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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약제비 환수와 관련된 최근의 상황

시론 약제비 환수와 관련된 최근의 상황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4.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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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의협 법제이사

서울고등법원 제6특별부는 얼마 전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 전남 여수에서 이비인후과 의원을 개설하고 있는 A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비 환수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피고인 공단과 피고 보조참가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공단은 항생제 투여 기준을 무시하고 항생제를 과다 처방했다는 이유로, 2004년 5월 A원장에 대해 과다처방으로 인한 약제비 1400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위 약제비 환수처분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됨에 따라 A원장은 많은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됐다.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한 심평원이 소송에 보조참가 했고, A원장의 처방이 항생제 심사 기준에도 위반됐을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부도덕한 의사'로 매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A원장 스스로도 이 사건 소송으로 인해 혹시 공단이나 심평원으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었다. A원장은 당시 30대 중반에 불과했고, 개원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막강한 권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당시 A원장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공단이나 심평원은 국세청에 버금가는 막강한 국가권력으로서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소송 제기 후 1년여 만에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됐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는 부당이득의 징수 대상자를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설사 원고가 원외처방을 함에 있어 부적절한 처방을 함으로써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약제비를 처방한 의사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라는 것이 주된 논거였다.

이에 대해 공단과 심평원은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요양기관의 허위 진단에 의해 보험급여가 실시된 경우 공단은 허위진단한 요양기관에 대해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연대해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라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2항을 근거로, 환수처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위 주장에 대해서도 항소심 법원은, '원고가 허위의 진단을 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과잉처방을 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만약 원고의 허위진단으로 인해 보험급여가 실시됐다면 그로 인해 이득을 얻은 자와 연대해 징수처분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공단은 원고로부터 환수한 징수금으로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 상당액을 지급해 줬다는 점 등을 비춰 보면, 위 제52조 제2항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해 피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상고심에서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지금까지 약제비를 환수당한 의료기관은 환수 당한 약제비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공단이 이를 거부하면, 민사법원에 요양급여비용 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미 약제비환수 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선고됐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 제79조에 따르면 요양급여비용 지급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심사청구를 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한편 소송을 제기한 경우 공단은 불법행위채권에 기한 상계의 항변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으나, 의료기관이 허위의 진단을 하지 아니한 이상 상계의 항변은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지금까지 위 소송을 적극 지원해 진행해 왔고, 1심 판결 이후에는 의협신문 등을 통해 판결내용을 소개하면서 부당하게 약제비를 환수당한 회원들에게 소송 제기를 독려하고 소송 지원자들을 모집해 오고 있으나, 아쉽게도 지원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보건복지부는 '과잉처방한 약제비를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얼마 전 입법예고까지 한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의 불합리한 심사 관행이나 심사기준 등이 개선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의사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고, 사실 상 과잉처방(또는 부당처방)이 아니라는 것을 의사들에게 입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해 그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적극 저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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