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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원 전환 자율에 맡기자"

"전문대학원 전환 자율에 맡기자"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06.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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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갑범 전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장

▲ 허갑범 전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장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은 보다 종합적인 시각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갑범 연세대학 명예교수(전 연세의대 내과학)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관련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지난 1996년 문민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가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기획할 때부터 제도추진에 관여하기 시작해 2001년 한완상 교육부장관 시절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장'까지 맡은 이력에 비쳐보면 그의 의견표명은 '드디어'란 단어가 붙을 만큼 늦은 감도 있지만 동시에 관심을 끄는 일이기도 하다.

허 전 교수에게서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관련해 불붙은 주요의대들의 찬반논쟁에 대한 입장과 한국 의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드디어 의학전문대학원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셨다. 무슨 계기가 있는 것인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관련한 소식을 접하다 보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찬반여부가 한국의학교육 논쟁의 전부가 된 것 같다. 나는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모든 관련자들이 의학전문대학원은 한국의학교육의 발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한 가지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전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은 반드시 서브인턴제나 연구 또는 진료 중심 대학으로의 특화,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 향후 예상되는 의사인력의 다양한 진로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의사의 역할, MD PhD과정 신설 등의 이슈와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거다.

한마디로 말하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은 미래 한국의학교육의 체질과 뼈대를 바꾸기 위한 계기이지 전환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이 이슈가 된 시점에서는 논의의 촛점이 전환 자체에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예를 들어 보겠다. 정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다양한 학문적인 배경을 가진 대학원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면 미래  의료산업 발전이나 사회적인 여건변화로 수요가 예상되는 의과학자를 배출하고 이들이 그런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과학자나 다양한 사회적인 수요에 맞는 의사를 배출하는 것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정부가 각종 지원책, 서브인턴제나 연구 중심 의대로의 특화 등이 종합적으로 지원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찬성 또는 반대론자들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이란 단독이슈로 이게 가능하냐 아니냐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의료의 발전과 다양화를 위한 충분조건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이 필요한 것이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의료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 굳이 현 의대체제가 아닌 의학전문대학원이어야 하나?

여러가지 유리한 면이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앞으로 요구되는 의사들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유리하다거나 학업 성취도나 의사가 되기 위한 신념이 학부생에 비해 높다는 것 등은 이미 많이 지적이 된 만큼 되풀이 하지 않겠다.

그저 구체적인 예를 몇가지 들자면 미국 하버드 의대의 경우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이 공부하게 되는 4년 과정의 1/3을 자신이 학부에서 공부한 과목을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즉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으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과 함께 교과목으로 경영학을 계속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거다. 이들이 졸업했을 경우 당연히 의료경제학이나 병원경영 쪽으로 특화된 전문가가 양성될 것이란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MD PhD코스를 만들고 MD PhD코스를 이수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의과학자의 길을 걷게 하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제시한다. 학비를 전액 보조하고 1달에 1천달러 정도의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126개의 미국 의대 중 115개의 의대가 이 코스를 가지고 시행하고 있고 이 코스를 이수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임상의학자가 된다. 물론 이 부분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과 함께 진행될 때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기초교수들의 대부분은 Non-MD들이다. 즉 의학전문대학원이 직접적인 다양성을 가져 오지는 않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의사 인력들을 길러 내기 위해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럼 최근 교육부가 모든 의대를 의학전문대학원화 하겠다는 움직임이나 이에 대한 대학들의 반발을 어떻게 보나?

분명히 말하자면 모든 의대를 강제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려는 교육부의 조치는 교육적이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 조치다. 의학전문대학원제 자체가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하고 있는 만큼 1차 의료인 양성이 목표인 의대도 있고, 의학전문대학원제를 통해 연구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도 있어야 한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은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단지 국가가 의학교육 제도에 대한 비전을 갖고 진료 중심의 대학이나 연구나 교육 중심의 대학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국가가 126개 의대 중 25개의 연구중심 의대와 15개의 진료중심 의대를 선정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선정되지 못한 의대들도 두가지 방향 중 하나의 길을 가기 위해 의대의 운영 방침을 정하고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아주 자연스런 정책 추진이다. 우리도 41개 의대들을 이제 연구중심 의대와 진료중심 의대로 나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학전문대학원제로 전환하면서 학비를 2배 가량 올려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전환에 따른 비용은 국가가 지원하고(전환의대에 국가가 20억원 가량의 직접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학교는 학비를 인상해서 학생들의 접근도를 떨어트리는 식의 운영을 지양해야 한다.

연구 중심의 의대를 만든다는 것은 여기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인가?

발생할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황우석 박사의 예로 보자 황 박사의 연구는 매우 값진 것이지만 수의학자인 황 박사에게 앞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임상연구 의사들이다. 그러나 지금 임상연구의를 길러내기 위한 적정한 제도가 있나?

한가지 예를 더 들겠다. 대전에 가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란 국가 기관이 있다. 240명의 PhD들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지만 MD는 한명도 없다. 식약청 역시 마찬가지다. 식약청은 지금 고작 2명의 MD 그것도 군대를 대신해 잠깐 머무르고 있는 공중보건의 2명이 있을 뿐이다. 카이스트 역시 의공학 분야에서 임상의학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의사출신 연구가는 한명도 없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아니 국가적인 사활이 걸린 각종 분야에서 의사들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현 의대교육 체제에서 그에 부응할 만한 인력을 배출하기 어렵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만 하면 그런 인력이 어디서 뚝 떨어진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계기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모으고 이들을 다양한 임상의의 길로 유도하기 위한 국가적인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미 국가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허 전 교수님이 몸담았던 연세의대가 전환 반대를 결정하고 교육부 역시 유명의대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1996년 연세의대 학장이었을 때부터 난 연세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믿었다. 새로운 의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실천하려면 전통있는 한 두개 의대들의 동참이 필요하고 난 연세의대가 이런 사회적인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달리 연세의대가 올해에도 전환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언제가는 연세의대 서울의대 등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육부의 최근 정책은 과거 대통령 주치의를 하면서 많은 공무원들을 만나봐서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이란 의학교육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교육부에 이에 대한 전문가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한 그러다 보니 정책 추진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 동력도 없어 보인다. 빨리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추진력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의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의약분업 사태를 겪으며 한국에는 진정한 '의료'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런데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정을 보며 의료 뿐 아니라 진정한 '의학교육'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정파적으로 또는 전환자체만을 보고 논쟁하기 보다 한국 의학교육의 미래를 여는 계기라는 생각으로 또한 의학교육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의 의학교육과 의료는 숨가쁘게 변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그에 적응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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