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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한국의료 '핵폭탄'-의약분업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한국의료 '핵폭탄'-의약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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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3.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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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머리말


의약분업이란 의사는 환자를 진단·처방하고,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하는 견제와 균형의 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의약분업의 목표는 약품 오·남용을 줄이고,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처방·조제료 증가로 전체적인 의료비는 상승). 그러나 의약분업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서 이해당사자인 의사·약사 및 국민들 간에 자발적인 합의과정을 생략하고, 충분한 준비기간과 의약분업에 대한 시범사업도 없이 졸속이 시행한다면, 그 시행착오와 홍보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대 혼란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정부가 지어야 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 의약분업 주무이사로서 `의약분업 정부안'의 부당함을 회원들에게 널리 알림과 동시에 의약분업에 대한 의협의 기본입장을 밝히고자한다.

문제점

▲임의조제 및 혼합판매 행위
의약분업실시와 동시에 약국의 1차 진료행위(문진 및 진단의료기 사용 등)는 마땅히 근절되어야 하며, 임의조제 및 혼합판매 행위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약사법 중 애매모호한 조항을 개정하여 분명히 명시하여야 한다. 약사법 제39조 제2호(혼합판매)와 제41조 3항은 약사가 일반의약품을 의사처방전 없이 개봉하여 임의조제 판매형식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서 제39조가 법률로서 불분명하며, `직접의 용기 또는 직접의 포장상태로 한가지이상 판매하는 경우'라고 한 내용 중 직접이란 용어의 내용을 인식이 불가한 점은 보완·수정함이 타당하다. 뿐만 아니라 한가지이상 판매시 개봉, 분할하여 소분, 혼합조제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이 해석의 혼란을 줄 수 있다. 이 조항이 삭제되어야만 임의조제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있다. 지금까지 1993년 한약분쟁 이래로 약사는 100가지 한약재만을 사용하여 본방(本方)에 가감 없이 조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지금까지 약사법 위반으로 적발된 예가 단1건도 없었으니 과연 의약분업 시행 시 임의조제 및 혼합판매 행위를 법으로 근절시키겠다고 호언장담만 하고있는 정부의 공신력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전문·일반의약품의 분류 미비
의약품 분류는 보건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순수한 의약분업의 근본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일반의약품(비처방약)은 국민들이 임의대로 약국이나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구입하여도 약화사고나 습관성 등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안전성이 확보된 약품으로 극히 제한되어야만 한다. 보건복지부는 3월 2일자로 전문의약품 6,329품목(58.3%), 일반의약품 4,522품목(41.7%)으로 확정 발표했다. 스테로이드제제 51처방 등 총 147개 성분에 대해서는 3월중으로 추가분류를 완료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1996년 8월 이전에 허가된 단일제에 대한 분류일 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현재 이들 미분류 147개 성분과 시민대책위 합의 과정에서 분류검토가 누락된 품목, 합의가 안된 복합제제에 대한 분류 작업도 조속히 마칠 것을 촉구한다.

▲대체조제시 선결돼야 할 문제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0년 7월 1일 시행예정인 의약분업에서 의사의 상품명 처방에 대해 약사의 대체조제를 허용하기 위하여, 이미 허가된 단일제로서 정제, 캅셀제, 좌제 등 총 11,704 품목에 대해 2000년 4월 15일까지 의약품동등성시험의 실시 및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안의 주요내용은 43개 성분을 가진 수백개의 품목들(주로 미국 FDA 약효동등성 코드 B 품목)에 대해서만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2001년 12월 31일까지 실시 및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나머지 품목들에 대해서는 비교용출시험만으로 약효동등성을 인정하여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①약효동등성(therapeutic equivalence)에 대한 명확한 정의 및 국내 시판 의약품들의 약효동등성에 대한 분류가 선행되어야 한다.
②약효동등성 또는 생물학적동등성이 입증된 품목들만 대체조제를 허용해야 하며, 비교용출시험만으로 약효동등성을 입증할 수는 없으므로 비교용출시험만으로 대체조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③생물학적동등성은 전신으로 흡수되는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검토해야 하며,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포함한 약효동등성에 대한 시험은 기한을 두지 않고 충분한 시간동안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④품목별로 약효동등성에 대한 코드를 부여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그 코드를 공개함으로써 이에 근거한 처방 및 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⑤해당분야를 전공하는 의사와 약사를 각각 동수로 참여시켜 본 지침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⑥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은 KGCP(Korean Good Clinical Practice)에 따라 시행되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의 조기 정착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악화가 초래되지 않도록 사전에 의료전달체계가 분명히 정립되어야 한다. 불완전한 의약분업실시는 국민들의 3차 의료기관의 집중현상을 초래함으로써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진찰료 및 처방료의 현실화
대부분의 동네의원들은 특성상 주 수입원을 진찰료 및 처방료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지금과 같은 저수가를 개선시키지 않고 의약분업을 강행한다면 내과개원의의 월 평균 수입이 약 73만원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다. 아마도 개원가는 몰락하게될 것이고, 국민들은 극도의 의료대란에 시달릴 것은 마치 불을 보듯 분명할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과연 의약분업 도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또한 의약분업을 성공시키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의약분업도입에 따른 소요재정을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할 것이다. 참고로 OECD 국가중 국민의료비재정에 국고지원액의 비중이 20%이하를 차지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99 현재 15%수준).

▲약화사고시 책임소재 문제
리더스다이제스트 97년 11월 호에 소개된 미국의 약화사고 사례가 이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의약분업이 비교적 잘 운영되고있는 미국에서도 매년 10만건의 약화사고가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그 의사의 처방에 익숙하지 못한 약사가 처방을 잘못 읽어서 발생한다고 한다.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한계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이 하루빨리 공포되어 이로 인하여 진료가 위축되는 일은 없게 하여야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은 약화사고시 의사 20.3%, 약사 71.7%, 환자 7.8% 및 기타 0.2%로 그 책임을 물었다.

▲의약분업 시범사업
의약분업실시 시기가 3개월여 남았으므로 의약분업 추진 시범사업을 시행하여 재정소요, 국민이용에 대한 홍보 및 그 시행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총 점검이 꼭 필요하다. 시행하기 손쉬운 국·공립병원 및 보건소부터 외래환자 원외처방전 발행을 실시하라.

맺는 말

상기 전제조건들이 관철된 후에 의약분업은 마땅히 실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외국의 경우 민족국가 건설의 초기 또는 이미 건설된 민족국가를 공고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정책이 집권세력들에 의해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도입되고, 이용되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근대 복지국가의 시작으로 해석되는 1880년대에 도입된 비스마르크의 3대 사회보험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리 나라의 정책담당자들 일부가 공익 및 위기극복을 이유로 시장경제의 기본 틀을 깨는 특단의 조치가 가능하고 바람직하다고 믿는 데에 큰 문제가 있다. 또한 정책입안자가 국민정서 및 여론을 핑계로 사유재산권과 경제적자유의 침해를 용인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도 지극히 위험한 경과를 초래할 것이다. 만약 의약분업을 정부 주도적으로 무리하게 강제 시행한다면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킬 것이며, 국민은 의사와 약사사이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당해야할 것이며, 그 부작용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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