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어떤 기관이나 조직에서, 만성자극에 의하여 결합조직이 증식하여 흉터가 만들어지고 세포가 위축되어 딱딱하게 축소되는 병적상태를 '경화' 혹은 '경화증'이라 한다.
영어 대응어는 'sclerosis'혹은 의미의 차이가 약간 있지만 'cirrhosis'이다. 이에 대해 콜라젠섬유(아교질이라고도 썼는데, 최신 교육부 교과서 편수재료에서는 콜라젠으로 되어있다)를 형성하는 섬유조직의 증식을 '섬유증(fibrosis)'이라고 한다.
'섬유증'과 '경화증'은 모두 '증'으로 끝나지만 섬유증에서의 '증'은 섬유의 병적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반해, 경화증의 경우는 '경화'만으로도 충분히 뜻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경화'는 딱딱해지는 일반적인 현상, 즉 영어로 'hardening, induration, consolidation'등을 다 나타내기 때문에 이것 역시 '경화증'으로 구별해서 써야 한다. 즉 간경화증을 '간경화'로 써서는 안된다.
경색과 경색증도 의미가 완전히 다른데 '경색(infarct)'은 혈액공급이 차단되어 죽은 조직,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 대해, '경색증(infarction)'은 혈액공급의 차단으로 조직이 죽는 현상을 말한다. 즉, 하나는 병명이고, 또 하나는 죽은 조직이다.
예컨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다'라는 말은 옳지만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는 틀린 표현이다. 이와같이 '증'은 병적일때만 쓰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밤에 정상적으로 오줌을 누는 것은 '야간뇨(urination during night)'라 하지만, 야간에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싸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뇨증(nocturnal enuresis)이라 하고 야간에 오줌을 너무 자주 누는 것은 'nocturia'라 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현재 의협용어집에는 '야간뇨'로 되어있으나, 'nocturnal enuresis'와 구별하기 위하여 '야간빈뇨증'이 적당한 대응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