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5년 성적표 '줄줄이 F'
의약분업 5년 성적표 '줄줄이 F'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5.07.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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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분업 5년 평가' 포럼
"돈 더들고 불편...객관적 평가 통해 개선해야"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제도) 시행 5년의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민은 돈은 더 내면서도 불편도의 증가에 따른 조제포기나 적시투약을 받지 못해 오히려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 규제의 미비로 약사들의 의약품 오용문제를 의약분업 시행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김건상·중앙의대 교수)가 연구소 출범 3년을 기념해 마련한 '의약분업 5년 평가'를 주제로 제14차 의료정책포럼을 열고 의약분업 시행 5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포럼은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렸음에도 의약분업 투쟁을 이끌었던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위원들과 전·현직 의사회 임원들이 대거 참석,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정리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정책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상혁 교수(이화여대 예방의학과)는 '의료정책적 입장에서의 재조명'을 통해 "의약분업은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보험진료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의 향상이나 국민의료비 절감·의약사의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실증적·이론적 증거자료가 거의 전무하다"며 "순기능은 거의 없고, 비용·불편만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약사들의 불법적인 임의진단 및 처방에 따른 의약품 조제나 판매를 근절하지 않고는 의약분업이라는 제도의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며 "약사들의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를 약사법이 아닌 의료법에 의해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 불편해소를 위한 가정상비약품에 대한 슈퍼판매를 허용 ▲노약자·소아·육체 및 정신장애인 등에 대한 예외 인정 ▲의약분업 예외 지역 축소 등을 제시했다.

정천기 교수(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는 '정부 공약사항은 제대로 이행되었는가?' 주제발표를 통해 "의사들이 조제권을 양보하는 대신 처방권을 담보하고, 경제적 손해를 만회하고자 극단적인 파업을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은 불법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가 폭넓게 이뤄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정착됐다"고 개탄했다. 정 교수는 "'先 도입, 後 보완'을 약속하면서 제안된 '의(약)정 합의안' 중 의대 정원 10% 감축을 제외하고는 이행된 것이 전무하다"며 "정부는 애초에 의약단체를 달래어 제도를 도입하는데 급급했지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의료전문직의 경제적 토대에 대한 위협과 직업적 자존심의 훼손 등의 위기의식이라는 단결의 동인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다른 계기로 불씨가 지펴진다면 언젠가는 이러한 극단적인 행동이 재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의료파업으로 인한 의사-환자간의 관계 손상이 가장 치명적"이라며 "아무리 주장하는 바가 옳더라도 정책참여과정에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균섭 교수는 '약리학적 입장에서의 재조명'을 통해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청·심사평가원 등 의약품 DB가 제 각각일 정도로 국가 관리 의약품 정보가 부실하다"며 "전문·일반 의약품의 개념이 불확실하고, 함량별 분류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의약품 분류시에도 전문성이 결여된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분류작업이 이뤄졌다"며 의약품 분류단계에서부터 부실문제를 안고 있었음을 지적한 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성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원칙없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배 교수는 특히 "병원 의료서비스 평가시 약제팀 항목으로 분류돼 있는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TDM)'은 약료의 습득 및 실현 도구로 전락되고 있다"며 "약제팀으로 배정돼 있는 평가항목을 임상약리학이나 진단검사의학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청토론에 나선 정우진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는 의약분업의 효과는 없거나 모르고, 제도 시행을 위해 20조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임의조제 환자가 의료기관 외래로 이동하지 않았으므로 효과성·효율성·형평성을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의약분업을 계승한 정치세력이 행정·정치를 장악하고 있는한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정세를 판단했다. 정 교수는 이와 함께 "앞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언론에서 정책의제로 다룰 가능성이 있으므로 불법 행위의 해악을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새로운 변화에 국민이 순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성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강행한 만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수련 및 신임평가위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3의 기구로 이관함으로써 저급한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의약분업 당시 시민단체가 중재자의 역할을 버리고 의료계를 말초적이고 도덕적으로 비난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상임위원은 "누가 잘못했고, 잘했냐를 따져 비난하기 보다는 지역 의약협력위원회를 통해 민간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역 의약협력위를 통해 자발적으로 임의조제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재찬 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의약분업평가위원회를 통해 의약분업제도를 포괄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라며 "위원회에서 평가방법과 내용을 결정하고, 정부는 행정적인 뒷받침만 하고 있으므로 긍정적으로 검토해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양동 의료와사회포럼 공동대표는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이 추가부담하는 금액이 1999~2004년까지 21조3214억원에 달하고 있고, 약국에서의 임의조제 금지 원칙이 유명무실해졌으므로 현행 제도는 지속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실거래가상환제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조제료를 폐기해야 한다"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OTC의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공동대표는 "중앙집중식의 획일적인 복지정책은 복지수준의 하향평준화를 야기하기 십상"이라며 "자율과 자치에 기초한 지역공동체 단위의 시스템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오 의협 의무이사는 "조제위임제도 시행 이후 5년 동안 국민의료비에서 불필요한 조제료만 9조1107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과학적으로 재평가해 국민의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책대안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평가를 받아야할 정부가 '의약분업평가 및 발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주도하는 '범국민조제위임제도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재평가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허대석 교수(서울의대 내과)는 "의료는 의료계 뿐 아니라 국민·정치권·시민사회단체·학계 등의 모두 참여하는 '단체경기'"라며 "내 것만 주장해서는 안되고, 환자·국민의 입장에서 파트너십을 형성해 합의된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고 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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