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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창립]의협의 미래 어떻게 열어 갈 것 인가

[2001창립]의협의 미래 어떻게 열어 갈 것 인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1.11.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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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제근(대학의학회장)

대한의사협회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의사가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는 유일한 중앙의사단체이다. 역사상 오랫동안 우리나라에는 전통의학이 있었고, 또 서양의학이 이 나라에 들어온지도 100여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 의사들만 모여서 활동할 단체를 구성한 것은 대한의사협회가 처음이었고 지난 세월 우리나라 의사들은 그것이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우리나라가 당했던 만큼이나 많은 시련을 겪어왔고 이러한 시련은 이 시각에도 계속되고 있다.

의협은 광복후 50여년 동안 특히 많은 일을 해왔다. 6.25 전쟁을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의료제도 도입과 정착을 위하여 노력하였고, 전문의제도 실시 등 의료계의 선진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쌓아온 전통 없이 일제시대의 제도를 답습하거나, 전쟁중 혹은 전쟁후 큰 영향을 끼친 미국의학이 들어오면서 어떤제도가 우리나라에 가장 적당할 것인지에 대한 심층분석이 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도 인정해야 될 것이다.

거의 대부분 순수한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의협은 그동안 회비를 가장 많이 내는 `가군' 회원(개원의)의 권익보호에 주력하였고 그 결과 의료제도·보험료·의료수가 등에 사업의 중심을 두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보건의료에 대한 중요성 인식 부족과 저수가에 의존한 의료보험 시행 등으로 의사들은 번번히 일방적으로 희생되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 의료는 왜곡될 수 밖에 없었다. 왜곡된 현상이 요즘 하나씩 하나씩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의협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의 강제시행에 즈음하여 의료계는 그동안의 누적된 울분을 터트리게 되었다.  


의협이 그동안 이 나라 의사중앙회로서의 위상정립을 위하여 노력하여 왔고 또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국민보건과 의권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그동안 의협이 장기적 정책수립과 학술진흥에 쏟은 노력이 미흡했음은 이 방면에 배분된 재정과 그 성과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지금부터 10∼50년 후에 우리나라 의료계가 당면할 문제들에 대한 전향적 연구의 실적물이 거의 없으며 이를 위한 예산 배정도 극히 미미하였다. 우리의 고유한 의학과 의료의 특성을 역사적으로 면밀히 검토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인인구의 증가, 만성병의 증가, 가족형태의 변화, 생활양식의 변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의료수요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지고, 수요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 의료지식과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더욱 전문화되고, 정보통신 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의료제공 방법은 다양화되고 의료비는 급등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의료체계의 확립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의 80%를 차지하는 1차 의료의 강화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며, 이것은 의과대학 교육이나 전공의 수련제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의료제도의 상호 연계가 전제된 정책수행이 요구되는데 여기에서 의협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고 하겠다.

위와같은 여러 가지 사항을 전제로 의협의 밝은 미래를 위한 몇가지 관점을 피력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협이 미래를 설계할 때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즉 의협의 정체성을 굳건히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야겠다. 의협을 구성하는 7만 회원은 의협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는 7만 회원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그 정보는 얼마나 쉽게 검색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는 1997년도 의협회원명부를 가지고 있다. 이번 회원 직접선거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되었겠으나 아무리 전산 처리가 되었더라도 현재와 같은 의사등록제도로는 회원의 동태파악이 대단히 어렵게 되어있다. 즉 의사등록이 주소지로 되어 있지 않고 직장 중심으로 또 분회 형식으로 되어 있으면 주민등록과 연관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의사에 관한 통계가 부정확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의사라면 그 개인이 교수거나, 군의관이거나, 개원의거나, 전공의거나 의사면허 소지자라는 점에서 동일하고 이러한 의사등록은 기타 국가면허등록과 같이 주소지에 등록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고 본다.

이와 같은 기본 데이터에 부가하여 개원장소·병원·학교·군·보건소등 일하는 장소에 따라 혹은 개원·봉직·휴직 등 활동사항에 따른 분류를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우리나라에 독특한 의료환경을 우리자신의 판단과 결정으로 의협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즉 우리나라 의료는 현대의학이 주종을 이루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른바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화 되어 있다. 현재의 의협은 서양의학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즉, 이원화에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원화 대책에서 제한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의학을 대표하는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에 비하여 제도적이나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의협이 이에 관한 해법을 주도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지난 수백년동안 우리나라 국민을 위하여 봉사한 한방과 한의학을 존중하고 그 역할을 인정하고 그속에서 유용성과 과학성을 찾아내어 현대의학과 접목시키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국민, 같은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적법하게 할 수 있는 의사면허를 두 가지로 구별하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국가가 결정할 일이겠으나 그 기본 작업은 의협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한의협도 의협과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현재 개원하는 두가지 의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10년, 20년 아니 50년후에 각종 질병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을 위해서이다.

우리는 이와같이 어려운 일을 기필코 성취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이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양의사, 한의사 혹은 양방·한방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오직 의사만 있게 되고 환자는 아프면 선택의 고민 없이 `의사'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셋째, 의협은 미래의 한국의학의 학술진흥을 위하여 특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21세기에는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것이며 이러한 과학기술이 추구하는 최종목표는 사람의 건강을 추구하는 인간생명과학의 발전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학분야의 연구개발은 국가적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취급되어야 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국가의 이에 관한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의학단체 특히 의협이 해야할 중요한 임무가 국가로 하여금 의학연구의 중요성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여러 경로를 통하여 건의하고 타당성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계통적 노력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개발한 B형 간염 백신의 개발의 결과로 간염의 예방에 의한 연간 사회적 간접비용 지출이 1조원 가량 감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조원의 지출 감소는 1조원의 수입 창출과 같다고 볼 때 의학연구가 국가 경제에 대한 공헌은 다른 어떤 기술개발 사업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선진국에서 왜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증액시키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사람의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이념적 배경뒤에 의학관련 개발물은 최상의 고부가가치 상품이 된다는 전략적 의도가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내 첨단사업의 생산당 부가가치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의학관련 산업이 가장 높고 이어서 항공산업, 첨단제조업, 통신장비, 그리고 컴퓨터의 순서이다. 과학의 발전은 연구개발분야의 투자에 비례한다는 사실과 함께 의학연구의 연구인력 양성, 연구실적 평가, 연구개발비 책정 등을 위하여 신빙성 있는 정책개발을 의협이 주체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의학학술지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 역시 의협이 관계기관과 함께 주도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서 국내학술지의 세계화 없이는 국제 사회에서 경쟁 대열에 참여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개발과 수행이 요구된다.

넷째, 한국의학의 미래는 한국의학 교육에 달렸다. 즉 현재의 의과대학에서 교육받고 있는 학생과 전공의의 교육내용과 환경이 한국의학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진료의사를 양성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대부분의 의학교육기관에서는 흔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의 의학교육은 그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즉 교육을 환자진료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려 한 것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고 새롭게 변화하고 증가하는 의료지식을 능동적으로 평생 공부하고 습득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학에 관한 지식과 기술교육외에도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활동, 원만한 의사와 환자 관계를 위한 인문, 사회과학적 소양교육, 의료제도 변화와 기술발달에 따른 법적·윤리적 의료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국제화와 정보화 시대에 적극 대처하는 의사 양성도 필요하다.

한편 졸업후 교육에서 그동안 전문의 교육과 대학원 의학교육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전문의 교육이 우선이고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대학원 교육이 한구석으로 밀려 학문의 성취보다는 사회활동에 필요한 부속물로 취급받는 박사학위를 받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이 결국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의과학이 그 중심역할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의 역할이 기타 생명과학 관련 자연계열에 밀리고 있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의과대학이 연구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게 되려면 대학원 의학과 교육이 정상화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또한 전공의 수련교육을 변화하는 사회와 의료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어 계획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모든 전공의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같은 기간동안 수련교육을 받은 후에도 수련내용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낭비요소가 많다. 따라서 사회적 역할에 따라 수련교육 받은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련기간·교육목표·평가기준을 다양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졸업후 교육의 정상화는 우선 의료환경의 선진화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총 모임인 의협이 주도하여 의과대학·의학회·병원협회 등과 협조하여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에서 열거가 모든 일들을 의협이 잘 해낸다고 했을 때 또 해냈다고 했을 때 그 기본은 튼튼한 의료윤리에 바탕이 된 것이어야 한다. 의료는 아픈 환자의 진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위한 기본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의사는 환자는 물론 일반국민에게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어야 한다.

또 의협은 정부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의사 스스로, 그리고 의협 스스로 우리가 국민과 정부를 위하여 보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환경의 오염·질병의 예방 등 우리주위의 모든 사항에 대하여 적극적 관심을 갖고 의사로서 또 의협으로서 해야할 일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국제적 유대를 통하여 자국의 건강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안고 있는 건강과 환경문제에 대한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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