그때마다 걸리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과 공동개원을 하거나 유명 네트워크병원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의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고객관리, 직원관리, 세무문제, 자금운용, 정보시스템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누군가가 이 모든 복잡한 일을 대신 처리해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집에서는 사정도 모르고 답답한 소리만 한다.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데, 정말 사각의 링에 홀로 선 권투선수가 된 기분이다. 시간은 가는데 마음에 여유는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출발해야 할 것인가?

나는 어떤 원장인가?

원장은 자신은 진료만 잘 하고, 병원이 운영될 정도의 수익만 내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연봉을 받는 의사이지, 경영자는 아니다. 원장이란, 병원의 장(長)이다. 장은 단순히 자신이 맡은 한 가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하여 그 조직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원장은 진료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마치 아버지가 일만 잘 하면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업무를 잘 하는 것 이외에도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일, 가정의 비전 제시, 부모님 부양, 가정의 화합도모, 자녀 교육 등 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마찬가지로 원장은 진료를 잘하고, 수익성을 내는 것 못지않게 병원의 비전 제시, 진정한 고객마인드의 형성, 고객으로부터의 신뢰 확보, 병원 내 화합 분위기 형성, 직원교육, 운영시스템 구축, 브랜드 육성, 마케팅 등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이를 혼자 하느냐, 다른 사람을 활용하여 하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 원장의 역할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경영자가 아니라 뛰어난 기술자일 뿐이다. 중국의 한비자는, 삼류리더는자신의 힘을 이용하고, 이류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리더는 남의 지혜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경영자라면 함께 하는 사람들과 주위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잘 활용하여 병원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먼저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한 해 이익이 많이 났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손실이 났다고 해서 시무룩할 일도 아니다. 성장의 잠재력을 갉아먹으면서 이익이 났다면 그것은 심각한 일이며,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적자가 났다면 그리 슬퍼할 일도 아니다. 사람이 하루살이 삶을 살아서는 안 되듯이, 병원의 경영도 하루살이, 일년살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장들은 환자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과 같은 작은 시그널에도 일희일비하곤 한다. 매일 열심히 산다는 것만으로, 또는 자신이 진실되다는 이유만으로는 그에 정비례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성실하게 생활하고, 기술개발에 탁월한 기술자 사장이 운영하는 기업이 도산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장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병원을 만들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부족한 것을 배우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의술을 하루아침에 배울 수 없듯이, 경영을 배우는 데도 일정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원장이 먼저 배우고 적용하고 다시 묻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경영노하우를 쌓아가야 한다. 본 칼럼이 부디 원장들의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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