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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지혜

유대인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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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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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 대한전공의협의회 복지이사

하고픈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이스라엘 국회에서 있었던 투표 일화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2차 대전 후 전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모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 지고 이삼십 년이 흐른 시절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 국회에서의 연설까지 요구를 하였다.

대다수 이스라엘 국민들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치하에서 갖은 수모를 겪은 터라 자신들의 국회 안에서 나치의 후손이 연설을 한다는 것을 반가워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강대국 독일의 총리가 요구하는 것이니 외교나 정치적으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독일 총리의 방문이 가까워 오자 이스라엘의 국회의원들은 독일 총리의 국회 내 연설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투표는 끝이 나고 개표를 하였는데, 이게 왠 일인가? 이스라엘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한 것도 놀라운데 독일 총리의 국회 내 연설에 모두가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국회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축하의 박수를 보내었다. 이스라엘에서는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 또는 반대할 경우 부결처리 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독일 총리의 연설은 부결됐음을 공포하였다. 

아! 이 얼마나 멋지고 가슴 뭉클한 일화인가? 이것은 외교의 승리를 넘어 그들 유대인들의 지혜를 세상에 알리는 일화가 되었다.

이제 하고픈 이야기를 꺼내자면, 때는 바야흐로 대한의사제국시대, 국왕을 선출하는 선거가 가까워 지자 국민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5년 이상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았던 법조항을 바꿔 보자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리하여 이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전국 각 지역의 대표들이 모여 세금 미납 연수의 조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투표를 하기로 하였다.

현 국왕이 "현재 5년 이상의 세금 미납자는 국왕 선거권이 제한되어 있는데 전국민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세금 미납년수를 줄이는데 찬성하십니까?"하고 표결안을 물었다.

그러자 대다수 지역 대표들은 옳은 일이라고 찬성표를 던졌고 세금 미납 연수를 줄이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이제 국왕은 그럼 세금 미납 연수를 몇 년으로 조정할까를 표결안으로 상정하였다. 1번은 4년, 2번은 3년, 3번은 2년, 4번은 1년이었다.

"자 이제 원하는 번호에 투표를 해주십시요?"하고 국왕의 발언이 있자 갑자기 자리에 앉아 있던 지역 대표들이 하나, 둘 자리를 일어서는 게 아닌가?

"화장실을 가나?"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대부분의 지역 대표들은 회의장을 떠나 화장실도 가지 않고 밖에서 '안에는 누가 있나?' 하고 쳐다보며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이 가고 두 시간이 가고 세 시간이 갔다. 결국 정족수 미달로 이번 표결안은 부결되었음을 공포하고 모두 자리를 떠났다.

밖에 있던 지역 대표들도 기쁨의 미소를 감추고 룰루랄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두 가지 일화를 바라보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스라엘이 아닌 이곳 대한의사제국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부끄럽고 비참하였다.

국왕과 지역 대표들은 나 같은 민초들이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학식과 지위를 가지신 분들인데 이 분들이 무슨 큰 뜻이 있기에 이런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몸소 보여 주셨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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