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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신년]화해의 시대/남북 의료의 물꼬

[2002신년]화해의 시대/남북 의료의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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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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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가톨릭의대 교수)

남북 의료의 물꼬 - 의협의 대북 의료지원사업 현황

 

남북분단의 배경


한반도는 지형상 강대국의 틈새에 있어 옛부터 많은 외침을 받아 왔다. 20세기에 들어와 일제 36년간의 식민지로 있으면서 세계 2차대전 후반에 얄궂은 얄타 회담에서 소련이 참전하면 일본의 만주관동군 관할 구역을 주겠다는 것을 미소 정상이 소련의 스탈린에게 약속함으로서 휴전선을 일본의 만주관동군 관할인 한반도 38선 이북까지로 한것이 계기가 되어 38선 남북이 각각 미군과 소련군 관할로 나뉘게 됐다. 기쁜 해방을 맛보기도 전에 남측의 자유민주주의와 북측의 공산주의자들간의 패거리 싸움이 결국엔 1950년 6·25 한국동란이라는 정말로 동족살상의 잔학한 전쟁으로 이어져 남한은 경상남도만 남기고 모두 점령 당했다가 미군과 UN군의 참전으로 인해 북한식 적화통일의 꿈은 실현되지 못하고 38선 근처의 DMZ에서 양측은 휴전 협정을 맺었다. 그후 수많은 적대적인 테러 행위와 납치, 갈등이 있어 왔다. 그러나 분단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김대중 대통령이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방문, 화해의 굳은 악수를 나눔으로써(2000년 6.15선언) 햇볕정책의 실현을 위한 남북 화해의 무드와 통일 염원이 더욱 확산됐으며, 그 일환으로 대한의사협회에서도 KBS 남북교류협력단과 함께 공식적인 의료협력의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

남북의료협력-공식출범

2001년도 KBS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남북의료협력사업이 KBS와 의협간에 합의됨에 따라 드디어 지난 2001년 7월 10∼14일 대한의사협회 남북의료협력단 단장 김완섭 부회장을 비롯 총 5명과 KBS측 교류협력단 2명 등 7명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평양을 방문, 북측의 의학협회 부회장 정봉주 대표단을 만나 보통강호텔 회의실에서 역사적인 협력사업 회의를 갖게 되었다.

그동안 남북의료협력사업을 위해 공헌한 전 의협회장인 유성희 박사가 평양에서 1박한 후 뇌출혈로 급서하는 사고가 일어남에 따라 1차 방문은 부득이 일정을 단축하여야 했다. 이후 합의한 사항에 따라 2차 방문을 9월 17∼24일에 하였고, 평양의대병원 안과에서 새로운 안과의료장비의 지원과 함께 백내장 수술의 실기 시범과 강연을 했다. 두 눈을 실명한 북한 주민 백내장 환자 8명에게 필자는 새로운 무봉합 수술과 접는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하여 광명을 되찾아 주었고, 북측 관계자들은 이러한 선진 수술기법을 평양에서는 처음 본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향후 전망

지금까지 의협을 통한 공식적인 남북교류는 2001년 7월에 처음 이루어졌으며, 그후 9월에 다시 2차 방문을 퉁해 한민족의 우애와 인도적 차원의 의료협력이 일단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3차 방문(평양적십자병원 안과 엑시머 점검 및 시술 시범 계획)은 북측의 요구로 11월에 방문하기로 계획했으나, 북측의 사정때문에 2002년으로 연기된 상태이다.

이밖에 비공식적으로 여러 대북지원 사회단체들이 의료인을 북측에 보내서 시찰, 진료와 수술 및 또 약품, 의료장비등을 지원한 사례가 상당히 많지만 북측과의 약속때문에 공개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통일부의 통계(2001. 8)에 의하면 보건의료면에서 북한을 처음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189만불 상당(전체 지원의 4%)을 시작으로 매년 증가하였고, 2000년도엔 1,380만불(12%), 그리고 2001년엔 2,000만불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의협에서 지원한 구급차 10대 (1차 방문, 미화 18만불), 5대 (2차 방문, 미화 9만불)과 함께 수많은 의약품 (56종, 미화 20만불상당)과 다시 2차 방문에선 약품과 의료장비(미화 30만불)까지 보냈으며, 여기에 수술을 통한 기술 지원이 포함된다〈표〉. 그러나 문제는 북측에는 이러한 고가의 의료장비를 수리할 수 있는 대리점이나 A/S센터가 없기 때문에 벨브하나 터져도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전기 사정이 나쁜 관계로 전압이 일정치 않으며 불안하게 낮아지기도 하여 고가의료장비는 필히 전압조절장치(AVR)를 함께 갖춰야 한다. 병원의 냉·난방 시설도 미비하여, 항온 항습의 유지가 필요한 전자 장비들은 제대로 사용이 안되고 있다. 또 갑자기 전기가 나갈 경우에 대비할 자가 발전시설이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해결책이 없이 장비만 지원한다고 계속 가동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의료교류협력은 진료와 수술기술의 교육 이외에 장비 부속들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방법과 의료기술자 양성 계획을 의협에서 우선 주선하여 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여기에 통일부와 KBS 남북교류협력단을 거치지 않고 북측 민화협등 대남 창구에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창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필자는 두번이나 평양을 다녀왔지만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언제나 남측 의협에서 지원(구급차, 의약, 의료장비, 수술시범등)한 것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우리가 인사받기 위해서 하는 사업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본 의료협력사업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웃동포를 돕는 마음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외부인, 특히 한국땅에서의 노출과 접촉을 꺼리는 것이 북측의 정책이라면 한국의학 학술대회에 북측 대표단 파견을 강력히 요구할 사항은 아니라고 보며, 한국 방문 초청 계획은 시기가 올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이다. 평양을 방문하여 평양의학대학병원 안과수술실에서 8명의 양안 실명 백내장 환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점안마취하에 소절개 무봉합의 백내장초음파유화흡인술과 접는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하고, 또 영광스럽게 백내장 강연까지 하고 돌아오도록 협조해 준 의협에 감사하며 본인은 계속 본 사업취지에 충실히 협력할 것이며, 통일의 빛이 비치는 날이 곧 오기를 2002년 새해와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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