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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 라 로마네 꽁띠

'지존' 라 로마네 꽁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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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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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세<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 >

 여러 종류의 와인 책 중에 현재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 명(품)와인을 소개한 것들이 시중에 꽤 나와있다. 서점에 나와있는 그러한 종류의 책 중에서 영국인인 제임스 턴불(James Tunbull)이 쓴 '프랑스의 최고 와인(The Greatest wine of France)'에는 220 종류의 명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피에르 까사마요(Pierre Cassamayor)·미쉘 도바즈(Michel Dovaz)·쟝 프랑소아 바쟝(Jean-Francois Bazin)이 쓴 골든 와인(The Golden Wine) - 세계 100대 명품와인 - 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100종의 와인 사진과 생산과정 그리고 맛 등을 묘사하고 있는 좋은 책이다.

 세계 100대 와인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와인은 로마네 꽁띠를 필두로 프랑스 와인이 68종·슐로스 요한니스베르크 아이스바인을 포함하여 11종의 독일 와인·오퍼스원을 중심으로 11종의 미국 와인·가야 소리 상 로렌조(Gaja, Sori san Lorenzo)와 다른 5종의 이탈리아 와인·호주의 그래인지 1종·에스파니아의 보데하스 베가 시실리아(Bodegas Vega Scicilia, Unico)와 다른 1종 등 모두 2종 그리고 헝가리의 토카이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명와인을 소개하는 모든 책들과 와인 평론가들의 견해는 라 로마네 꽁띠를 현존 최고와인으로 꼽는데 일치한다. 와인은 때로는 뜻밖의 만남을 가져다준다. 1999년 12월 31일 새밀레니엄을 축하하기 위해 인생의 도반(道伴)들끼리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와인을 한병씩 가져오기로 했고 나는 아끼던 샤또 마고 70년산을 준비했다. 한 친구가 바로 라 로마네 꽁띠 88년산을 들고 오면서 "이거 아마 괜찮은 걸 거야"라고 했다.

   약간 과장을 하면 나는 숨이 막혔다.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자 친구는 "아니니?"하고 물었다. 잠시 침묵 후에 내가 "이거 어디서 낫니?"하고 되물었더니 외국출장에서 바이어가 선물했다고 답했다. 나는 말을 토해놓기 시작했다.

   세계 포도주의 최고봉이며 와인애호가의 꿈이고 가격은 200만원이상 500만원을 호가할 것이고 브르곤느 지방의 토양과 피노누아 포도의 특성, 평생 이 포도주를 맛보는 행운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는 등의 설을 풀었다. 그 친구의 눈이 둥그래졌고 부인 역시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고 나서 그 친구는 우리가 이 와인을 마시게 된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아르헨티나의 거부인 바이어와 상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그 바이어는 기분이 좋다고 지하의 자기 포도주 창고로 데리고 가서 아무거나 원하는 포도주 한 병을 골라 가져가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는 당신이 골라달라고 했고 그 바이어는 이 포도주를 골라주었다는 것이다. 위스키를 더 좋아하는 친구는 덤덤한 상태로 받으며 고맙다고 했고, 이 포도주와 비행기 안에서 발렌타인 30년을 사서 사장에게 선물을 하였다 한다. 사장은 발렌타인 30년만 받고 와인은 좋아하지 않으니 되돌려 주었단다. 그래서 와인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즐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황홀했다. 새 천년에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서로 축하하면서 기분좋은 새천년과의 만남은 와인을 통해 이루었다. 우리는 인생의 정복(淨福)과 오묘함을 느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 로마네 꽁띠의 미각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미각적 특성은 여섯가지 분야로 나누어 설명한다. 와인을 시음하기 위하여 입에 한모금 넣고 굴려보면 와인이 가진 여러 맛이 합쳐져서 어떤 미각적인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와인의 이러한 삼차원적 구조는 와인을 약간이라도 마셔본 사람이면 누구나 자각하는 분명한 현실이다. 와인의 이상적인 형태는 구(sphere)이다. 입안 전체에서 균형을 갖추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입체감을 주는 느낌을 말한다.(와인의 미각적 요소는 입, 구개, 혀 등에 일으키는 자극으로 인해 입안에 꽉찬 느낌을 주는 것이다.)  와인의 구조는 와인의 우열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 때 마신 로마네 꽁띠는 구형이었고 입안에 꽉찬 느낌이 남아 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 구조의 실재를 분명히 느껴보고 싶으면 튼튼한 구조를 가진 와인과 그것에 10% 정도의 물을 희석한 것을 비교해 마셔보면 확실해진다. 다른 요소는 한쪽으로 치우쳐도 일급와인이 될 수 있지만 구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훌륭한 와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당도나 탄닌의 포함 정도가 평균보다 높아도 일급품질의 와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조가 빈약한 와인은 어느 경우에도 특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구조에 관련된 기술이 가장 큰 위치를 점하고 관련어휘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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