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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현악4중주 행복합니다"
"의사들의 현악4중주 행복합니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5.06.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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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주회 가진 닥터스 스트링콰르텟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영화 '여인의 향기'에 삽입된 'Por Una Cabeza' 연주가 끝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연신 브라보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흰색 연미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네 명의 연주자들은 행복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했다.그 동안 바쁜 일정 속에서도 땀흘려 열심히 연습한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닥터스 스트링콰르텟, 관객들을 향한 그들의 첫 '인사'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닥터스 스트링콰르텟의 탄생

닥터스 스트링콰르텟을 우리 말로 하면 '의사들의 현악4중주'다. 닥터스 스트링콰르텟의 탄생은 이건일 제1바이올린 주자(41·인치과 원장), 이인식 제2 바이올린 주자(40·명동밝은세상안과 원장), 진 훈 비올라 주자(40·BK 성형외과 공동원장), 용태순 첼로 주자(47·연세의대 기생충학 교수)가 모여 의기투합한 결과다.

"솔로보다 힘든 게 콰르텟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을 조직하는 경우는 많지만 콰르텟은 거의 없습니다. 우수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가가 서로 만나기 쉽지 않은 데다가 연주가들의 실력이 비슷해야 훌륭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거든요."(이인식)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이들의 만남은 이들이 의대 예과 1학년생일 때부터 시작됐다.

"저희 멤버 중 세 명은 오랜 역사와 실력을 자랑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세브란스 오케스트라' 출신입니다.연주 실력이 뛰어난 두 친구들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작업으로 오케스트라 선배들의 모임에 데려갔던 게 오늘의 닥터스 콰르텟을 있게 한 계기가 됐다고 할까요?"(용태순)

이렇게 해서 네 명의 연주자들은 학창시절 6년 동안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지만, 다시 모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의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가고 수련의 시절을 지내면서 각자의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40세가 넘은 중년이 돼서야 삶의 여유를 찾은 이들은 음악하는 즐거움을 잊지 못하고 서로를 찾아 다시 뭉쳤다.

그 과정에서 서울치대의 연합 오케스트라인 '덴탈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지낸 이건일 씨와 세브란스 오케스트라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용태순 교수를 영입, 2002년 닥터스 스트링 콰르텟이 탄생했다.

"통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는 법인가 봅니다.비록 이 분들과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이유로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졸업 후엔 한국아마추어페스티발앙상블(KAFE)에서 만나 연주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마침 서로 뜻이 맞아 닥터스 콰르텟에 치과의사인 제가 포함이 된 거죠."(이건일)

▲ 학창시절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지만 각자의 생활을 위해 헤어졌다가 40세를 넘긴 중년이 되어 삶의 여유를 찾은 이들은 음악의 즐거움을 잊지못해 다시 뭉쳤다.연주회를 앞두고 진지한 모습으로 연습에 열중인 닥터스 스트링콰르텟 멤버들.왼쪽부터 이건일(제1바이올린)·이인식(제2바이올린)·용태순(첼로)·진 훈(비올라)원장

 

■ 첫 인사니만큼 진지하게

연주를 앞둔 멤버들은 마음은 바빴다.한 달에 한번씩 하던 연습을 매일 해야했고, 자연스레 다른 일들은 뒤로 미뤄졌다.덕분에 단골 연습실인 명동 밝은세상안과는 밤새 불이 꺼질 줄 몰랐다.

"악기 연주도 연주지만 밤 늦게까지 연습한 후 회포를 푸는 술자리의 매력도 무시할 순 없죠. 제가 제일 막내이다 보니 연주하면서 평소에 선배들에게 지적하지 못했던 것을 술자리에서 얘기하죠. 얼추 취기가 돌았을 땐 모두들 마음이 너그러워져서인지 귀엽게 봐주거든요."(진 훈)

처음엔 그저 음악이 좋아 취미생활로 악기 연주를 시작했지만, 차츰 욕심과 목표가 생겼다.

"한 달에 한 번 갖는 모임시간에도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연주 활동에 점점 안일해지는 것 같아 연주회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마추어 콰르텟이 정식 연주회를 갖는 경우가 드물어 사람들의 기대가 큰 만큼, 연주회를 앞두고 많이 긴장되던걸요."(이인식)

첫 연주회답게 '인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번 연주회에선 폭발적인 사운드가 매력인 그리그 현악4중주 1악장, 따뜻한 분위기의 시작부분 때문에 '인사'라고 이름 붙여진 베토벤 현악4중주 2번, 개척시대 미국인의 감성을 담은 드보르작 현악4중주 12번 '아메리칸' 등을 선보였다.

"아무래도 레퍼토리를 선정하는 데 제일 신경이 쓰였죠.첫 연주회니만큼 아마추어라도 진지한 음악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네 명의 연주자들이 모두 흥겹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어야 했고요.물론 듣는 사람이 재밌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선정 기준 중에 하나였습니다."(이인식)

 

■ 연주회 대성황…연주자들 땀방울 더욱 값져

"처음 연주회를 기획할 때의 의도는 부모와 아이가 손 잡고 찾아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음악을 즐겼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뜻대로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에 너무 많이 알려져 관객들이 실망할까봐 걱정이라는 멤버들의 기우와는 달리 연주회가 열린 금호 리사이틀홀은 연주회를 보러 온 사람들로 입구까지 빼곡히 찼다.연주회가 끝나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행복한 얼굴은 정통 현악4중주 연주곡에서부터 G선상의 아리아 등 대중적인 곡까지 훌륭하게 소화해 낸 연주자들의 땀방울을 더욱 값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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