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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신이 내린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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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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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21세기 심장클리닉 원장>

기원전 3000년 이집트에 와인을 만드는 양조기술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 전설에서도 와인에 관한 언급이 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와인은 약 또는 장례에 필요한 의식에 사용되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2500년 전에 "알맞은 시간에 적당한 양의 와인을 마시면 인류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고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서도 와인이 포함된 조제 처방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은 디오니소스(Dionysus/Bacchus)가 인간에게 이런 좋은 효험을 지닌 와인을 선물했다고 하였다.

 최근 와인과 건강에 관해 흥미로운 결과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스의 아테네에 있는 Alexandra 대학병원에서 수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담배를 피는 동안 레드와인 한 잔을 마시는 것이 흡연의 혈관에 대한 손상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즉 음주가 심각한 흡연 습관을 무효화 할 정도의 효과는 아닐 지라도 레드와인이 심장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는 역학적 연구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로 생각된다. 이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레드와인과 알코올이 제거된 레드와인 모두 흡연에 의해서 야기되는 혈관 내피세포의 염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전의 연구에 의하면 담배 연기는 유리 산소(free oxygen radicals)를 포함하는 데 이는 혈관에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일으켜 혈관을 수축시킴으로써 혈액순환을 나쁘게 한다. 이 연구에서 혈관의 염증은 비타민 C와 E를 포함하는 항 산화제를 투여함으로써 완화되었다.

 다른 연구들에서 레드와인은 고용량의 항 산화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이 돼 있기 때문에 아테네의 과학자들은 와인이 비타민의 항 산화제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였다. 더욱이 최근의 한 연구는 적포도주에 있는 폴리페놀이 흡연에 의해 야기될 수 있는 어떤 폐 질환을 완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 아테네의 연구자들은 16명(남녀 각각 8명)의 건강한 비 흡연자를 대상으로 초음파를 이용하여 이들의 상완 동맥의 구경을 측정하였다. 이 연구의 지원 대상자들은 당뇨병의 가족력이 없고, 정상 혈압을 가졌고, 평균의 체중을 가졌으며, 경도에서 중간정도의 음주자들이었다. 또한 어떤 약물이나 보조식품 등을 먹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대상자들에게 한 조각의 흰 빵과 몇 조각의 치즈를 먹게 한 다음 '말보로'담배(tar 12mg + nicotine 0.9gm) 한 개피를 피우게 하였다. 15분 이내에 담배 한 개피를 피우게 한 후 초음파를 이용하여 동맥의 구경을 측정하였다. 단지 한 개피의 담배를 피운 후 혈관의 직경은 15분, 30분, 60분 후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90분이 지나서야 담배 피우기 전 상태로 돌아왔다. 실험은 조건을 달리하여 2일간 반복되었다. 제1일에 대상자들은 식사 후 담배를 피는 동안 알코올 12%의 그리스 적포도주 250ml를 마시게 하였다. 그 다음 날은 맛과 모양을 변화시키지 않는 특별한 방법으로 알코올을 제거한 같은 와인을 마시게 하였다. 두가지 경우 모두 동맥의 구경을 측정 하였는데 동맥은 흡연 전보다 약간 수축하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축은 아니었고, 알코올 유무에 상관없이 60분내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연구는 급성 흡연이 혈관 내피세포의 심각한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보여주며 반면 동시에 레드와인을 마실 경우 흡연의 혈관 내피세포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소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연구라 하겠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와인의 강력한 항산화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항산화 효과를 가진 페놀 화합물은 포도의 껍질과 씨에 많이 들어 있고, 숙성할 때 오크 통에서도 우러나오므로 껍질과 씨를 함께 발효시키고,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 레드 와인에 많이 들어 있다.

 화이트 와인은 페놀 화합물 함량이 적은 청포도를 원료로 하기도 하지만, 포도 주스만 발효시키기 때문에 껍질과 씨에서 우러나오는 페놀 화합물에 의한 쓰고 떫은맛이 적고 부드럽고 상쾌한 것이 특징이다. 레드 와인을 화이트 와인에 비해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까닭도 바로 이 페놀 화합물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페놀 화합물은 와인에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색깔이 진하고 쓴맛과 떫은맛을 지닌 과일이나 채소, 녹차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다만 와인은 알코올과 항산화제를 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작용이 더 큰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에는 술을 안마시는 것보다는 적당히 마시는 것이 좋고, 술이라면 와인이 더 좋고, 와인 중에서는 레드와인이 더 좋다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프랑스는 4배 정도 희석시킨 와인을 학교급식에 포함시킬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또 와인은 중·노년층 남자나 폐경기 이후 여자에게는 삶의 윤활유이며 장수음료다. 칼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충분한 수면과 낙천적인 마음을 갖게 해주니 와인은 더 없는 축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꼭 음식과 곁들이며 하루 한 두 잔씩 꾸준히 마실 때만 해당되는 얘기임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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