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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남한과 북한의 보건의료/북한주민의 생활실태

[2002신년]남한과 북한의 보건의료/북한주민의 생활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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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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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선(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북한주민의 생활실태

 

 

2001년 10월 중순경 북의 유치원과 탁아소 아동의 급식지원사업과 관련하여 북한 사리원의 신양유치원을 방문하였다. 이 유치원은 380여명의 5∼7세의 아동을 교육관리하고 있었고, 유치원의 원장과 교사들의 안내로 아동들의 교육과정도 둘러보고 깜찍한 즉석 집단공연도 보았다.


평양으로 돌아오며 지원을 주로 담당하는 한 인사가 소감으로 얘기하길 “교육시설도 괜찮고 아이들의 영양상태도 듣기보다 양호하구먼. 안 도와주어도 되는 것 아니야” 하였다. 북은 식량난으로 대량 아사위기에 처해있고, 아이들은 피골이 상접하고 체중미달로 저능아가 나올 가능성이 많을 것이란 처참한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그다지 심각하지 않더라는 얘기인 듯하다. 나는 올해만 8차례 북을 방문하였는데 같이 다녀온 분들의 반응은 대체로 위의 경우와 `듣던 대로 어렵구먼'으로 나뉜다. 아마 지난 95년 큰물피해(대홍수)때 대규모 아사사태란 참상에 대한 반사적 기억 때문일 것이다.

여러 경로(중국의 변경지역, 탈북난민과 조선족동포)를 통해 들은 북의 식량 등 배급현실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1년중 4대명절(2월 16일 김정일생일, 4·15태양절, 9·9절 국가창건일, 10월10일 당창건기념일)때만 주는데 배급량이 3개월치를 넘지 않으며 이는 평양과 군대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 상황이라 한다. 또한 보건의료분야의 실정은 더욱 어렵다. 병원에서 처방을 해도 필요한 약품이 없어 시장에서 구입하라고 한다고 한다. 유진벨재단의 보고처럼 필름이 없어 의사들이 `X레이 진단을 눈으로 확인하는' 실정도 변함없다. 평양 외 지역의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예외없이 깡마르고 의복과 신발 등 옷차림이 허름하다. 거시경제지표로 보면 남한대비 북의 경제규모는 1/24, 1인당 GNP는 1/27, 기초대사량 기준 매년 150톤 내외 식량부족, 전기부족과 30% 정도의 산업가동률 등등. 북한 경제상황은 여전히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 역시 어려움은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의 주민들의 삶은 나아 보인다. 왜 그럴까? 북의 경제는 99년부터 한자리수(2000년 1.3% 성장)나마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 방문시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얼굴에서 조금씩 활기가 더해가는 느낌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 경제지표를 보면 대량아사위기시절과 별 차이가 없다. 그 주된 이유는 생필품 조달 시스템의 변화, 즉 농민시장(장마당)을 들 수 있다. 과거 대량의 아사사태는 생필품 조달의 유일 통로인 국가배급망이 일시에 붕괴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농민시장을 통해 식량 등 생필품을 조달하게 된다. 이제 농민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전국적으로 존재한다. 이 농민시장은 텃밭의 수확물이나 가내수공업제품,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과 상품이 교환되며, 북한주민의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하는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전주와 판매책의 분업이 발생하는 등 사회주의 배급구조밖에 시장경제의 초기형태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배급구조의 빈 공백을 바로 이 초보적 시장기능이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의 경제난과 생활난은 쉽게 해결되거나 극복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아시다시피 북한 경제위기는 사회주의국가 일반의 경제 비효율과 80년대 중반 이후 사회주의진영의 무역체제 붕괴로 인한 것이다. 때문에 이 극복은 중국의 경우를 보듯 장기간에 걸친 복잡한 문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북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만이 아니라 남북문제를 이해하는 양면성, 양극단이 존재한다. 작년 남북정상회담시절의 국민적 환호와 기대가 언제적 일인지 모를 정도로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기는 식어버렸다(?). 북한 정권의 태도나 현 DJ정부에 선호도는 있겠으나 남북문제는 이를 뛰어넘는 민족적 과제다. 일희일비할 문제가 아니라 열정과 끈기가 필요한 일이다.

또 한편으론 통일은 곧 이루어질 수 있는 즉 결단의 문제로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굳이 통일이 필요한가에서 북의 현재체제론 통일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등 경향도 존재한다. 통일문제는 간단치 않다. 그간 남과 북은 수십년간 걸쳐 서로 상이한 발전의 경로를 걸어와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많다. 말과 글, 얼굴생김생김, 문화와 전통에서 공통점이 많다. 처음 만나도 감정이 통하고 한 핏줄이라는 감동이 온다. 특히 우리보다 더 북한사람들은 통일을 지상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통일이란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져오는 것은 자주 본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대화를 하면 작지 않는 차이를 느낀다. 비근한 예로 가장 최근 방북에서 12월의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속에서 어린 학생들이 내년 행사를 위해 매스게임용 집체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추위에 그럴 필요가 있는가란 질문에 “춥다고 웅크리지 않고 운동을 해야 신체건강에도 좋고 집단주의의식 형성이나 국가적 통합을 위한 행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불신과 과거 학창시절 몇장 안되는 카드섹션 연습준비에도 진저리를 쳤던 기억 때문에 내게는 아이들의 고생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예는 무수히 많다. 특히 하나의 통일된 사회를 구성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사회와 제도, 사상과 의식 등의 영역에서 작지 않은 근본적인 상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의 극복은 의지만으로 안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이 과정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호 후유증이 크다. 점핑은 없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통일과정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올바로 흔들림없이 이 과정을 잘 밟아나가느냐다. 이른바 교류협력 과정의 유지관리 문제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키워드는 `인도주의와 평화'라 생각한다. 특히 통일준비과정은 정부 못지 않게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보건의료분야의 대북지원협력은 농업분야와 더불어 현단계 대북민간교류협력사업의 양대축이다.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3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대북지원협력사업에 보건의료인의 관심과 참여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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