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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진료수가 현실화 및 수가계약제

[2000창간]참 의료를 위한 개혁과제/진료수가 현실화 및 수가계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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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3.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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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철(연세醫大 교수·예방의학)

우리 의료사상 유례없이 의사들의 시위가 연이어 두차례 있었고 앞으로도 시위의 형태로 또는 더 강력한 형태의 행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두차례 시위의 주된 취지는 왜곡된 의약분업을 바로 잡는데 있으나 그 내면에는 진료수가의 현실화를 내포하고 있다. 1999년 11월 15일 약가의 30.7% 인하와 함께 의약품의 실거래가제의 도입은 약가 차액을 제거하여 그동안 진료수가의 문제를 심각하게 부각시켰으며 의약분업의 실시와 물류조합의 설립 등으로 인해 진료수가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의료보험수가 수준


우리의 진료수가는 의료보험 수가 제정 당시부터 태생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일인당 국내총생산이 천불 수준에서 실시한 우리의 의료보험은 보험대상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적정하게 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진료수가가 낮게 책정되었다.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후에도 의료보험 대상자들의 확대, 통합 논쟁 등의 이유로 적정 보험료 부담을 실현할 수 없었으며 진료수가의 현실화를 실현하지 못하게 되었다.

의료보험 수가수준은 보건복지부 등의 용역연구에 의하면 1997년 10월 기준으로 원가의 64.8%에 불과하다. 이 연구는 5,203명의 의사들에게 자료를 수집했으며 8개의 병원들을 대상으로 연구진이 직접 비용자료를 수집하여 산출한 결과로 우리나라 진료수가의 연구중 가장 심도 있는 연구라 할 수 있다. 한편,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료보험 수가수준은 68.1%에 불과하며 이는 내과개원의협의회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의료보험 수가수준은 원가의 70%에도 미치지 못하여 시장경제논리로 경영하는 경영의 주체인 의료기관들은 진료수가의 적자분을 약가 차액에 의존하여 왔다. 그러나 현 상태는 약가 차액 제거라는 일련의 조치에 의해 약가 차액에도 의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참 의료와 酬價 현실화

의료보험 수가의 현실화는 의료를 바로 세우는 중추적이며 기본적 요소이다. 진료수가는 의료기관과 환자를 연결하는 기본 요소중 하나이며, 또한 의료기관과 보험자를 연결하는 기본 요소이고 의료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중 하나이다. 따라서 의료보험 수가가 적정하지 않을 때 의료가 왜곡되고, 의료기관의 경영이 왜곡되고, 국민들의 이용형태가 왜곡되고, 보험자의 재정운영 형태가 왜곡된다. 이런 왜곡의 정도는 의료보험 수가와 관련된 정도가 깊을수록 증가한다.

약가 차액이라는 왜곡된 형태에 의존하여 운영하던 의료기관들은 약가 차액을 제거하는 일련의 정책들중 일부가 실시된 지금 이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으며, 약가 차액을 제거하는 나머지 정책들이 도입되고, 의료보험수가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그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는 의료기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우리의 의료보험 수가는 현실적이지 못하며, 그만큼 의료기관들이 약가 차액에 대한 의존이 심했기 때문이다.

酬價현실화 위한 재원확보

현재 의료보험수가 수준이 원가의 64.8%이므로 현재 의료보험의 재정 10조원중 진료수가가 70%인 7조원이라면 원가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3조8천억원이다. 이중 일부는 약가 차액을 제거함으로써 조달되어질 수 있으나 그 돈의 규모는 1조원 내외이므로 약 3조의 재원이 추가로 조달돼야 한다.

이를 확보하는데 가장 바람직하고 시급한 방안은 국민들의 보험료 인상과 국가 지원의 확대-특히 지역의료보험 재정의 50%는 정부의 약속으로 이행되어져야 한다-이다. 이를 통해 필요한 재원의 전부를 단기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면 그 부족분 만큼을 외래의 본인부담을 인상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보험재정중 약 58%가 외래진료에 대한 급여로 지출되고 있는데 이 지출중 많은 부분은 국민들이 직접 지불한다 하더라도 경제적 위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확보된 재원을 우선적으로 외래진료의 본인부담 인상으로 경제적 위협을 지니는 환자에게 사용되어야 하고, 입원진료에 대한 본인부담을 낮추는데 사용하고, 많은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되나 나머지 부분을 보험수가 현실화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방안들로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다면 이층적 형태(two-tier system)의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수가와 수가계약제

진료수가에 있어 새로운 파라다임인 수가계약제(요양급여비용계약제)가 2001년 1월 1일부터 도입되며 이를 위해 2000년 9월 30일까지 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고시하던 의료보험수가를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와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간의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한 계약의 형태로 결정하도록 한 수가계약제는 의료보험수가에 있어 가장 큰 변화이다.

현재 정부의 수가계약제(안)는 당사자간의 합의를 제고할 많은 부분이 있는데 첫째, 계약당사자 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즉, 정부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용계약에 대한 의견을 공단에게 제시할 수 있으며, 공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해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반면 의약계는 장관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도 없으며,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자료를 획득할 수도 없다. 둘째, 계약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의료보험수가와 관련된 대부분의 내용인 요양급여의 기준, 약제 및 재료비의 상한가 설정, 요양급여별 상대가치 점수 등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약제 및 재료비 등을 제외한 행위료(기술료)에 대한 점수당 단가만을 계약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의료보험수가의 계약당사자가 합의에 의해 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점수당 단가(환산지수)에 불과함으로써 계약의 범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특히 2000년 7월 도입한다고 표명하고 있는 환자군별 포괄수가제(DRG)에 있어서도 환자군의 분류, 점수를 정부에서 결정하고자 하고 있다. 셋째, 당사자간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점수당 단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당사자간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와 함께 중립적 위치에 있는 제3자가 중재하여 계약 체결을 도모한다. 그러나 정부의 수가계약제(안)는 당사자간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당사자는 제외하고, 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정부(안)은 수정되어져야 하며, 이를 수정할 수 있도록 의료계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수가계약제의 계약의 틀을 바로 잡는 부분과는 별도로 수가계약제에 있어 당사자간의 합의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진료수가의 현실화 문제이다. 만약 수가계약제 이전에 의료보험수가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계약 당사자인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는 당연히 원가보존을 주장할 것이고, 보험자는 원가보존을 위한 필요한 재정 조달의 어려움을 제기할 것이다. 이런 대립은 평행선을 그을 뿐 당사자간의 합의에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가계약 이전에 의료보험 수가의 현실화는 반드시 선행돼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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