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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상 속 출발 전문단체 역량 인지시켜야

시론 일상 속 출발 전문단체 역량 인지시켜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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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한국외국어대 정치학과 교수)

의사단체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의료행위와 정치행위의 이질적 성격에 따른 거부반응이 내재되어 있는 가운데 정치과정에서 소외되었을 때 감수해야할 불이익 또한 지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흔히들 전문가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의사단체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들이 이러한 고민거리를 헤쳐나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시 그 접점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는 의사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인 토론이 있어야한다.


정치세력화의 필요성, 정치세력화의 성격, 그 방법과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될 때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는 확고한 정체성을 갖게될 것이고 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와 지지,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선 의사단체의 구성원들부터 이익정치를 새롭게 인식해야한다. 이익정치는 자연스러운 정치현상이다. 어느 정부도, 정치권력도 이익정치를 되돌릴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이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 '이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의사단체도 마찬가지다. 의료행위가 여타 다른 행위와 분명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의사단체가 다른 기능집단과 동일한 목표, 즉 집단 구성원의 경제·사회·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단체라는 사실을 흔쾌히 받아들여야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익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단체의 정치세력화는 당연한 현상이며 의사단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인식이 전제되어야만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는 그 첫발을 제대로 디딜 수 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치세력화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굳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를 공론화 한다는 사실은 정치세력화를 의사들 중 몇 명을 국회에 진출시키는가의 문제로 국한시키거나, 어느 특정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많은 의사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입법을 통해 합리적 의료행위를 제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총선과정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여 의회에 우군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부터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선거과정을 통해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작업에서부터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는 시작된 것이다. 단순히 편지를 통해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알리는 것보다 전자우편을 통해서, 전화를 통해 조직적으로 후보자들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의사단체의 요구사항과 주장을 차츰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행동이 미미해 보여도 그것이 바로 의사단체 정치세력의 확실한 첫걸음이다. 그 효과는 몇몇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에 참여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문제는 의사들 개개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점진적인 정치세력화의 방법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또 다른 이유는 의사들이 지니고 있는 보수성 때문이다. 의약분업과 의료체계의 변화과정에서 의사단체들은 이미 중요한 정치행위자로 등장했다. 지도부 삭발, 항의집회, 진료거부 등 강경 투쟁과 선전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행위가 어느 정도 의사들 모두에게 공감을 주었는지,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체 평가 해보아야한다. 만약 그 평가가 부정적이라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꾀해야한다.


결국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란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정치과정에 직접, 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여 의사단체 구성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의미로 정치세력화를 받아들인다면 보다 현실적 차원에서 정치과정과 의사단체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로 인해 집단 구성원인 의사들의 사회·경제적 위상과 평판에 손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단은 잘못된 것이다. 정치세력화의 범주와 방법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의사단체는 다른 이익집단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고 의사단체가 지녀 온 사회, 경제적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의사단체가 정치과정에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하고 정치세력화를 거론하게 된 것 그 자체가 우리사회의 큰 진전이다. 의사단체가 표출하는 전문적 정책내용으로 인해 정책결정과정이 단순히 권력관계에 기인하지 않고 전문지식과 정보 그리고 합리적 설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


이념적 성향이 강했던 집단과 사회변혁세력이 퇴조함에 따라 의사단체와 같은 전문가집단의 정치적 역할과 입지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동시에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되었던 의사단체 역시 다원적 민주정치과정에 공개적 경쟁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게된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의 발전은 다양한 집단과 단체의 자유로운 경쟁구도를 유도하고 동시에 공개적인 정책결정과정을 요구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정치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견제와 균형이 권력 상층부의 삼권분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가능해질 때 투명성과 민주성 그리고 효율성이 커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는 다른 이익집단들 또는 다른 전문가 집단들의 정치세력화와 차별성을 지녀야한다. 그것은 전문성과 공개성을 담보한 정치세력화를 의미한다. 정책 이슈에 대한 논리 정연한 견해 표명, 그리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의사단체의 면모를 보여줄 때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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