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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의 은은한 미소에 평온함 느껴…"
"석불의 은은한 미소에 평온함 느껴…"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5.04.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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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불을 찾아서' 책 펴낸 이호섭 원장

  불교신자도 아니고, 불교문화를 공부하거나 연구한 적도 없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20여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석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화보집 '천년의 미소 한국석불을 찾아서'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불상이나 석불을 공부한 적도 물론 없습니다만 그저 산이 좋고 사찰을 구경하는 것이 좋아, 전국 550여 군데의 석불을 찾아다니게 됐습니다."
  서울 영등포로터리의 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이호섭이비인후과의원 환자대기실에서 만난 이호섭 원장은 처음에는 그저 운동삼아 취미삼아 다니는 산행에서 석불을 만나게 됐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많이 그리고 오래 하다보면 눈이 트이는 법. 석불의 모양이 너무 좋고 다양할 뿐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끌리는 그 무엇이 있어 본격적으로 석불을 찾아 다녔다.

▲ 작년 2월에 다녀온 충남 서산 답사에서 (앞줄 왼쪽에서 3번째가 이호섭 원장)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말과 휴일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유명한 석불이 있다면 '친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석불이냐?'고 많은 사람이 물었지만, 답은 '그냥 그저 좋아서…'에요."

석불의 모양·얼굴과 수인 등이 너무나 다양하고 은은하며 고요한 미소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 원장은 일단 친견을 하고나면 그곳에 올 때까지의 힘듦이나 괴로움은 다 없어지고 포근해지고 평온해졌다며 석불을 찾아 헤맨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것이 4세기 후반이후로, 성쇠는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엄연히 전래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귀의도나 자체 교리의 변화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교에 기대하는 자비와 신심은 사라지지 않고 국민의 정신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죠."

■ 석불 훼손 안타까워…애착 가져야

근세에 이르러 수많은 석불이 불심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데, 석불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임에 분명하다고 강조하는 이 원장의 표정에서 그동안 찾아다니며 목격한, 훼손된 석불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앞으로 출현되고 발견되는 이들 문화유산은 그것이 불교적인 유물이라는 이유로 불교계만의 관심사가 돼서는 안됩니다. 우리 고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인 만큼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에 귀의한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석불이 우리의 소중한 예술품이라는 생각과 애착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석불이 있다고 알려진 우리나라 900여군데 중 550여곳을 20여년간 직접 답사해 석불을 친견한 이 원장은 석불의 대부분은 개체불과 마애불이며, 일부 옥불이나 소상의 불상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화보집에는 550 군데의 석불 사진과 함께 간단한 설명 및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약도 등을 수록했다. 556쪽의 방대한 분량이며, 말미에는 전국의 석불 목록을 각 시도별로 정리해 놓기도 했다.

■ 북한과 외국 석불 답사 기회 소망

"우리의 석불은 같은 불교국가인 인도·중국 또는 일본과는 조금 구별되는 특색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석불은 한국적인 생활 속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보면서 제작한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의 자비와 정감이 잘 표현돼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400여군데를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이 답사할 것이라는 이 원장은 가능하면 북한과 외국의 석불도 답사할 수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이라며 소망을 밝혔다.

이 원장이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인 한국석불문화연구회 이근후 회장(전 이화의대 교수)는 이 화보집의 축간사를 통해 이 원장과 함께 경북 경주의 골굴암에 갔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자연 감실속에 이 원장을 앉혀두고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골굴암의 마애불처럼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죠. 답사에서 돌아와 인화를 마친 사진속의 이 원장을 보고 회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생불'이라고 입을 모은 적이 있습니다. 이 원장의 모습 뿐만이 아니라 성품에서도 부처님 같은 냄새를 맡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인지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는 기자의 눈에도 이 원장이 불상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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