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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새 협회장에 바란다-1

[특별좌담] 새 협회장에 바란다-1

  • 공동취재팀 kmatimes@kma.org
  • 승인 2006.02.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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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없이 자기 희생 할 수 있는 사람이 적격
의사 뿐 아니라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어야

다가오는 5월 새로 출범할 의협 집행부의 수장을 선출하는 '2006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는 의료계의 위기의식이 팽배한 현실에서 어느 해 보다도 중요한 선거임에 틀림없다. 이번 선거는 특히 2007년 대선에 이어 2008년 의협 창립 100주년과 더불어 의협의 정체성과 발전에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의료계를 이끌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 아울러 효율적인 회무에 대한 바람을 미리 들어보는 [특별기획 좌담회-새 대한의사협회장에 바란다]를 마련했다.  이 시리즈는 의료계 내외부에서 패널을 선정, 모두 7회에 걸쳐 연재된다.  

▲ 일   시 : 2005년 12월 12일(화) 오후 6시

▲ 장   소 :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

▲ 사회자 : 권용진 의협신문 주간

▲ 참석자 :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전 보건복지부장관)

            박수성 의학회 고문(동아대 이사)

            주양자 의협 고문(전 보건복지부장관)

            정리=송성철 의협신문 기자

 

■ 권용진=바쁘신 시간에 <의협신문> 좌담회에 참석해 주신 원로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는 3월이면 의협 협회장 선거가 치러집니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많은 진통을 겪은 의료계는 사회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의협신문>은 이러한 시점에서 어떤 덕목을 갖춘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좌담회는 의료계 원로를 시작으로 젊은 의사, 의학계 등 내부의 소리는 물론 외부 인사도 초청할 계획입니다.

먼저 이번 협회장 선거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왼쪽부터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 주양자 의협 고문, 박수성 의학회 고문

▶문태준=현재 의료계 여건을 볼 때 어려움 처해 있음은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차기 회장 선출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차기 회장에 뜻을 가진 분이 많다고 들었는데 충분히 능력있는 회장을 뽑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후보들이 너무 난립하고,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해 봅니다.

회장을 직접 선출하는데 다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간선제에 문제가 있어서 직선제를 하게 됐는데 막상 직선제를 해 보니까 문제가 많이 발생합디다. 직선제를 하는 과정에서 과열되다보니 비방이나 욕설을 당하는 곤욕을 치러야 하고, 명예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인재들이 출마를 안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선제의 문제점을 보완해서 간선제로 하되 투표인단을 늘려서 선출토록 하는 새로운 선출제도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부터는 도입하기 어렵지만 다음에라도 선거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기도하는 마음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주양자=1960년대 의사들은 힘이 있었습니다. 보건사회부 때 장ㆍ차관은 의협이 거의 추천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다 없어지고, 사회가 변화했습니다. 힘 빠진 것에 대해 원로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합니다.

가능한, 장차 의료계를 위해 3년 마다 한 번 의협 회장선거를 해서 후다닥 지나가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 보니 연계가 안 되고, 정책을 이어가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법인이나 학회에서는 차기 회장제도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안 뒤에 회장을 맡아야 모든 일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장과 차기 회장을 같이 뽑아 함께 일하면서 문제를 보완해 나간 뒤에 회무를 넘겨주면 좋을 것입니다.

의협이 하나의 친목단체를 넘어서서 행정부의 정책과 국회의 입법을 리드할 수 있도록 방향을 틀려면 회장이 경험이 많아야 하며 마인드 즉, 문제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진료만 하는 의사 외에 의사 행정가를 길러야 합니다. 의사 행정가들을 기르지 못하다 보니 정책을 다루는 의사가 거의 없습니다. 정치와 행정을 잘 아는 비의사에게 문을 열어서 이들이 정책도 다루고, 정치와 행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의협의 활동도 그만큼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회장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사회 속에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가 돼야 하는데 정작 의사들은 환자를 보는 것 밖에 모릅니다. 새 의협 회장은 반대편 진영에도 문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자기편만 자리에 앉히려 들지 말고, 다른 편도 뽑아서 함께 일하게 해야 합니다.

의협에 정책을 다루는 의사를 두고, 연구실도 만들어야 합니다. 의사행정가나 비의사 전문가가 나서서 국회에서 무슨 법이 나오는지 조사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물론 의정회와 의료정책연구소도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의문입니다. 의정회에서 로비를 하더라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충분히 설명을 하면서 이해를 시켜야 합니다. 청원입법 조항을 만든 것은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의 몫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수성=회장 후보들의 수는 많아졌는데 무게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협의 무게도 올려야 합니다. 의료인은 아는 게 많고 지적이라고 하지만 일의 특성상 개별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병원에서도 각과마다 말이 생기고, 한 과 내에서도 말이 있게 마련입니다.

의협 회장은 이러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화합시켜야 하므로 무엇보다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치력도 있어야 합니다. 주무기관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정부당국에 찾아가서 말 한마디를 해도 무게가 있어야 합니다. 데모를 해도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차기 협회장은 포용력과 정치력을 잘 발휘해 의협을 한 덩어리로 묶어야 합니다.

협회장 선출 방식과 관련해서는 직선제의 경우 한 표 한 표의 무게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선제는 주위를 통합해 한 표가 되므로 무게를 실을 수 있습니다. 직선제 투표방법에 개선이 있어야 합니다. 

▲ 원로들은 이번 선거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회장의 자질과 덕목으로 정치력과 추진력을 꼽았으며, 현 직선제 선거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 권용진=이번에 선출되는 의협 협회장은 지난 반세기 한국 정치의 양대 세력으로 등장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2007년 대선을 치러내야 하며, 한국 의료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우는 2008년도 회무를 이끌어 가야합니다. 이렇듯 중차대한 시기에 의협을 이끌어 가야할 차기 협회장은 어떤 자질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문태준=회원들 무관심이 팽배해 지면서 회비 납부율이 갈수록 떨어질 것입니다. 미국은 50% 이하이고, 일본은 간신히 50%를 넘어선 수준입니다. 앞으로 우리도 더 심해질 것입니다.

차기 의협 협회장 후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가장 먼저 전체 회원에게 희망을 주고, 단결시켜 공동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의협의 기구개편과 개혁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능력과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의사회원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인격을 갖춰야 하며, 정치권에서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넷째, 기구와 조직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조직을 관리한 경험이 있어야 정치권을 다룰 수 있습니다.  

다섯째, 추진력과 투명성ㆍ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이 2000년 의약분업 투쟁과 관련해 지난 2005년 9월 29일 투쟁에 앞장섰던 김재정 협회장을 비롯한 9인 인사들에게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한 것에 대해 <의협신문>에 4가지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먼저 9월 29일을 의사기념일로 정하고, '단결의 날'로 삼았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고민과 항쟁을 회고하고, 세미나 등을 통해 앞날을 다짐하는 날로 기념했으면 합니다.  

진료 거부를 금지한 비민주적이며, 의사의 권리를 극도로 제한한 악법을 폐기해야 합니다. 진료거부 금지를 규정한 악법은 세계 문명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민주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의료사고에 형사처벌을 가하는 법체계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의료정책연구소를 개편해서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환경, 식품, 인권 등 국민이 들을 만한 것들을 개발해 주장하고, 온 세상에 호소해야 합니다.

새 협회장은 차기 정권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학회와의 관계를 중요시해야 합니다. 의협이 개원의만을 위한 단체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사 전체를 위한 단체가 돼야 합니다. 차기 협회장이 다소 욕을 먹더라도 이것만은 시정해야 합니다.

▶주양자=약대 6년제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협에 돈을 더 내서라도 공무원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습니다. 약사들은 복지부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공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차기 협회장은 중대한 정책적 문제에 대해서는 고문단과 원로인사들과 밀접하게 의논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의협이 직접 나서기 곤란한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도 고문단에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 주기를 바랍니다.

요즘 들어 의협을 두고 개원의 단체라는 얘기를 하는데 차기 협회장은 회원들에게 싫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새로운 풍토를 마련해 주길 바랍니다.

앞으로 회비 낼 사람 없다고 하면 의협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의협의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비의사 출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정부와 정책적인 대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장은 회원이 싫다는 소리를 하더라도 나중엔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으리고 확신합니다.

▶박수성=화합해야 합니다. 개원의, 봉직의, 대학교수 등 이익이 다 다르지만 차기 의협 협회장은 다 통합해서 단결할 수 있는 한 덩어리로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학회와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짐으로써 의협을 하나의 큰 덩어리를 만들어야 무게도 있고, 포용력도 갖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제도 자체가 중임을 할 수 있는 직선제 구조이므로 현재로선 차차기 협회장을 뽑을 수 없습니다. 다음 번에는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정회는 여야 국회의원을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의협회장이 자리나 이름에 연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개원의, 교수, 병원의사를 한 덩어리로 만들지 못하면 회원 숫자만 많아지고 무게는 더 가벼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의협은 실질적인 알맹이가 있어야 합니다.

 

■ 권용진=2006년 선거는 의료계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의협이 차기 정권 창출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새로운 이합집산의 와중에서 얼마나 정치력 발휘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회원들은 여전히 무관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차기 협회장의 중요성에 대해 한마디 해 주신다면….

▶문태준=의협은 사면초가에 진퇴양난입니다. 이번 선거를 잘 못 치르면 패배한 측은 회비를 안 낼 가능성이 큽니다. 표가 많이 갈릴 것이고, 분열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통합하고 힘을 합해야만 합니다. 차기 협회장은 따라서 겸양과 머리 숙인 사람이어야 합니다.

▶주양자=의사들이 딱 뭉치면 어느 누가 무시하겠습니까?  

지난해 9월 김재정 협회장을 비롯한 의권투쟁 지도부의 대법원 판결 당시 회원들이 궐기를 해 줄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사들은 올라가면 내려오라고 야단입니다.

반면에 약사들은 하나가 뭐 하겠다고 하면 전체 구성원들에게 힘이 다 갑디다.

우리가 단결하면 차기 정권이 의료계에 도와달라고 할 것입니다. 의료계의 의견에 반하는 적도 포용하고, 전문가도 끌어들여야 합니다.

▶박수성=회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안 된다고 봅니다. 몸과 마음을 바쳐 희생을 해서 의협을 살리고, 의사 사회를 살리려는 굳은 마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협회장 자리를 노리는 것은 출발 자체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너도 나도 협회장 한 번 해 보겠다고 하면 그 혼란은 이만저만 아닐 것입니다.

 

■ 권용진=의협 협회장의 덕목으로 지혜·정의·절제·힘 등 여러가지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의료계 안팎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가장 적합한 협회장의 덕목을 꼽으신다면?

▶문태준=정직하고 투명해야 하지만 대외문제에 있어 정직과 투명만이 덕목은 아닙니다. 회원들에게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능력 있는 협회장이 선출되기를 바랍니다. 대한의사협회장은 능력도 없으면서 아무나 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주양자=신뢰가 있어야 회원이 따라 줍니다. 자기희생은 물론 귀는 열려 있어야 하며, 여러 개의 귀를 갖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박수성=의료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재주부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기희생을 하는 지성인, 자기희생을 하더라도 끌고 나가는 그런 사람이어야 합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희생도 하려고 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 권용진=자정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직선제에서는 자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태준=1978년 의협 회장에 취임한 후 1년 동안 40여명을 징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의료보험 부조리가 만연했는데 윤리위원회(신학진 위원장)에 맡겨서, 면허증 하나로 2곳에 개원한 사례에 대해 징계를 한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과다청구는 소신에 어긋난 행동이 아니라고 보고 징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소송도 있었지만 사회적 반응은 좋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의협의 징계권도 한계가 있습니다. 요새는 회비도 안 내면 연수를 안 받아도 된다며 오히려 잘 됐다고 하는 소리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 큰 일 입니다.

▶주양자=병협이나 의협의 큰 사고들을 보면서 내부구조를 단단히 하고, 허실되는 것들은 과감히 혁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수성=윤리적인 문제를 비롯해 반드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권용진=오랜 시간동안 귀중한 조언을 해 주신 원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이번 선거에 많은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여러 원로께서 지적해 주신 협회장의 덕목은 차기 선거의 귀한 잣대가 될 것입니다.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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