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약분업정책 평가
시론 의약분업정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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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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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우 교수(고신대 의료경영학과)
1. 배경

2000년 7월에 시작된 의약분업은 지금까지 묵시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의사로부터의 조제권과 약사로부터의 진단권을 제도적으로 막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서 무분별하게 투약되던 관행이 일부 시정된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중요정책은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의 의약분업은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을 간과한 면이 있다. 의약분업 정책은 의료계 및 약계와의 충분한 대화와 협력은 물론, 가장 중요한 일반 국민(이는 일부 시민 단체 대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들로부터 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냈어야 하는데 이것이 결여되었다고 본다.

국가 정책 평가의 목적은 정책 기획의 합리성, 정책 목적의 달성도, 시행상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해당 정책의 계속적인 실시 여부의 결정 또는 정책 방향의 수정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본 고에서는 의약분업으로 인하여 제공체계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항생제 사용량의 변화, 환자의 만족정도, 의사와 약사의 견해, 그리고 의료비에는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하여 검토해 봄으로서 향 후 의약분업 정책 방향 설정에 필요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의약분업정책에 대한 평가

1) 제공체계의 변화는 ?

2000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약분업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때, 진단과 처방은 전문가인 의사가 하고, 의사처방에 의한 약의 조제는 전문가인 약사가 하도록 기능을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분업 이전에는 의사가 약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약을 조제해 주고, 약사는 의사의 처방도 없이 약사 자신이 환자의 설명에 의해 필요한(?) 약을 조제해 주던 일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로 인해, 국민은 과거에는 병의원 이었던 약국이던 한번만 갔던 많은 수의 환자들이 병의원에 가서 처방전을 갖고 약국으로 가야만 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고, 처방전을 갖고 약국으로 가더라도 원하는 약이 없음으로 인해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불평이 크며, 이와 같이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동함으로 생기는 비용(처방전료, 조제료, 교통비, 기다리는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등)의 증가로 국민의 불편과 불만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 항생제 사용량은 ?

한국의 항생제 처방비율은 58.9%로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률인 22.7%보다 월등히 높고, 항생제 내성률도 높은 국가이다. 정부에서 의약분업을 추진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약물의 오남용 방지였다.

최근 정부의 발표를 보면, 경구약과 주사약의 사용량이 모두 분업 이후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항생제 사용량이 미미하나마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의약분업의 성과로 나타난 다른 증거(evidence)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가의 강력한 세파계열의 항생제 사용은 22.9%나 증가하였으며 특히 세파계열 중 제2세대의 사용은 86.5%나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좀더 과학적인 평가설계 방법에 의해 의약품 사용 총량의 비교, 주요 질환별 비교 등을 통하여 객관적인 항생제 사용 감소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약과 일반약에 대한 재분류 문제, 일반약 판매와 관련된 제도적인 보완도 검토해야 한다.
 
3) 환자의 만족도는 ?

의약분업 이 후 환자는 병이 나면, 약국-의원-종합병원의 순으로 이용하던 의료기관의 이용 경로가, 의원/종합병원-약국의 순으로 이동 경로(path)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의원과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갖고 약국에 갔을 때 약이 있으면 큰 문제는 없으나, 약이 없을 때는 또 다른 약국으로 가야하는 불편한 상황이 자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에 국민 입장에서는 교통비의 증가(traffic cost)와 약국을 다닐 시 소요되는 사회비용(social cost)이 소요되게 된다.

따라서,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왜 과거와 같이 약을 주지 않느냐? 왜 처방전료를 내야 하느냐? 약국에서는 왜 또 조제료를 내야 하느냐? 약국은 왜 약도 제대로 갖추어 놓지 않아 아픈 사람을 이곳 저곳으로 가게 하느냐?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 등의 불만이 지금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선진국의 의약분업은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고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하게 되면, 약사는 환자에게 약에 대한 약의 명칭, 성분, 부작용 여부, 복용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고 특히 일본의 경우는 약력(藥歷) 수첩을 만들어서 환자에게 주어 환자의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와 같은 질적인 약 서비스는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4) 의사와 약사의 견해는 ?

필자 등의 연구진이 지난해말 부산광역시 소재 개원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의사와 약사는 현재의 의약분업은 실패한 제도라고 응답하였고,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개원 의사가 약사보다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았는데, 이는 의약분업이 국민의료비 및 보험재정의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와 약사 모두 의약분업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Watts 등이 한국의 의약분업에 대하여 분석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Lancet지에 2000년 356호에 기고한 글을 보면, 의사와 약사는 현재의 의약분업을 파탄 즉 실패한 정책이고, 이의 원인으로는 의약분업제도의 충분한 준비 부족 및 의사와 약사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시의 약사의 경우, 의약분업이 약국의 현대화에 기여하였고, 약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에 의사는 경제적인 손실 못지 않게, 환자의 의사에 대한 신뢰감 저하를 큰 손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의료계에 신뢰감 저하로 인해 발생 할 수 있는 경제적 또는 사회적 지위 등의 문제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의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5) 의료비에의 영향은?

프랑스 경제연구소의 Dumoulin 박사 등은 세계보건기구의 Guide Drug Financing Mechanism 보고서(1998)에서 약 처방 시스템(의약분업)은 비처방 시스템에 비하여, 치료과정이 길어지고, 값비싼 약의 사용을 수반하게 된다고 이미 말한바 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김한중 교수팀은 이미 2000년에 한국이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의료보험재정을 건실하게 한 후에 실시할 것을 권고한 바도 있고, 동 대학 보건행정학과의 이규식 교수 또한 의약분업으로 인하여 보험재정의 증가가 예상되며 이는 결국 보험재정의 적자를 초래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 후, 연세대학교의 정우진 교수(2002)가 추계한 결과에 의하면, 의약분업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민은 2001년도의 경우 8,340억원에서 1조 9,330억원의 의료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아울러, 분업으로 인하여 증가한 보험진료비는 약 3조 860억원으로서, 건강보험재정 악화의 주범인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상의 결과를 볼 때, 의약분업정책 입안 당사자들과 이론을 제공했던 학자들의 견해였던, 의약분업 실시를 통해 의료비는 절감이 되고, 여기에서 남는 돈은 보험재정 건실화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이야기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3. 문제점과 개선 방안
 
1) 문제점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항생제 오남용이 일부 줄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다. 그러나, 환자가 처방을 받고도 처방약을 구비한 약국을 방문하는데 드는 불편과 비용이 증가하여 조제를 포기함으로써 적시에 투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약 4,200만 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 되고 있는 것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이 처방전료와 조제료 신설로 인하여 증가한 진료비 부담으로 인하여 의료기관 방문을 기피하는 문제등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는 역기능 또한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나타난 이러한 문제들은 다른 나라 의약분업 사례의 충분한 검토와 시범사업의 간과로 나타난 문제로서 분업 시행 이전부터 여러 학자는 물론 대한의사회로부터 지적되었던 사항들이다.

이제, 한국의 의약분업 정책은 정책 입안과정에서는 정책형성의 미숙함이 밝혀진바 있고, 2년간의 결과를 두고 볼 때 국민으로부터는 불만이, 의료제공자인 의사와 약사로부터는 실패한 정책으로, 의료비 측면에서는 고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비용 저효율 정책의 표본인 셈이 되었다. 역대 정권은 항상 고비용 저효율 정책을 항상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이제 어떻게 고비용 저효율의 의약분업 정책을 개선할 것인가?
 
2) 일본에서 배우는 교훈

일본은 오래 전부터 의약분업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이며, 2002년 현재 약 42%정도의 의약분업률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최장수국가인 일본의 경우는 의약분업이 한국과 같은 전면적인 강제의약분업이 아니라 지역별 특성과 지역의사회와 약사회의 협력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의 삼사회(의사회, 약사회, 치과의사회)의 상호 협력하에 점진적(漸進的)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구사하여, 일시에 의약분업을 실시하여 일어 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국가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필자는 2000년 6월 21일자 부산일보 기고란에서 한국의 의약분업 실시는 연기되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기고한 적이 있다.
 
"현재 한국 정부가 구상(構想)하고 있는 의약분업 정책은 일시에 전 국민에게 실시하려는 의료혁명적인 발상이다. 어떠한 국가의 어떤 정책이 정책실험의 결과 검증(檢證)도 없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는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약분업 실시 계획을 유보하고, 광역대도시 1개 지역, 중소도시 2~3개 지역, 농어촌 지역 2~3곳을 선정하여 한국형 의약분업 모형을 1~2년간 더 연구 개발 한 이후에 성공적인 사례를 갖고 전국적인 실시를 하여야 한다. 그래야 의료의 공여 주체인 의료기관, 조제의 책임자인 약사, 그리고 국민 등 3자가 만족할 만한 의약분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공무원 몇 사람과 몇 몇 학자에 의해 구상된 검증 안된 현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은 실패의 위험이 크다."
 
일본 정부는 2002년도 6월 현재 42% 정도인 의약분업률을 2005년도에는 80%까지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서두르고 있지는 않고, 점진적인 확대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에는 처방전료를 높여 주어 의료기관에서 약을 환자에게 파는 마진이 처방전료 보다 적게 하여, 자연히 처방전을 발행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약국에서는 약력(藥歷)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약사회에서는 약력 수첩을 무료로 발행하여 모든 환자에게 주고 있으며, 조제해 준 약의 이름, 성분, 부작용, 효능등을 기재한 후 환자에게 약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을 해준다. 약에 대하여 설명해 주는 시간이 3분 이상을 소요하게 된다. 따라서, 일본의 의약분업과 한국의 의약분업을 볼 때 한국의 의약분업이 얼마나 질적으로 다른지를 알 수 있다.
 
3) 정책제언

국민의 건강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중의 하나인 평균수명을 비교해 볼 때, 일본 여성의 평균수명은 84세로서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 그러나, 일본의 의약분업률은 42%정도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의 의미는 의약분업만이 국민의 수명과 건강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증진과 수명연장은 적절한 예방과 보건교육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중보건학의 기본지식이다. 만일 의약분업으로 증가한 3조 8천억 원이라는 재정을 질병예방과 보건교육에 투입해 모든 국민들에게 건강검진서비스와 적절한 보건교육을 시킨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보건수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이제 비용-효과적인 국가보건정책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번의 의약분업정책을 평가해 볼 때 증거(evidence)에 입각한 국가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약사가 근무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경우는 환자의 불편과 이동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외약국에서 조제를 받든 원내에서 조제를 받든 환자에게 선택권(選擇權)을 주어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의료계, 정부, 학계, 그리고 소비자 단체로 구성된 의약분업평가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객관적이고도 종합적인 평가를 하여 의약분업 정책의 방향을 과감히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국민의 건강보호와 의료재정 보호의 첩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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