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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화해의 시대/북한의 의학교육
[2002신년]화해의 시대/북한의 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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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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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우(연세의대 교수)

북한의 의학교육과 의사자격 인정

 

 

지난해 의사국가시험에서는 북한을 탈출한 한 의사가 3번의 시도 끝에 합격한 일이 있었다. 북한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평양의학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그의 의사 자격을 남한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교육부가 그의 의과대학 졸업 학력을 인정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최근 남북한 교류가 다소 주춤해 진 상태이지만 통일을 목표로 한 남북의 교류 과정 중에 가장 먼저 접촉이 시작되고 해결해야 할 분야 중의 하나로 의료 분야를 꼽을 수 있는데, 의료인 양성과 그 자격 인정 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현재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최소한의 절차로 남한의 의사와 같이 인정해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통일 과정 중 나타날 진통의 최소화는 물론 통일 비용의 절감에도 중요할 것이다.

의료(보건)일군의 정의 비교

북한에서 사용되는 의료(보건)일군의 정의에는 의사, 구강의사, 고려치료의사, 위생의사, 약사, 준의사, 간호원, 방법사(의료 보조원 및 의료기사) 등의 직종이 포함되어 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에서는 `의사'란 용어가 대단히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이중 위생의사는 위생학부를 졸업한 자로 산업 보건이나 방역 업무와 관계가 있어 남한으로 치면 예방의학 분야의 전공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단 환자 진료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준의사는 4년 과정의 의학전문학교 혹은 의학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한 자로 의사와 간호원의 중간 단계이며, 남한의 보건학과나 보건전문학교 졸업생에 해당한다. 또 하나 구별해야 할 것은 1980년대 중반 설립된 의학단과대학이다. 외과단과대학에서 의사와 준의사의 중간 정도인 4∼5년 과정을 끝내면 좁은 의미로 외과 영역의 진료만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가 된다.

‘의학대학’의 교육 과정

북한의 교육 체계를 살펴보면, 현재 북한은 1·4·6·4제로서 유치원 학년 전 교육 1년, 인민학교 4년, 고등중학교 6년, 대학 4∼6년으로 되어 있으며, 남한의 6·3·3·4제와 비교하면 1년 정도 어린 나이에 의학대학 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북한은 남한의 의과대학 대신 의학대학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이것은 의학대학에 약학부 및 고려의학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는 11개의 의학대학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의학대학의 경우 아무래도 평양 출신 학생이 많지만 각 지방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자는 추천과 시험을 통해 입학할 수 있으며 한 해 입학생 약 250명의 2/3 정도를 차지한다. 학생의 약 30%는 군인 중에서 부대의 추천으로 입학하며, 나머지 약 5%는 일반 직장 혹은 다른 보건 일군으로 활동했던 사람이 들어온다. 남녀의 비를 보면 35∼40%가 남학생이고 60∼65%가 여학생이다.

의학대학생들은 7년 6개월의 교육을 받는데 첫 1년은 예과 과정을, 6년 6개월의 본과 과정 중 첫 2∼3년은 기초 의학을, 그리고 나머지 3∼4년 동안은 임상 의학의 각 분야를 배운다. 본과의 마지막 6개월 동안은 생산 실습을 하는데, 남한으로 치면 일종의 인턴 과정이며, 이 과정을 이수해야만 졸업 및 국가 의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시험은 보건성의 위임에 의해 각 의학대학에서 졸업 시험의 형태로 치루어지는데, 이를 통과하면 의사가 된다. 따로 의사 면허장은 없으며 다만 졸업장에 어떤 과정을 끝냈는지 기록하게 되어 있다.

남한 전문의 제도와의 비교

북한에서는 정규 의학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준의사, 간호사 및 방법사 자격을 취득한 자가 의학대학의 야간교육, 통신교육 등을 받아 의사가 되기도 한다.

북한에는 남한과 직접 비교될 만한 제도화된 전공의 제도가 없지만 남한의 전문의와 유사하게 활동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우선 각 의학대학에 각 전공 과목, 혹은 세부 분야의 교원들이 있다. 이들은 교수, 부교수, 상급교원, 교원 및 조교원 등으로 불리우며, 환자도 전문적으로 자신의 전공과 관계된 환자만 본다. 또 정규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중앙급 이상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대개 처음 배치받은 분야를 평생 계속하게 된다. 일부 의사는 졸업 후 학위 과정을 밟는다. 현재 북한에는 후보 준박사, 준박사 및 박사 학위가 있다. 이런 학위 과정 중에 자연스레 전공 과목이 정해지며, 많은 경우 임상 분야를 전공으로 하기 때문에 준박사를 마친 의사들도 일종의 전문의 과정을 마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외에도 평양산원, 간염병예방원, 전염병예방원, 결핵병예방원 등에는 많은 전문의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맺음말

이상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의사는 정규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중앙급 이상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자로 하고, 나머지 의사들은 한지의사 형태로 현재의 직위를 인정하되 국가 시험 지원 자격을 부여하여 이를 통과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전문의는 정규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중앙급 이상의 병원에서 의사 3급 이상인 자, 각 의학대학의 상급교원 이상인 자, 그리고 준박사 이상의 학위를 소유한 자로 하되 역시 다른 의사들에게도 전문의 시험 지원 자격을 주어 이를 통과하면 전문의 자격을 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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