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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창립]직선의협에 바란다-의료 윤리 의식 제고
[2001창립]직선의협에 바란다-의료 윤리 의식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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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11.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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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관(의협 중앙윤리위원장·관동대 의무부총장)

의료 윤리 의식 제고

 

윤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 곧 실제의 도덕규범이 되는 원리, 인륜'이다. 따라서 의료윤리를 다만 사전적 정의에 입각해 보면 `의사로서 지켜야할 도리, 곧 실제의 규범이 되는 원리'가 될 것이다.


이처럼 사람에게 요구하는 도덕을 특정직업인인 의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의사가 우리사회 다른 분야의 도덕성의 평균치 보다 낮아서가 아니라 하나 밖에 없는 고귀한 인명을 다루기 때문이며, 그 때문에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여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또 국민은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하여 왔던 것이다.

요즘이야 `선생'이란 호칭이 마구 남용되어 그 희소가치가 희석되었지만 일찍이 자신을 가르친 스승이 아닌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의사의 이름 석자 뒤에 `선생'이란 호칭을 붙였던 것도 이러한 이유였을 것이다.

이후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고 그 양상이 빠르게 서구화함에 따라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전문직이 가지고 있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도전이 소비자의 권리신장과 맞물리면서 의료분야 또한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로 부터 사회적 도전이 가속화되었다.

이와 아울러 시행초기부터 의료보험재정 보호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었던 의료보험제도는 의료공급자인 의사들이 의료수요자인 국민의 변화하는 의료관에 대비할 여유를 미처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 의료에 대한 권리신장과 욕구가 앞지르는 결과를 낳아 상호간에 불신과 불만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즉, 정부는 열악한 의료제도와 부족한 보험재정을 의사의 인술이라는 고전적·사회적 윤리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의약분업 파동과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정부와 보험자단체는 의사들의 의료보험 부정청구와 과잉진료 사례를 때맞추어 발표하고 언론은 이를 놓치지 않고 대서특필함으로써 의료보험제도의 모순과 의료보험수가의 염가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의사의 인술 부족 탓으로 호도하였다. 요컨대 의료보험료를 부풀려 받고도 진료비가 적다고 날마다 데모하고 의약분업은 밥그릇이 줄어들까봐 정부 방침에 반대하면서 환자를 볼모로 집단휴진하는 부류가 의사집단이라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두 제도 모두에서 상당부분 정부가 예측을 잘못하여 파생된 문제점들이 속속 입증되어 그간의 의사들의 주장이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으로 그동안 의사들이 입은 도덕적 흠집과 상처를 만회시킬수 있는 빌미는 될 수 없었다. 그리고 현대의학 1백20년, 의협 역사 90여년만에 7만의사회원 모두 거듭나는 뼈아픈 자기성찰을 통해 변화하는 국민 의료관에 맞춰 의료윤리를 재무장하여야한다는 결과를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의협은 대다수 회원의 여망을 반영하여 `의협개혁추진위원회 윤리강화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윤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과 권한을 강화하여 기존의 의협집행부와 대의원회와 더불어 의협을 대표하는 3대 기구의 하나로 윤리위원회의 위상을 대폭 격상시킴으로써 의료윤리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하였다.

아울러 기존의 `의사윤리선언'과 `의사윤리강령'이 지향하고 있는 의료윤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의료현장에 적용함에 사안별로 판단기준을 정한 `의사윤리지침'을 마련, 의협집행부와 별도로 전문위원의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 잘잘못에 따라 징계, 포상, 분쟁조정은 물론 의료윤리가 지켜질수 있는 의료환경조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참고로 의료윤리지침은 총강외 6장78조로 구성되어 있는바, 의료윤리의 4원칙인 자율성 존중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총강에서는 의사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의술을 폄으로써 바람직한 의료윤리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윤리 제고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제 1장에서는 공인되지 않은 의료행위의 금지 등을, 제 2장에서는 환자와 관련 진료중단과 퇴원요구 시 유의사항, 회복불능 환자의 진료중단 등을, 제 3장에서는 동료보건의료인과 관련 불공정 금지 등을, 제 4장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로 인권, 환경, 노동조건 보호의무, 그리고 부당이득 및 부당진료 금지 등을, 제 5장에서는 시술 및 의학연구와 관련 태아 및 생명복제연구 등과 관련된 의료윤리를 명시하고, 제 6장 윤리위원회 역할로 의사윤리 제고와 국민의 건강권 및 의사들의 진료권 신장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의료윤리와 관련하여 예상할 수 있는 제반사항을 빠짐없이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이 이처럼 윤리위원회의 운영체계를 개선, 독립성을 부여하여 그 역할증진과 위상강화에 부심하고 있음에도 효율적인 의사윤리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라 할 징계에 대해서는 과거와 같이 경고, 회원권리 정지 및 행정처분 의뢰, 의협신보에 징계대상자 공보등에 머물고 있어 실효성확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직능단체를 복수화하고 자체징계권 및 자체실사권을 인정하지않는 현행법에 근거하고 있는바 변호사단체가 강력한 자체징계권을 갖고 견책, 과태료, 정직(자격,업무)제명, 영구제명 등을 행사할 수 있으며 회원의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이 법무부장관으로 되어 있는 등 자체징계권은 물론 자체감찰권을 강화하여 변호사의 윤리를 법률적·강제적으로 제고시키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그간의 의협 집행부의 많은 노력과 회원들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의협윤리위원회가 정부로부터 자체징계권과 실사권 등을 위임받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대로 회원 각자의 자율적 윤리의식제고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여전히 의료윤리회복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 인바, 의협은 빠른 시일내에 정부로부터 징계권과 실사권을 받아내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신임집행부는 앞으로 시급히 수행해야할 많은 정책 중 의료윤리회복을 최우선과제로 하여 향후 몇 년만이라도 지역별, 분야별로, 크고 작은 토론회를 통해 의사회원 스스로 의료윤리의 재무장운동을 펼침으로써 의사회원은 물론 국민에게도 달라지고 있는 의사상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의사들의 흠집내기에 가려져 잊혀지고 있거나 간과된 인의·도덕성·인격등에서 국민적 존경을 받는 의사회원을 가려 그들의 삶과 업적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방안의 확대 등 범의료계가 대동단결하여 국민적 신뢰 회복과 존경심을 되찾는 일에도 보다 큰 관심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아울러 추상적이고 계량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표준화된 교재개발등에는 어려움은 있겠으나 의협 중앙윤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실무적인 의료윤리교재를 개발하고 의협 보수교육에도 의료윤리 프로그램을 정례화하도록 하여 병원평가등에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이같은 가시적인 노력을 통해 7만 의사회원 모두가 의료윤리를 생활속에 실천할 때 의료윤리 회복에 걸림돌이 되어 온 모순된 관련법규의 정비와 의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시정될 것이다. 또한 정부도 이제는 의사의 인술에 의존하는 비현실적 의료정책에서 벗어나,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투자 할 수 있는 신뢰받는 의료정책을 개발하는 데에서 의료윤리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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