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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국익 저울질할 일 아니다
윤리와 국익 저울질할 일 아니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11.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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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제공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건 일견 타당해 보인다.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밝힌 대로 '난자 제공자'들은 8~10일 동안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맞고 가벼운 마취까지 하는 등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게 어쩌면 도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난자채취 과정에 '보상'이란 개념이 끼어들면 안 된다.단순히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하나는 보상금 지급이 그들을 '난자 기증자'가 아닌 '난자 제공자'로 만든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윤리와 국익을 놓고 저울질하는 국민의 윤리적 마인드를 어린아이 수준에 머무르게 한다는 점이다.

난자 제공(기증)에 보상이 뒤따르면 경제적인 약자들이 난자 제공에 몰려들 소지가 크다.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황우석 박사의 연구원 중 한 사람이 난자를 제공했다는 것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난자를 기증한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의 기증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양한 주사제에다 긴 침이 질 속으로 들어와 난자를 채취해가는 과정은 분명 많은 여성들에게 기꺼운 것이 못 된다.따라서 난자를 기증하는 여성의 냉철한 판단에 의해서만 난자를 '기증'할 수 있도록 제도·윤리적인 토대를 갖춰야 한다.황우석 교수는 이참에 윤리적으로 털 것은 확실히 털고 가야 옳다.

황우석 살리기에 급급한 것도 문제다.노 이사장은 "보상금 지급 문제는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 일"이라며 법망을 피해갔지만 아다시피 이번 일은 불법여부보다는 윤리성 여부가 문제 아닌가.

일각에서는 난자채취 과정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국제적 시각이 이제 막 바이오 강국으로 떠오른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한다.기독교 문화와는 별개인 '한국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러나 정확히 짚고가자.국익은 국익이고 윤리는 윤리다.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을 선점하는 기회를 제대로 지켜가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윤리적인 정당성도 어느 정도는 부여받아야 한다.황 교수의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실렸을 때는 국제사회에서 인정해줬다고 흥분해놓고 국제사회에서 윤리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을 매도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번 사안을 놓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한국생명윤리학회는 말을 아꼈다.사실 여부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궤도를 이탈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망설임은 원칙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윤리적인 원칙을 내세워 가릴 것은 가리자.난자기증재단 출범과 맞춰 제대로 된 윤리적 원칙이 세워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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