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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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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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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실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06년 전공의 모집 지원 현황이 공개됐다.
예측한대로 외과계가 미달사태다. 특히 산부인과에는 정원의 60%밖에 지원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한명의 지원자도 없는 병원도 있고, 20%도 못 채운 대형 대학병원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다. 무엇보다 산부인과 환자의 절대숫자가 줄었다. 왜일까? 산부인과에서 진료할 질병이 줄었을까? 아니면 경제가 어려우니까 아파도 참는 것일까? 저출산시대를 맞아서 산부인과 분야의 고객이 많이 줄은 까닭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가까스로 정원을 채워도 많은 전공의들이 일년 동안에 이직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심신이 고달픈 일에 비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직종이다보니 더 의욕이 줄어드는 것 같다. 무엇보다 산부인과가 점점 영세해지고 수입이 감소해서 문을 닫는 선배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리라.


현대 사회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서 돈에 따라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수입이 좋은 마이너과를 선호하는 것이다. 사명감이나 의무감은 차선이다. 또 요즘 젊은이들은 참을성이 없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라도 짐을 쌀 용기가 있다.


얼마 전 어느 연수교육에서 한 경제학자가 통계자료를 보여주며 이제 산부인과는 바닥을 쳤다고 말해 눈이 번쩍 띄었다. 그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침체된 국내 경기가 소비위축을 가져왔고 당연히 의료소비도 감소된다고 했다.

2000년 8월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원가의 80%수준이라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에도 아직도 87.5% 수준이다. 그리고 의사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는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산부인과를 살릴 방법은 없을까? 먼저 정부차원에서 처음부터 너무 낮게 책정된 의료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해서 개원의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고, 전공의들에게는 수련의 보조수당 등을 지급해서 의욕을 살려 주면서,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해서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줘야 한다. 가끔 대학병원의 엘리베이터에 기대 졸고 있는 전공의를 발견할 때면 가슴 속이 찡해온다.


주5일제 실시로 금요일이면 유흥가가 떠들석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고속도로 정체를 이룬다. 그러나 의사들은 어떤가. 추가 수당도 없이 야간진료를 하고 일요일 없이 근무한다. 그러면 의사는 언제 휴식을 취하고 언제 재충전을 한단 말인가.


최근 대전협은 주 80시간이하 근무조건을 현실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직종에서는 40시간도 많다고 하는데, 그 두 배인 80시간만 되어도 고맙다는 형편이다. 


앞으로 전공의들은 저출산으로 산모가 적으니 분만을 익힐 기회가 없고 그나마 산부인과 전문의가 줄어드니 얼마 안가서 아기를 낳으려면 외국으로 나가야 될 것 같다. 다른 나라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안심하고 출산을 맡길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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