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21:53 (금)
[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최강원

[2000신년]새로운 시대 의학/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최강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0.01.02 14:3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강원(서울의대 교수·내과학)

새로운 세기에 인류가 맞이할 질병의 도전 중에서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혹은 재출현)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가 어려운 일이며, 어떤 낯선 새로운 전염병이 21세기의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날지를 점치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오는 21세기에 예상되는 환경 및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전염병 출현(혹은 잊혀졌던 병의 재출현)의 최근 추세로부터 예상 가능한 미래를 스케치해보고자 한다.

전염병은 인간과 미생물, 그리고 환경이라는 3가지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발생하고 변화한다. 따라서 시대와 사회, 환경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변화하여 때로는 갑자기 폭발적 유행으로 나타나고 때로는 조용히 무대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20세기 중반부터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 경제 사회적 여걸의 전반적 향상으로 전염병은 급격히 감소하였고, 또 쉽게 예방 또는 치료되었기 때문에 한때 전염병의 시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에이즈를 비롯한 새로운 전염병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많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병원체들이 급속도로 확산됨으로써 이러한 낙관론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렇다면 미래에 전염병은 소멸하는 것인가 아니면 부활하는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염병은 원래 변화하는 질병이라는 사실이다. 인간과 병원체와 환경이라는 전염병 구성의 3요소는 각각 진화와 변화가 그 본질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전염병의 빈도나 종류, 중증도 등은 끊임없이 변화하여, 새로운 전염병이 난데없이 출현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잊혀졌던 병이 눈앞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항상 변하는 것이야말로 전염병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세기에 또 무슨 전염병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가? 아마도 많은 지난 세기의 전염병들이 이월될 것이다-그 중에는 3400만명의 감염자를 가진 에이즈, 매년 수백만의 희생자를 내는 말라리아와 설사병 및 결핵이 있다. 그리고 20세기말에 ‘새로운 전염병’이라고 부르는 수십 가지의 전염병들이 있다.

역사에는 단절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자연과 인간 사회의 변화와 문제들은 내일도 계속 될 것이며, 전염병도 이러한 여러 요인에 의하여 부침을 보일 것이 틀림없다, 전염병은 새로운 세기에도 여전히 중요한 위협으로 존재할 것이나,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최근 새로 출현 혹은 확인된 전염병들

최근 20년만 해도 30가지 이상의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나거나 혹은 그 병의 병원체를 발견하였다. 해로운 전염병이란 과거에는 없었어나 몰랐던 전염병이 새로 나타나거나, 드물던 병이 갑자기 급증하는 경우를 말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전염병의 병원체를 새로 발견한 경우와 페니실린 내성 폐구균처럼 새로운 내성 변이주를 포함한다.

중요한 몇 가지 예를 들면 70년대의 에볼라(1977), 레지오넬라증(1977), 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 발견(1976), 80년대 들어 등장한 에이즈(1981)를 위시한 E.coli O157:H7(1982)과 미국판 출혈열인 한타폐증후군(1993),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나 다시 극적으로 되돌아온 말라리아(1993), 중세의 흑사병 공포를 되살린 인도의 페스트(1994), 동남아에 등장한 새로운 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뇌염(1999)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을 놀라게 한 새로운 전염병은 많다.  

최근 새로 등장한 전염병들은 왜 이시기에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 틀림없으며, 이것을 분석하여 알아내는 것은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전염병을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새로운 전염병은 병원체가 다른 동물로부터 새로 인간에 들어오거나(인수공통병), 기존 병원체의 변이 (항생제 내성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며 이러한 새로운 병원체의 출현은 여러 환경 기후 및 생태계 변화와 인간 사회의 여러 변화(교통 및 교역, 항생제 사용, 산업 및 기술 문명)와 관련되어 있다.

새로운 전염병은 2단계로 나누어 생긴다. 첫째 새로운 병원체가 새로운 숙주 집단(예: 인간사회)에 들어오는 단계로서 대개 다른 동물이나 환경으로부터 유래하며, 둘째 새로운 숙주 집단 내에서 자리 잡아 퍼지는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의 첫 번째(도입)단계는 다른 동물로부터의 병원체 도입 즉 인수공통병적 요소가 가장 중요하고 흔하다,

전혀 새로운 전염병이란 실제로는 이처럼 다른 동물(種)로부터의 유입이 대부분이다. 촉진요인으로는 환경변화(농업, 개발, 기후변화), 인구학적 변화 및 행동변화, 여행과 교역, 산업 및 기술, 미생물의 적응 및 변하, 공중 보건 행정의 붕괴 등이 있다.

2.환경 및 생태학적 변화

새로운 전염병 출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농업 및 개발 등 생태계 변화는 사람들을 자연계 병원소나 숙주와 접촉할 기회를 증가시켜 사람에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전염병을 전파시킨다.

21세기 들어서도 이러한 개발과 환경 파괴는 계속될 것이므로, 설치류 및 곤충과 관련된 새로운 병원체(출혈열 바이러스등) 출현의 가능성은 많다. 한편 농업인구 감소와 기계화로 우리나라의 경우 렙토스피라스증 같은 질병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개발에 따른 물의 변화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모기의 산란장인 고여 있는 물의 양이 증가하면-댐, 관개수, 상수원-산란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모기 매개성 전염병-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과 주혈흡충증 등은 증가될 위험성이 있다.

3.기후의 변화

환경 변화의 일부이나, 기후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

자연적 및 인간에 의한 변화의 요소가 어울려 지구의 온도가 상상하고 그 결과로 많은 전염병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온실 효과는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에 의하여 주로 생기며, 21세기에는 개도국의 경제 발전으로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어, 2100년에는 기온이 2℃ 증가하고 강우량과 해수면 등 심대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엘리뇨와 라니냐도 기온과 강우량 등 기후변화를 통하여 역시 전염병 특히 매개 곤충을 통한 전염병 발생을 초래할 것이 예상된다. 기온이 2℃ 상승하면 모기의 숫자가 증가하고, 모기의 대사(2배)와 흡혈빈도가 증가한다, 말라리아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 유행지역이 지표의 42%에서 60%로 증가할 것이며,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한 한국에서 말라리아는 더욱 기승을 부릴 위험성이 있다. 그밖에 뎅기열, 황열, 일본 뇌염, 필라리아증, 주혈흡충증, 리슈마니아증도 발생 지역이 확대되고, 빈도 증가가 우려된다.

초기 단계에서 말라리아의 종합 관리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홍수, 가뭄 등은 환경오염에 의한 조류 증식 등은 교역 증가와 함께 개도국서 콜레라의 유행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4.인구화적 요인과 인간 행동 변화

21세기에 개도국의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초래할 것이며, 2025년이면 세계 인구의 65%가 도시에 모여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도시화와 밀집화로 시골 오지에서 드물게 생기던 전염병은 도시로 유입되어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에이즈나 뎅기열은 물론, 성병이나 마약과 관련된 병도 역시 쉽게 만연될 것이다.

5.교역과 여행

교역과 여행은 중세의 페스트나 근래의 콜레라에서 보듯이 전염병의 통로를 제공하였다. 교통의 양과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진 지금 전염병의 숙주나 매개체는 순식간에 대륙간을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공항 말라리아나 쥐를 통한 한타바이러스, 콜레라등은 허술한 미래의 방역망을 비집고 쉽게 여러 나라에 펴질 위험성이 크다.

6.산업 기술의 변화

식품의 생산도 다른 공산품과 같이 대규모적으로 세계화되면서, 일단 어느 구석에서 오염되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식품 매개 전염병의 유행을 불러올 위험이 커지고 있다. 햄버거용 소고기 오염에 의한 E.coli O157:H7의 공포는 상존하는 위협이며, 식품위생관리가 허술한 개도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경우 기생충이나 세균 오염으로 인한 위험이 더욱 큰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광우병이나 혈액제재 오염에 의한 HIV 감염전파도 세계화된 식품이나 의약품의 생산, 배포가 얼마나 큰 위험성을 내포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비하여 엄격한 식품검역체계를 확립하여 미리 이런 위험성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7.보건 위생행정의 붕괴

국가 경제와 정치 사호의 안정은 전염병의 예방 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깨끗한 상하수도 시설, 예방접종, 전염병 감시 활동 등을 통한 효과적인 방역행정은 국가의 전염병 예방 관리를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전쟁이나 내란, 국정혼란으로 이러한 국가 기능이 흔들리면 순식간에 몇 게시 전의 고전적 전염병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구소련 몰락 후의 러시아에서의 디프테리아 대 유행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우리가 정복하였고 자신하고 있는 많은 전염병들은 국가적 혼란과 경제적 붕괴가 오면 언제든 다시 되돌아 올 것으로 보아야 한다.

8.미생물의 변화

거의 무한대한 적응력으로 미생물은 인간보다 훨씬 더 빨리 변화하고, 자연선택을 통하여 진화한다. 그 결과 여러 항균제에 내성인 병원체가 나타나고, 돌연변이나 혹은 유전자의 재조합을 통하여 보다 독성이 강한 새로운 변이주가 출현한다.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출현은 끊임없는 위협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몇몇 산발적인 보고가 있는 반코마이신 내성 포도상구균(VRSA)의 전 세계적 확산, 이미 만연된 페니실린 내성 폐렴구균(PRSP)의 내성 확대 등으로 최악의 경우 어떤 기존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독성이 강한 내성균이 출현 등은 악몽의 시나리오이기는 하나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항생제 사용의 적정화를 통하여 내성균의 출현을 낮추고, 새로운 백신과 항생제 개발, 병원감염의 예방관리, 질병 동태의 감시를 통한 방역대책의 확립을 위한 국가적 및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