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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21:27 (목)
버려야 할 연민

버려야 할 연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1.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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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은경 광주 중앙소아과의원장 

사람 사는 세상이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번 보기가 괴로운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야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병원 문을 열고 있는 한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지고 병원을 지킨 햇수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에게 언짢아하는 횟수는 줄어간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니 누가 뭐래도 이건 순전히 스스로를 변화시켜 이루어낸 성과이다.

어쩌면 나이와 함께 예민함은 잃고 무감해진 것일지도 모르니, 성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저것이 힘든 삶에 찌들어서 저리 되었나보다, 안쓰러워하시고 젊은 날의 민감하던 나를 사랑하던 사람은 무디어져가는 내 모습을 안타까워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같은 처지의 동료·선후배들은 내공이 늘었다며 나를 기특해 한다.


얼마 전에 의사들을 위한 한 인터넷 공간에서 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글이 하나 있었다.


'삼천 원 받고 육, 칠천 원 청구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당당하게 내미는 환자의 엉덩이를 핥아줘야 한다. 그렇게는 안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을 보고 주위에 외제차 굴리는 동료들은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엉덩이를 향해 다가가는 사람들을 보고는 이제 드디어 세상을 안다고 한다' 


연상되는 상황은 괴롭고, 사용된 단어는 역겨워서 자세히 읽지 못했으니 정확한 문장을 기억할 수는 없다.지난 정권 때부터, 아니 강제로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던 시기부터 대한민국 의사들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번쯤 다시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 그 부푼 첫 마음으로 돌아가 보자. 남이 알아주든 아니든, 충분한 대가를 받든 못 받든 의사로 산다는 것은 정말 귀하고도 멋진 일이다. 3천원이라는 돈을 냈으니 너는 마땅히 나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난받아야 할 것은 그 사람의 천박함이지 당하는 사람의 존엄성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직업에 대한 긍지를 스스로 상처 내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지금 나에게 이럴 수가'라고 기회만 되면 소리를 지르는 어머니는 한없이 주위를 괴롭게 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고립되고 만다.


자기 연민도 지나치면 병이다. 세상천지에 자기가 들인 노력에 비해서 많은 대가를 받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 볼멘소리 하는 것은 이쯤해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의사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를 믿지 않는 국민을 설득하고 비뚤어진 정부를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우리 모두 더 많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자기 연민의 목소리로는 아무도 우리 편으로 만들지 못하고 코웃음밖에 얻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경험으로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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