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는 위암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몇년전 등장과 동시에 멸종 위기에 몰린 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의 54.3%가 헬리코박터에 감염돼 있지만, 감염자 중 0.8%에도 못미치는 소수에게서만 위암이 발병했을 뿐이다.
저자는 "이봐, 난 옛날부터 너희들과 함께 잘살고 있었다고!"하는 헬리코박터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인다.
서 민 단국의대 기생충학 교수는 최근 용감하게도(?) '헬리코박터는 위암과 상관없다!'는 부제를 가진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란 책을 펴냈다.
요즘엔 숨겨진 사실을 폭로하는 책들이 대유행이다보니 건강 관련 폭로 서적들이 많이 나왔지만, 우리가 당연시 받아들이는 정학(?)의 허점에 칼을 들이대고 상업적 목적에 의해 과대포장된 각종 의학적 상식 및 상품 등의 허구를 낱낱히 설명해 놓다 보니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게다가 서 민 교수의 맛깔스런 글솜씨야 <기생충의 변명><대통령과 기생충> 등 몇 권의 전작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상태이므로 더 설명이 필요없을 듯하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친 설명과 과장이 없지 않으나, 오해를 바로잡는 데는 약간의 과장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임을 독자들도 십분 이해할 것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환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의료계 정보 ▲음지의 질환 ▲올바르게 사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그는 3부에서 PPA 파동·제왕절개·포경수술 등 의료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의사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솔직하게 사건의 전말을 술술 풀어냄으로써 오히려 독자를 잡아끄는 그의 특기를 십분 발휘했다.
'인기과의 명암','의료소송','탈모 그 슬픔과 대안','냄새','설사 생각','정력제(19세)','콘돔을 쓰자','헬리코박터가 유죄인가?' 등 각 단락들의 제목만 봐도 책의 재미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