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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합니다...그래서 연일 납니다"

"안전합니다...그래서 연일 납니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3.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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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량 항공기 조종사 김연일 교수

  고등학교 때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하려다 부모님 반대로 의대에 진학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훌쩍 뛰었고, 대학병원 원장이 됐다.
  그러나 가슴 한 켠에는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여전히 꿈틀거렸다. 비행 자격을 따기 위해 그가 2000년 비행스쿨에 접수를 한 건 우리 나이로 57세.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비행시간은 200시간이 넘는다. 이번 주말에는 골프장 대신 활주로에 나가 보는 건 어떨까.

▲ 학생에게 비행기 조종술을 가르치고 있는 김연일 교수.

"초등학교 때 파란 하늘에 흰 포물선을 그리는 비행기를 눈으로 열심히 뒤쫓았어요. 잘못하면 공군사관학교 갈 뻔했죠."

2000년 당시 순천향대병원의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김연일 교수는 10월부터 주말에 한번씩 비행스쿨에 가서 비행기 조종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40분간의 체험비행을 필두로 그는 어느새 조종사로 변모해갔다.

그의 비행기록을 꼼꼼히 적은 수첩에는 현재 비행시간이 187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공식적인 기록 이외에 누락된 것을 포함하면 벌써 비행시간이 200시간이 넘는다. 비행 조종술을 가르치는 교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비행 100시간임을 고려하면 그는 교관 자격이 충분하다. 아마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이었다면 이미 비행 교관으로 나섰을지도 모른다.

■ 첫경험의 짜릿함…솔로비행

2001년 9월. 김 교수는 교관과 함께 비행하기 위해 활주로에 나섰다. 자리에 앉자 교관이 갑자기 내리더니 하는 말. "잘 다녀 오십시오." 그랬다. 올 것이 왔다. 비행교육에 있어서는 첫 솔로비행 날짜를 절대 예약하지 않는다. 자신이 언제 솔로비행을 할 지 미리 알 수 없는 것이다. 사전에 알게 되면 긴장이 되서 잠을 못 이루고, 그러면 실수가 나게 마련임을 고려한 지혜다. 교관들은 바람이 좋은 날로 날짜를 신경 써서 잡아준다.

"솔로비행은 진짜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두 사람이 타다가 한 사람이 빠지니까 비행기가 가벼워서 잘 뜨더군요. " 일단 혼자 타게 되면 그 후로는 계속 혼자 탄다. 물론 세밀한 조종기술은 계속 교관에게 배운다.

사실 비행보다 더 모험심을 요구하는 스포츠는 없다. 일단 하늘에 뜨면 2차원 세계와의 작별임과 동시에 낯선 3차원과의 만남이다. 바람 때문에 비행에 고생하고 나서 착륙했을 때는 땅에 발 딛고 사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이륙할 때 사고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착륙이 더 어렵죠. 착륙은 파워를 끄고 최소한의 알피엠(RPM)으로 저공에서 제한된 활주로에 앉아야 하니까요. 착륙할 때 활주로에 주는 압력이 2g(gravity), 즉 중력의 두배까지는 괜찮은데, 3g까지 가면 기계부품에 금이 가서 다 분해해야 합니다. 승객으로 비행기에 탔을 때 착륙 과정에서 '쾅~'하면 '기장이 직접 안 하고 부기장에게 시켰구나' 금방 알아채죠. 하하하"

그는 비행기가 매우 안전하다고 말했다. "엔진이 살아있고 시동이 꺼져도 응급대처를 해서 나무에 걸쳐 앉으면 되니까요. 정말 됩니다."

■ 비행기 가격은 800만원부터

비행기는 매우 비싸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225kg 이하 초경량 항공기의 경우에는 중고가 800만원부터 7500여만원까지 다양하다. 동호인들끼리 같이 하면 얼마든지 저렴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시간당 10만원씩 렌탈을 해서 솔로비행을 할 수 있다. 또 500만원 정도 내고 구좌 하나를 내서 탈 수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 신외동에 '스카이맥스'라는 비행클럽이 있어요. 화성시 생활체육회 중 비행동호회죠. 활주로 600m가 있어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갹출해 구입한 비행기를 나눠 탑니다. 혼자 비행기를 소유할 필요가 없죠."

그는 비행에 꿈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호주·캐나다·미국처럼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어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단법인 무지개세상(www.ecorainbow.org)이라는 청소년항공단 단장을 맡고 있다. 정년퇴직 후에는 이곳에서 청소년들과 비행기를 탈 생각이다.

"현재 두 사람이 타는 초경량 항공기의 무게를 225kg로 제한하고 있어 더 좋은 소재로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데도 할 수가 없어요. 300kg로 완화해주면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죠. 또 현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혼자 타는 비행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옆에 타는 사람이 있으면 보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그는 활주로가 중요하므로 농업공사나 수자원공사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배울 때 동호회에 가입해야 유리

김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비행기를 태워 준다. 주말에 김밥을 준비해서 비행장으로 야유회를 간다. 그 때문에 타과 전공의들의 부러움을 산다고. 가끔 고소공포증 있는 전공의들도 교수님의 권유에 못이겨 비행기에 탄 경우도 있다. 역시 과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그는 처음 비행을 배울 때 유의할 점을 소개했다. "비행스쿨 선택이 중요합니다. 비행업계가 열악하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가면 안 되요. 인터넷 대충 보고 고를 게 아니라 유경험자에게 꼭 조언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비행스쿨 중에는 영리목적으로 소홀하게 가르치는 곳이 있는 게 현실. 규정상 20~25시간을 가르쳐야 하지만 2시간 정도 가르친 후 비행기 타다가 죽은 얘기나 하면서 겁을 주고는 교육을 슬슬 미룬다고.

김 교수는 작년에 의사포탈 메디게이트에 초경량 항공기 동호회를 만들었다. "관심 있는 의사선생님들은 언제든지 도전해볼 만한 취미에요. 비행에 관심 있는 분들이 연락하시면 체험비행을 시켜드리겠습니다. 또 성실하게 가르치고 할인도 해주는 교관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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