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실거래價 상환제의 교훈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실거래價 상환제의 교훈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0.03.21 14: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해영(서울·녹십자의원)

작년 11월 15일부로 전격 실시된 `보험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의료행정에 대한 정부 개입에 있어서 최근 가장 큰 파괴력으로 일차 의료망을 흔들어 놓은 충격파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결과는 우리나라 보건의료망의 기본 뿌리인 일차의료 즉, `동네의원'의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 행정의 표본이며, 또한 의료공급 시장에서 1차 의료와 2, 3차 의료기관간의 불균등한 시장점유율과 환자의 흐름을 읽지 못한 주먹구구식의 구름 잡는 환상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보험 도입 23년 동안 강제와 통제에 길들어진 행정편의주의로 결국 의료체계의 핵심인 동네의원의 숨통을 조이는 최악의 단기 조치라고 판단된다.

급기야 “죽느냐 사느냐” 생존권에 직면한 개원의들의 분노는 작년 `11·30 장충동 대회'와 `2·17 여의도 대회'를 연이어 촉발시키고, 의사 대중에게 의약분업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고 행정부의 무모한 단기적 방안으로 볼때 분업안의 실질적 제도관리 운영체계 전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실거래가 상환제에 의하면 모든 요양기관은 매분기 첫달 14일까지 `의약품구입목록표'를 의료보험연합회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는 서두에서 지적한대로 영세한 동네의원의 실상을 모르고 취약한 의료시장의 흐름을 모르는 행정편의주의의 극치이다. 뒤늦게 일차 의료기관의 심각한 경영악화를 인정한 당국은 허겁지겁 `의료기관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가정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결과 실거래가제도의 유보는 곤란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행정적 불편이 없도록 복지부가 실거래가를 확인하여 기준가를 실거래가에 가깝도록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의약품 구입내역 목록표 제출 의무 면제를 시사하였다.

약가 마진 30.17% 인하에 따른 의료기관 법정마진 24.17%를 수가로 돌려주고, 나머지 6.5%는 환수하여 급여확대에 쓰겠다고 복지부장관은 `고관포럼' 등에서 발표하였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변통이요, 확실한 대안이 아닌 것이다.

기준가를 정하고 의료기관의 구입비용이 기준가 보다 높으면 기준가로 청구하고, 기준가보다 낮게 구입했을 경우 실거래가로 보험 청구하라는 것인데 실거래가 청구하는 과정에 있어 분기별로 구입내역을 가중 평균하여 구입가격을 산출해 내야 하고, 이에 따른 목록 및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점에 있어서 실제 의료기관의 경영여건과 행정 현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의료기관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가정책委'에서 이 문제를 완벽하게 결론짓지 않고 결국에는 구두약속 정도로 슬쩍 넘겼으며, 특히 이 위원회를 진행한 차관은 1차 회의에서 복지부 입장인 자료제출만 면제하고 보험청구는 실거래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과 각 위원 등 다수 위원들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자료제출 면제와 기준가를 실거래가에 가깝게 복지부가 조정하여 고시하고 의원급(약국 포함)은 의약분업 시행 전까지는 복지부의 기준가대로 청구한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수준에서 의견이 모아져 당국의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확정된 방침은 아니었고 이후 논의 과정에서 복지부는 서면 확인작업은 공식적으로는 불가하고, 의원급은 몇개월 남지 않은 사안이므로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넘어가자고 제안, 구두 약속만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가정책위원회의 논의 중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약가마진을 의약분업 시행전까지 공식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00년 1월 회원에게 보내는 공문에서 1월까지는 기준가로 청구하고 2월부터는 아직 수가정책위에서 논의 중이므로 추후 결과에 따라 별도로 통보하겠다고 했고 따라서 회원들은 결과 및 지침을 기다리고 있으나 의협은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안한 상태여서 이 문제는 비합법적 이면구두약속(현재 6월말까지는 의원은 약가 사후관리 대상기관으로 선정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므로 의협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의약분업 시행시 약가마진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보험재정의 불필요한 손실분을 감소하여 수가인상에 도움이 되고 의약분업 미시행시 약가 관리제도의 변화에 따라 비합법적인 약가마진을 합법적인 수가의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추가약가 인하 및 수가 연동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판단을 준비해야 하고, 복지부의 2000년 4월경에 추가약가 인하와 관련한 조치를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거래가제도는 제약사의 담합을 통한 약가인상으로 장기적인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점이 지적되고 있고 의료기관 및 약국 등의 보험청구시 행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약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한 뒤 고시가로 다시 환원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정부정책은 매사가 이런 것인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해 집단간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핑계로 의약분업처럼 국가의 중대한 정책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없이 비전문가 집단인 소위 시민단체에게 결정을 위임하는가 하면 행정부 자신이 개발한 진료행위 원가 보존율 64.8%와 원가 보존을 위한 수가인상 54.3%로 볼때 그동안 얼마나 의료공급이 왜곡되어 있는가를 알면서 수가보전을 통한 의료기관 생존정책은 못쓸망정 어떻게 오로지 의약분업 목적 달성을 위해 공약사업이라는 핑계로 국가의료 기반이 무너지는 정책을 그 흔한 시뮬레이션(Simulation)한번 해보지 않고 전격 실시 할수 있단 말인가.

과연 현 보건의료 행정부의 기획 및 정책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실거래가제 실시로 약가의 거품을 제거하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의약분업 실시와 동시에 시행하여야 현실적이다.

그리고 실거래가 조사확인 주체는 통제와 조정능력을 갖춘 행정 당국자라야 한다. 현 상황에서 성공적인 의약분업을 시행하기 위하여서는 보험재정확보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서비스 제공주체인 의료공급자인 의사와 의료공급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인책과 보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정부의 기본방침과도 맞지 않는 현 실거래가 상환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하며,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부정하는 실거래가 상환제는 자칫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그 역동성을 인정치 않으므로 시장과 유통은 존재가치를 잃어 수요와 공급은 통제의 대상으로 되어 자유시장경제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결국 의료기관과 중소제약 업체의 무더기 도산, 국내 제약산업의 붕괴, 해외 거대 제약산업의 독과점이 우려되고 있어 결국에는 소비자와 보험재정면에서 모두 손해이며, 약품 구매 수량과 가격 산출에 따른 의료기관과 보험당국의 행정부담 및 비용상승 초래, 할증을 실제적으로 금지하는 현 제도에서는 약가의 거품을 노출 제거할 방도가 없어 결국 보험재정에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약 이윤이 없어짐으로써 의료기관의 총 외형 감소에 대해 국세청과 사전협의를 통한 소득률 하향조정 등 여건조성 불비를 들수 있고 21세기 유망사업 중 하나인 의학 및 제약 산업을 위축시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등 문제인식이 없다면 해결책이 있을 수 없듯이 관계당사자가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관심사부터 우선 순위를 정하여 풀어나가는 즉, 의보재정 확보 방안부터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민주적인 해결을 바란다. 나아가서 정부는 보건의료 효율화와 선진화를 위한 보건의료 개혁정책에서 막연하고 추상적인 의약분업의 효용성만 나열하였지 구체적인 행동계획과 정책수단이 없다는 것에 실망하였다. 바라건데 우리나라 의료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생존과 활성화 방안 그리고 일차의료의 강화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도 적극 관심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같은 막무가내식 제도시행은 없어야 한다고 의료계는 잔뜩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의료계 위기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전국 7만여 회원은 굳은 의지로 당당히 맞설 것이며, 정부도 의사가 전문가로서 대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을 합리적으로 추진해주길 기대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