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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스트 수련병원 발표는 정말 워스트한가?
워스트 수련병원 발표는 정말 워스트한가?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08.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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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최근 '워스트 수련병원 5곳'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각 수련병원 관계자들은 드러내 놓고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기도 하고 내색은 않지만 워스트 수련병원 명단에 자신의 병원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다.

몇몇 수련병원 관계자들은 "전공의협의회가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니냐"라거나 또는 "사전에 발표를 하지 않기로 약속해서 병협의 수련병원 실태조사에 참여시켜 줬는데 약속을 어겼다"며 발끈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전협의 입장은 수련병원 관계자들의 이런 인식과는 차이가 크다. 대전협은 협의회가 "막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태조사 결과 수련병원들의 수련환경 개선의지가 오히려 제자리 걸음이라는 입장이다.

대전협은 이번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 전공의의 수련환경이 매우 열악한 정도를 넘어 중소병원급 수련병원들 중 몇몇은 수련병원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태조사에 참가한 대전협 관계자는 중소병원 뿐 아니라 의대 부속병원까지도 가건물의 창고같은 곳을 전공의들의 숙소로 사용하는가 하면 여전히 남녀 당직실의 구분이 없고 휴가 역시 병협과 합의한 10일은 고사하고 1주일이라도 제대로 다녀오는 케이스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련환경 뿐 아니라 기본적인 수련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수련병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수련환경의 열악함이야 막말로 참아내면 된다지만 수련 프로그램의 미비는 양질의 의사를 만들어 내기 위한 현 수련시스템의 큰 구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공의들의 학회 참여를 어렵게 한다든지, 수련교육과 관련된 진료과목을 외래에 개설만 해 놓고 수련의들을 응급실 당직의로 소위 '돌리는' 등의 편법은 의료계가 나서서 엄격히 막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전공의 시기를 배고프고 열악하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한번쯤 겪고 넘어가는 추억의 시기가 아니라 사실상의 의사를 만들어 내는 실질적인 핵심과정으로 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 의료계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전공의들의 처우개선 정도로 인식하지 말고 세계에서 경쟁력있는 양질의 의사인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그 개선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워스트 수련병원 발표가 베스트 수련환경을 만들기 위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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