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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계층 돌보는 것은 내 삶의 이유
소외된 계층 돌보는 것은 내 삶의 이유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8.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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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언휘종합내과 박언휘 원장

울릉도가 고향인 박언휘 원장은 어릴 때부터 의사의 꿈을 키웠다. 몸이 너무 약해서 거의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고,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막연히 의사의 꿈을 키우면서 가장 닮고 싶었던 인물은 바로 슈바이처. 장애인 단체가 개최하는 행사에서 어김없이 얼굴을 볼 수 있는 의사로, 소외된 계층을 돌보는 일이 삶의 이유라고 말하는 박언휘 원장을 만나본다.

 

▲ 박언휘 원장

■ 나를 위해 시작된 봉사는 高生

"울릉도는 한마디로 의료 사각지대였어요. 의료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셈이죠. 맹장염으로 죽어나가는 사람도 부지기수고. 그 때 병원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서 막연히 의사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박언휘 원장이 하는 모든 일이 자신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울릉도에서 살았으며 지독하게 아팠었고,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매우 건강한 편이다.

아프지 않을 수 있는 방법, 곧 치료에 대해 알고 싶었고 보통 사람들이 하는 평범한 놀이에서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주립대 부속병원에서 내분비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재미있는' 일을 실천해 나가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대학교 재학 시절 정부에서 받은 장학금에 대한 답례로, 경북 성주와 청도 보건소에 파견됐다. 흔히들 말하는 나환자촌,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 때 멀리 독일에서 와 봉사하고 있는 외국인 의사를 보았고 떨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자신보다 부족한 이들에게 월급을 모아 계란 한판을 사다 나를 수 있는 용기 또한 이 때부터 생겨났다.

박 원장은 그 시절을 추억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생활을 부딪쳐 체험한 것은 그야말로 '높을 고'자의 '高'생이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독특한 이름을 기억하고 개원을 축하하며 찾아와 주는 이들이 마냥 반가운 이유다.

 

■ 진정한 이웃사랑 실천

박 원장은 1996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빈민가 교회를 방문해 일주일에 한번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그 때 교회조차 나올 수 없는 이들,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에게 눈이 갔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망설임 없이 그들을 위한 정기 진료를 시작했다. 의사로서 의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 바로 어릴 때부터 꿈꿔온 그 일을 실현한다는 기쁨이 더 컸던 까닭이다.

"장애우들은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방문 진료를 하고 있어요. 진료보다도 그들이 가장 바라는 건 어쩌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퇴근 후에도 꾸준히 방문 진료를 하고자 합니다."

박 원장은 현재 장애인 협회를 포함해 대구 곰두리 봉사단체 의료봉사단장, 대구 가정법률상담소 의료고문, 한국 SOS 어린이 마을 주치의, 달서구 여성인력개발원 이사, 대구광역시 교도소 교화위원, 노년자원봉사센터 대구지부 이사로 활동하는 등 많은 봉사단체에 몸담고 있으며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커다란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슈바이처를 떠올리며 아프리카 같은 오지로 떠나볼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의료 사각지대는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 비해 열악한 한국의 의료 환경을 떠올리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내 이웃을 돕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원장은 한국 SOS 어린이 마을의 경우처럼, 단순한 복지 시설에 의료를 도입하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방문 진료를 한다.

평소에 장애우들을 접하며 느낀 점을 기억해두고, 장애우들을 위한 위원회를 발족해 지도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대구시 장애인 협회다. 박 원장은 지금 매년 여름 장애인 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3박 4일간의 장애인 캠프를 기다리고 있다.

 

■ 열린 병원, 그래서 더 인간적인

"한국 의료는 너무 이분화되어 있어요. 제대로 된 진료를 위해, 의료계의 일원화를 위해 노력할 겁니다."

가끔 출강하는 박 원장은 한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양학을 접목해 가르치며,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라고 충고한다. 또 여성이 가져야 할 가치관과 남과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마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고자 출강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5월 중순 개원한 박언휘 종합내과는 170여 평의 규모와 장애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가득했다. 좋은 일 하면서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오해도 사라졌지만, 어쨌든 이제는 내 병원에서 내 의지대로 환자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하루하루 힘든 줄을 모른다.

장애우들이 방문할 것을 대비해 입구를 넓히고 진료대, 침대나 기타 시설 등을 특수 제작했으며 모든 문턱을 없앴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는 꽤 감각적이다.

"장애우들에게 열린 병원, 내 마음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병원이 됐으면 해요. 궁극적으로는 규모 있는 복지 법인을 설립하고 싶어요. 사회 환원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암튼 막연했던 꿈을 구체화 시키는 일이 되겠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고. 꼭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점점 개인적이고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는 박 원장은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허점을 보이려 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 살았지만, 개인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진료를 할 때 그 사람이 누구든 되도록 편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봉사라기보다는 의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내가 없으면 안 되겠다 싶은 곳을 찾아가는 것  뿐이죠. 후배들 역시 의료 플러스 알파가 가능한 전문의들로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평상복이자 진료복을 입은 채로 한껏 미소를 짓는 박 원장의 당부에 힘이 실렸다.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여분의 힘을 나누어주셨다는 박 원장. 위인전 한 권에 감명을 받아 제2의, 제3의 슈바이처가 탄생하듯,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박 원장을 보면서도 마음을 다해 남을 도울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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