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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2가 아니라 '무한'이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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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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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부부의원 곽병은 원장


'갈거리 사랑촌'이라는 장애인 및 독거 노인들을 위한 생활보호시설에서 시작해 현재 강원도 원주시에 무료급식소인 '십시일반', 노숙인 쉼터 및 상담소, 빈곤층 재활 '프로그램, 출소자 지원사업, 장학사업 등의 복지사업이 확대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사람·소외계층을 위한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 사람·바로 6월에 보건'복지부가 '이달의 자랑스러운 복지인'으로 선정한 곽병은 원장이다.
 

▲ 곽병은 원장

■ 점심식사는 무료급식소에서

곽병은 원장은 매일 12시면 원주 시내에 있는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원주시에 거주하는 영세 독거 노인 및 노숙인·장애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십시일반'이다. 1997년 12월에 곽 원장이 설립한 '십시일반'은 마찬가지로 그가 설립한 '갈거리 사랑촌'에서 확장된 활동이다.

'갈거리 사랑촌'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자활공동체를 이뤄 생활할 수 있도록 그들을 보호하는 시설로서, 1991년 8월에 민간 복지시설로 설립되었다. 군의관 시절부터 원주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을 비롯해 의료시설이 없는 외딴 마을과 교도소 등지에서 의료봉사를 해 오던 곽 원장은 1989년 원주 시내에 병원을 개업했고, 1년 후에 바로 노인 복지 시설을 위한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다시 1년 후인 1991년에 '갈거리 사랑촌'을 설립했다. 개원 2년 만에 노인 복지 시설을 설립했다고 하니, 그 비용을 어떻게 다 충당했을까 궁금했는데, 곽 원장의 답변은 설립 과정만큼이나 간단했다.

"원래는 은퇴 후에 시작하려고 했는데, 꼭 돈을 많이 모아서 시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땅을 사 두었으니 초라한 시골집에서라도 작게 시작하자는 결심을 하고, 마침 원주 교도소 의무과장을 겸직하고 있어서 그 월급으로 '갈거리 사랑촌'을 지원하게 되었죠."

 

■ 나눔의 행복에 대한 회상

'갈거리 사랑촌' 사람들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이용자로 들어왔다가 후원자나 봉사자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십시일반'도 '갈거리 사랑촌' 사람들의 나눔에서 시작되었다. 곽병은 의원은 '십시일반'을 시작하던 즈음의 감동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성탄과 연말연시가 되면 양로원·고아원 등의 복지시설마다 방문객의 수가 늘고, 먹을 것 입을 것 등 여러 가지 선물이 많이 쌓이게 되는데, '갈거리 사랑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근처 마을에 홀로 사는 노인과 다른 복지시설, 교도소 제소자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곤 했고, '갈거리 사랑촌'에서 재배한 농산물도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것이 무료급식소인 '십시일반'을 설립한 동기가 되었지요. '갈거리 사랑촌' 사람들은 보호를 받고 있는 자신들이 절약하고 생산한 것으로 더 배고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깨닫고 행복해 했습니다."

구걸을 해서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한 할아버지 한 분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하루는 봉사자 한 분이 할아버지 한 분을 모시고 왔어요. 꼽추인 할머니와 살면서 구걸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던 할아버지였는데, 수전증이 있어서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야만 일어설 수 있었던 분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밤 함께 자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일어설 수가 없어서 사흘 내내 죽은 할머니 옆에 누워 계신 걸 봉사자가 발견한 거죠. 그 할아버지는 '갈거리 사랑촌'에서 1년간 생활하시다가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하고 돌아가셨어요. 시설 이용자들 중 기억에 많이 남는 분입니다."

 

■ 아버지라는 멘토가 있었기에

30년이 넘도록 봉사활동을 해 온 곽병은 원장이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의 길을 택하도록 만든 멘토가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이다. 서울 현저병원의 의사였던 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곽 원장은 자신도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물론 고등학생 때 까지는 '돕는다'는 개념이 구체적이지는 않았어요. 대학에 남아 인류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 정도였지요."  이렇게 소기의 뜻을 품고 의대를 지원한 터라 학생 때부터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했다.

"의대 학생 중에는 저와 같은 결심을 하고 의사의 길을 택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뜻은 사그러들게 되지요.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어렵고 힘든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봉사는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포기한다는 건 오히려 욕심일 수 있어요."

그의 멘토였던 아버지 역시 곽 원장이 복지사업에만 신경을 쓰느라 가족에게 소홀해지지 않을까 걱정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곽 원장은 아내와 합의한 사항이 있다. '보통의 의사 생활'은 유지하자는 것. 가족의 안정과 행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심을 잃지 않게 해 준 심지 곽'S 이론

곽병은 원장은 현재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데,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에 대한 자신의 신념인 '곽's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곽's 이론'이란 봉사에 있어서 '1+1은 2가 아니라는 것, 내가 나눈 마음과 기부한 성금이 그 만큼의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 1+1은 무한대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곽 원장 자신이 만든 개념이다. 또한 곽 원장은 '봉사는 작게 또 쉽게'를 강조한다.

"'갈거리 사랑촌'은 1996년에 천주교 원주교구 사회복지회에 기증했습니다. '십시일반'도 이제 규모를 줄이려고 합니다. 규모가 커지다 보면 봉사가 아닌 사업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초심을 잃기 쉽죠. '나 아니면 안 된다', '내가 모두 구제하겠다' 식의 욕심을 버려야 해요. 내가 다 할 필요는 없거든요. 규모가 작더라도 여러 사람이 곳곳에서 봉사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도, 후원자나 후원단체가 많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그가 앞선 복지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의협신문에 소개되는 기사를 읽고 나눔에 뜻을 가진 의사들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미뤄왔던  봉사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랍니다. 욕심을 버린다면 필요한 건 마음뿐입니다." 이런 곽 원장의 호소가 원주 지역 의사들에게는 이미 전해졌는지 앞으로 무료진료 활동을 같이 하겠다고 밝힌 동료들이 많단다. 그래서 곧 무료진료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곽 원장은 이 계획 역시 간단하게 설명한다.

"무료급식소나 십시일반 사무실을 진료소로 쓰면 되니까 준비는 다 된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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