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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부외과와 미세재건수술'에 대한 새로운 기대
시론 '수부외과와 미세재건수술'에 대한 새로운 기대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6.02.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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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현 (대구현대병원 '김앤우' 수부외과 및 미세재건수술센터 소장)

미세재건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수부외과 전문의로서 최근 젊은 의사들의 외과계열 기피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매우 중요한 분야인 미세수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미세 수술은 넓은 의미에서 지름이 5 mm 정도의 혈관을 수술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1 mm 미만의 가는 혈관을 수술 현미경 하에서 맨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실과 바늘로 혈관을 꿰매서 피를 통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분리된 조직, 예를 들어 절단된 여러 가지 종류의 뼈, 신경, 인대, 피부 등의 조직이 있다면 다른 조직들을 아무리 잘 연결해도 혈관을 통해 혈류가 통하지 않으면 생명력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가장 흔하게 시행하는 미세 수술은 산업 현장에서 손이나 발, 심지어 팔이나 다리가 절단되어 원래의 위치에, 원래의 기능을 복원시키기 위하여 다시 붙이는 재접합 수술이다. 최근에는 손가락 끝부분이 절단되는 경우에도 심지어 0.5 mm 정도의 가는 혈관의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손가락이 없는 경우에는 미세 수술을 이용하여 발가락을 손으로 옮기는 수술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암 수술이나 교통사고, 선천성 기형 등으로 팔이나 다리에 심각한 조직의 결손이 발생하여 절단해야 될 경우에도 미세 수술을 이용하여 자기 몸의 다른 근육과 뼈를 옮겨 절단으로 인한 신체의 불구를 예방하고 다시 재건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술의 성공은 단순히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미 이상으로 환자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부여하게 된다.

최근 안면부 화상을 입은 여자 환자에게 뇌사자의 안면부를 이식하는 수술이 시행돼 세계적인 화제가 됐는데, 이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mm도 되지 않는 작은 동맥과 정맥 혈관을 연결하는 미세수술이다. 또 최근 몇몇 나라에서 팔이 없는 환자에게 뇌사자의 팔을 기증받아 팔 이식술을 시행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등 미세수술 분야는 미래 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형외과나 성형외과가 있는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에서 수부외과와 미세재건 분야는 개인의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새로 발령 받는 신참 스태프가 맞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빠르면 일년, 늦어도 2~3년 내로 새로운 신참이 들어 오면 원래 하기를 희망했던 분야로 전공을 바꾸게 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사직을 하고 그 병원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수부외과가 젊은 의사들에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신경과 근육, 인대와 관절 등 수부의 해부학이 복잡하고 어려워 쉽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응급 수술에 대한 부담이나 수술 술기에 대한 집도의의 자신감 부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성형외과의 경우 미용 수술에 대한 강한 매력과 함께 수입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이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지 못한 선배 의사들의 책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미세수술 역시 특이한 취향(?)이 없는 다음에는 수술 시간이 다른 어떤 수술보다도 길고, 많은 노력과 실습이 필요한 미세혈관 문합술, 수술 후 발생하는 혈관성 합병증으로 재수술의 부담도 있어 아무나 선뜻 하고 싶어하는 분야는 아니다.

무슨 일이든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칠수록 해결 후에는 느끼는 그 성취감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미세 수술은 일순간 생명력이 없어진 우리 몸의 장기나 구조물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제공하고, 수부외과 수술은 손과 팔의 기능 회복으로 환자들에게 생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도구를 제공해줄 수 있는 보람된 것이다.

수술 중 해부학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물들을 박리할 때나 맨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10-0 나 11-0의 봉합사로 미세한 혈관을 봉합할 때 느끼는 '긴장감' 자체를 즐기면서 수술에 임한다면 수부외과나 미세 수술 모두 젊은 후배 의사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분야일 것이다.

또한 현재에는 질환 자체보다는 외상이 수부외과 분야에 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평균 수명 연장과 소득의 증가로 수부에 발생한 사소한 관절의 기능 장애나 퇴행성 변화, 아직도 '병'으로 인식되지 못했던 노인 환자들의 말초신경 압박 증후군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될 것으로 생각되어 수부외과를 필요로 하는 잠재적 환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본다.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 제도의 정착과 함께 수부외과와 미세 재건수술에 대한 교육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앞으로 많은 후배 의사들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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