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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디딤돌과 걸림돌 - 2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디딤돌과 걸림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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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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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 난치병치료의 걸림돌 부시정부

세계 의학계에 대한 한국연구의 희소식과 때를 같이해 부시의 배아줄기세포연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공화당)이 지배하는 미국연방하원은 5월 24일 50명의 여당의원이 가담한 가운데 238대 194표로 '배아줄기세포연구 규제완화법안'을 통과시켰다.

2001년 부시는 이미 만들어진 소수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만을 승인하고, 이것 이외의 연구를 위한 연방정부 예산의 지출을 금지시킨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에 새로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금지규제를 크게 완화시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증진하려는 내용이다.

새 법안통과는 "난치병치료에 크게 기대되는 배아줄기세포연구를 하루라도 지연시킬 수 없다"는 학계와 환자들 주장에 귀담은 결과라 하겠으며, 기존의 오래된 배아줄기세포로는 연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연구가들의 합치된 견해이다.  

투표를 앞둔 상원에서도 많은 공화당의원이 동조하고 있으며,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 스펙터 상원의원(공화당)은 임파암종에 걸린 환자로 민주당과 손잡고 상원통과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은 치매퇴치를 위한 줄기세포연구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암 환자 스펙터 의원도 신념을 갖고 새 법안을 통한 의학연구를 역설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여당 의원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한국연구도 언급하면서 "생명(수정난자)을 파괴하는 연구에 국민세금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를 허용하는 어떠한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하원 찬성표를 합쳐도 거부권 반대에 필요한 2/3 다수표 확보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에서 부시의 의료정책 입안자이자 공화당내 지도자 닥터 프리스트의 중개역량이 크게 주목된다. 닥터 프리스트는 "상원 상정과 표결날짜를 정하지 않았으며, 배아줄기세포 법안토론을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배아줄기세포증진법안의 상원처리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닥터  프리스트는 2001년도에도 부시의 뜻을 받들어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제한하는 법안통과에 앞장섰다. 2008년 대통령 출마를 앞두고 있는 그로서는 부시의 협력이 가장 중대한지라 그의 눈치만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플로리다의 식물인간 샤이보사건에서도 부시와 보수파편을 들어 지식인의 실망을 산 적이 있는 프리스트지만, 이번 경우는 특히 의학도로서 부시를 설득해야할 입장에 놓여있고, 이 일은 다음의 '대통령 만들기 이미지 형성'과 직결된지라 신중을 기하는 느낌이다.

다수 국민과 의학계가 지지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규제 완화법 통과에 대해 만일 그가 부시의 거부권을 견제하지 못하고 추종한다는 것은 대선후보인 그에게 치명적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고 볼 일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연구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세계화와 난치병 해결의 디딤돌이라면, 부시의 거부권 위협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생명윤리 극단파 부시  

민주제도는 다수표를 존중하는 정치제도이고, 마찬가지로 생명윤리문제도 다수의견에 따라야 마땅하다.

종교를 들어 수혈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을 의사로 받아들여서는 안되고,  또한 국가유사시 징집을 거부하는 그들이 국가지도자가 될 수 없음은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광신자 크리스천 집단인 원리주의 보수파에 속해서 완고한 프로-라이프(생명 중시 사상)를 고집하고, 학계와 대다수 국민의견을 무시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이것 또한 국민에게 두통거리이다.

과거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는 과학정책을 중요시한데 비해, 원래 제약회사 등 산업계의 편을 들고 있는 공화당은 바이오테크 등 의학개발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부시는 보수파 크리스천인 남부 침례교파 출신이고, 그의 생명윤리 즉 프로-라이프 고집 때문에 의학연구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배아는 보통 인공수정에 의해 만들어지며 배아줄기세포는 발생 이후 4일째의 배아에서 채취되는데, 이 채취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된다. 그런데 광신자 사고방식의 근본은 생명 있는 인간세포(배아) 파괴는 살인행위가 되고 그래서 배아줄기세포연구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서 배란을 유발해서 채취된 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지는 많은 난자를, 일정한 규제를 만들어 재생의학에 이용하는 일은 하등 하자가 없다고 하겠다.

'과학적인 증거에 바탕을 둔 의학' 즉 EBM(Evidence Based Medicine)이 과학의 본질을 무시하고, '윤리에 입각한 의학'(Ethic Based Medicine)의 EBM이 되지 말아야 한다.

고루하고 편협한 자기 종교에 구속되어 민주주의 다수의견을 무시한다면 대통령될 자격이 의심스럽다.  

2003년 유엔은 부시의 입김이 작용한 듯 모든 종류의 인간복제연구를 전면 금지하는 조약제정을 상정했으나 반대국가가 많아 표결연기가 거듭돼 오던 중 드디어 2005년 3월 8일 정식으로 금지안이 폐기처분되고(폐기 찬성 84, 반대 34, 기권 37), 그 대신 반대하는 강대국(미국 부시정부)의 체면을 존중하듯 형식적인 성명서(인간복제를 비난하는)를 발표했다.

Genetics Policy Institute의 Siegel 소장은 유엔결정에 대해 "이성적인 정책입안과 치료목적의 과학연구를 위한 승리"라며 "장차 인류를 위한 획기적인 의학연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한지라 이제 한국이 주도하는 배아복제연구의 무대는 국제화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배아복제연구의 국제화는 한국적 오리지널의 상실이 아니라, '한국산'(made in Korea) 아이디어를 세계에 보급하는 일이다. 한국산의 육성과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계의 막강한 연구진 및 자금과의 제휴가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대 황 박사 팀은 이미 영국에서 복제양을 탄생시킨 닥터 윌모드, 그리고 암 분야의 세계 정상인 미국 슬론―케터링연구소·존스홉킨스대학 등과 합동연구계약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끝으로 황 박사팀은 감기 들지 않도록 '바람'을 피해야 하며, 외부공기에 노출되지 않게끔 몸조심할 일이다. 신선해야 할 공기(업적)가 오염될 징조가 이미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와 언론의 과잉반응, 일부 종교계의 잘못된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거국적인 경사여야 할 지난번 노벨상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불명예스럽게 여기는 전철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21세기 의학의 과제는 장기이식을 통한 난치병 극복에 있고, 여기에 황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김윤범 교수의 무균돼지 연구가 세계 학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들이 뿌린 씨가 세계에 퍼져서 백화만발 하는 날에는 지난 1천년(millenium)의 최고 업적이 한국인이 발명한 금속인쇄물이라고 세계가 인정하듯, 앞으로 다가오는 1천년의 인류행복을 가져오는 업적에 한국인이 이니셔티브를 잡게 될 것이니 너무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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