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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01년 노벨상 연구업적 의미

시론 2001년 노벨상 연구업적 의미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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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득용 교수(단국의대 미생물학/서울의대 암연구소 책임연구원)

미국 시애틀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의 하트웰 박사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암연구소의 헌트 박사와 너스 박사 등 3명의 과학자가 세포주기 조절인자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 시상 100주년이 되는 올해 노벨 생리 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되었다고 카롤린스카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지난 10월 8일 발표했다.

이들은 세포주기의 진행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발견하고 기능을 규명함으로서 세포가 어떻게 복제하고 분열함으로서 성장하는지를 이해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이들의 연구는 암을 비롯한 다양한 인체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며 또한 줄기세포의 성장, 인공장기의 개발, 동물복제 등의 첨단연구분야의 과학적 기반이 되고 있다.

이들의 연구업적은 세포주기의 진행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발견과 이들 유전자가 합성하는 단백질들이 어떻게 세포주기의 진행을 조절하는가를 규명한 것이다. 세포주기란 하나의 세포가 복제하고 분열하여 자신과 동일한 두 개의 세포로 성장(증식)하는 과정이다. 복제와 분열의 모든 과정은 엄격하게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진행된다.

만약 세포주기의 모든 과정들이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세포주기의 결과로 자신과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진 두 개의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고 전혀 다른 유전정보를 가진 불량세포들이 만들어 질 것이며 생명체의 탄생과 인체 각 조직의 항상성이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사람을 구성하는 1,000조개의 세포는 수정난이라 불리는 한 개의 세포가 무수히 많은 세포주기를 반복해서 만들어진다. 그 모든 복제와 분열의 과정이 한치의 오차 없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컴퓨터보다 더 정확한 인체의 메커니즘이라 해도 한번의 복제할 때마다 게놈에 존재하는 30억 쌍의 DNA 서열을 하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포는 복제와 분열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러를 교정하거나 심각한 오류에 의하여 불량세포가 만들어지는 경우 이들을 인체에서 제거하여 우량세포들을 보호하는 고도의 정밀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하트웰, 너스, 헌트 박사 등은 세포주기의 순차적인 진행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을 발견하고 각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함으로서 세포주기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하트웰 박사는 1970년대 초에 발표한 논문을 통하여 세포주기의 각 과정들에 관여하는 CDC(cell division cycle)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들 유전자들을 세포주기의 진행 순서대로 배열하여 각 유전자들이 순차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혔다. 이를 통해서 세포주기의 각 과정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유전자들이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트웰 박사는 이 실험에서 제빵용 효모(이스트)를 이용하였는데 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멘델이 실험재료로 완두콩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식물이나 동물을 사용했다면 유전의 법칙이란 그의 위대한 발견이 탄생할 수 없었던 것처럼 하트웰의 경우 역시 세포주기 실험재료로 효모를 사용한 것이 세포주기의 진행에 관여하는 CDC 유전자의 발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너스 박사와 헌트박사는 세포주기의 각 과정들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CDK와 CYCLIN이란 단백질을 발견하였다. 이들 단백질은 세포주기를 진행하게 하는 동력원이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를 출발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엔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너스가 발견한 CDK1 유전자는 제빵효모에서 하트웰이 발견한 CDC28 유전자와 동일한 것으로 사람을 비롯한 동물세포에서는 CDK1이란 단백질을 만든다. 이 단백질은 다른 단백질을 인산화시키는 인산화효소이며 효모에서는 복제의 시작과 분열의 시작을 조절하지만 사람 세포의 경우에는 분열의 시작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북제의 시작은 CDK1과 유사한 CDK2단백질이 조절한다.

자동차가 출발할 때 일단 이단 삼단기어가 순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세포주기의 시작, 복제의 시작과 완료, 분열의 시작과 완료까지의 각 과정에는 각각 다른 종류의 CDK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 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하여 밝혀졌다.

헌트박사는 CDK와 결함해서 CDK의 인산화 효소활성을 조절하는 CYCLIN이란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 단백질이 자신의 작용시점에 맞추어서 정확하게 합성되고 작용점이 완료되면 분해되어 사라지는 과정을 규명하였다.

이들의 선구적인 연구에 뒤이어 1990년대에 세포주기 연구자들은 이들이 발견한 CDK-CYCLIN이란 엔진을 제어하는 단백질들을 발견하였으며 이러한 제어장치가 암세포의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를 통해서 발견한 발암유전자의 대부분이 CDK-CYCLIN을 활성화시켜 비정상적인 세포주기 진행을 촉진하고 그 결과 암세포의 무한증식을 초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1990년대 밝혀진 암억제 유전자는 CDK1-CYCLIN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암의 발생과 제어를 이해하고 암 치료법 개발에 있어서 세포주기 조절유전자와 그 작용기전이 이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단국의대 신득용 교수(세포주기 제어 국가지정연구실 책임자), 성균관의대 서연수 교수(창의연구사업단 책임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향숙 박사(유전체 기능연구 프런티어사업단장), 연세대 송기원 교수, 국립암센터 이종수 박사, 원자력병원 이윤실 박사, 아주의대 최경숙 박사, 고려대 임대식 교수 등 주로 40대 초 중반의 젊은 연구자들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이들이 발표하는 논문이 네이처 등 세계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게재되고 있어 질적인 면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양적인 면에서는 인구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서 현격한 격차가 있다. 이러한 여의 차이가 질적인 발전을 제한할 수 있다.

LG화학에서는 미국 버컬리대학의 한국인 석학으로 유명한 김성호 박사 등 국내외 연구진과의 협력연구를 통하여 세포주기 조절인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우수한 물질을 개발하여 암을 비롯한 다양한 인체질환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바이오벤처기업인 젠크로스는 세포분열 저해제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을 진행중이다.
 
신득용 교수는 1983년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 이학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9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국립암연구소 박사연구원으로 재직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KIST부설 생명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단국의대 미생물학 주임교수와 서울의대 암연구소 책임연구원, 주식회사 젠크로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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