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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신년]미래 대비하자/의료개혁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2004신년]미래 대비하자/의료개혁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4.02.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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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아(맥킨지 서울사무소 헬스케어팀장)

의료개혁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장기적 비전·정책 일관성 개혁 지름길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건강보험제도의 확립 및 의료시설과 인력의 증가에 따른 전반적인 의료 여건의 향상과 참여 주체들 특히, 의료계의 적지 않은 희생을 통해 주어진 비용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의 질을 제공하고, 발전과 성과를 이룩했다.


그러나 복지사회로 점차 진입하고 있고 경제·교육·연금 등 많은 사회적 개혁들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은 한국 의료 시스템에게도 중요한 교착점이다.
규모나 외형상의 성장과 절대적인 의료비용에 대해 집중한 결과 많은 문제들이 축적되어 왔고 우리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한 시점에 달해있기 때문이다.

의료의 3대 주체인 환자·보험자·공급자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저부담· 저수가·저급여'로 요약되는 의료보험제도에 눌려 건강보험은 보험이라기보다는 '의료 할인 쿠폰'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렇게 의료의 주체가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와 새로운 의료 기술의 개발 그리고 소득 수준의 증가로 인한 의료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인해 의료 시스템의 개혁에 대한 어려움과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한 과제들에 대해서는 앞서 연재된 기사에서도 다루어졌으며 최근 맥킨지에서 출간한 '의료 개혁 2010'에 서도 다루어졌기에 이 글에서는 하나하나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어떠한 준비와 과제들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의료개혁을 시작하기 위한 전반적인 과제는 크게 2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우리 의료개혁의 기본 원칙(Guiding principle)과 이에 따른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혹은 비전의 수립이고, 둘째 영역은 이러한 장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접근법과 당장 실행하여야 할 전반적인 실행 과제이다. 이들 2개 영역을 각각 살펴보도록 하자.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료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 즉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청사진이 없을 때 장기적인 안목과 준비가 필수적인 의료시스템에서 단기적이고 산발적인 의료정책들이 나오고 이로 인해 참여 주체의 혼란이 야기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 시스템의 비일관성을 볼 때 장기적인 비전의 수립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표면적으로는 공보험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공보험의 급여범위가 다른 OECD 국가들의 공보험들과 비교하여 볼 때 제한적이며, 전체적인 의료비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으나 환자들의 Out-of-pocket spending은 GDP의 3.3%로 OECD 평균인 1.9% 보다 현저히 높다.

따라서 공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면서 비급여 부분이 커서 환자들은 공보험에 대한 불만이 크고 정부는 강력한 공보험의 추진과 공보험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민간보험의 활성화를 주저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 비전 수립이 어려운 것은 가장 이상적인 의료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느 나라도 이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한 나라에 가장 적합한 의료 시스템은 그 나라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와 처해 있는 제반 상황과 그 나라의 특성에 따라 결정지어진다. 그러므로 국민의 여론, 의료진·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 그리고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고려하여 우리 현실에 맞는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각종 해외 사례 연구와 더불어 '2002년 맥킨지 보건의료 여론조사'를 통하여 나타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한 설계 원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의료의 질에 초점을 두라는 것이며, 둘째는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평등주의'를 원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전체적인 의료의 비용 보다는 의료비용의 효율성에 중점을 두라는 것이었다.

이들 각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국민의 다수(62%)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의료의 질은 반드시 높여야 한다는 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이제까지 의료의 질보다는 의료의 비용에 치중을 했던 것과 달리 국민들은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의료의 질에 역점을 두기를 바란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한국 국민의 절대 다수(89%)가 의료 혜택에 있어서는 개인의 지불 능력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가난한 사람도 치료비로 인해 가계가 파탄되는 경우는 없어야 하며(91%) 국가가 조금 더 많은 조세를 걷더라도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77%) 고 답해, 사회보장 성격의 의료제도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많은 사람들이 만약 비용을 더 내더라도 확실히 그 비용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더 나은 혜택으로 이어진다면 비용 지불에 대한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미루어 보아 절대적인 의료비용의 축소보다는 효율적인 의료비용의 사용이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개혁 혹은 설계 원칙을 감안하고 여러 전문가의 의견과 분석을 통해 우리 의료의 10 ~ 20년 후의 장기적인 비전은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OECD 평균 수준의 의료의 질을 가지며, 필수적은 의료(의학적으로 필요하고 그 효능이 입증된 의료행위 및 의약품의 사용하는 의료 활동)에 대해서는 내실이 있는 공보험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며, 필수적인 의료외의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완적으로 다양한 민간보험을 선택 할 수 있다.

이러한 증대된 혜택의 대가로 국민들은 2010년을 예로들 때 현재보다 약 1.7배 보험료를 지불하게 되고, 의료 쇼핑이나 과대 진료 등의 비효율적인 의료비 사용이 줄어들어 효율적인 의료비 사용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의료개혁을 위해서 전반적인 실행과제에 앞서, 의료의 비전만큼 중요한 또 하나가 의료개혁에 대해 적절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의료의 이해 관계자 집단들은 서로 상이하고 많은 경우 상충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이들 이해 집단들의 의사 결정이나 행동이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는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각각으로 보아서는 훌륭한 제도들도 그 제도들을 실행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다른 제도들과 더불어 총체적인 해결책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료개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개혁 과제이건 그 정책이 각각의 참여 주체(3P: 환자· 공급자· 보험자)와 이들 간의 상호작용에(3I:3P간의 Interaction)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는 시스템적인 접근법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장기적인 비전과 접근법에 따라 우리가 당장 실행하여야 하는 전반적인 과제들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는 의료개혁을 위한 장기적 비전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개혁안을 구체화하고 이러한 개혁안들을 총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첫 단계로 국가적 태스크포스팀(Task-force team)을 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 필요할 의료개혁의 방대함과 복잡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시각과 과제들의 상호연관성을 감안할 때 이를 추진할 강력한 팀이 필요하다. 이 추진 팀의 구성은 3P의 관점을 모두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의 핵심 인물, 의사·간호사·약사 등을 비롯한 의료계의 전문가들, 보건의료학계의 전문가들 그리고 여론을 대표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추진 팀은 먼저 현 시스템의 문제와 쟁점사안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Fact base approach) 수집하고,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의료의 장기 비전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해결책과 실행계획 마련, 성과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다.

이 태스크포스팀의 최우선 과제는 우리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를 재정의 하는 것과 수가 체계를 재정비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 의료제도의 근본적인 문제가 공보험의 급여의 범위와 혜택의 수준 그리고 수가의 수준과 지불 방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과제로는 신뢰의 회복이다. 신뢰의 회복은 정부와 국민,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의료계와 환자 간 모두에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국민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잘 해야 한다.

또한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상호 관련성을 고려하여 설계된 여러 과제들이 시스템의 여러 면을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 다양한 과제들이 동시에 실행돼야 하는 이유는 각 과제들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인식되는 시기가 상이하다는 점에서 의료개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가능케 하는데 필수적인 보험료의 인상이나 소액부담제는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국민들은 아무런 혜택 없이 정부가 국민들의 부담만 늘렸다고 생각하기 쉽고 불만이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한 이 시점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우리 의료 시스템의 장기적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총괄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중간 중간 그 진행경과와 효과를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제까지 보험자 및 정부와 의료계간의 갈등은 많은 부분 이들 간의 의사소통이 거의 부재했다는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서로 터놓고 의견을 교류하여 우리 의료시스템을 위한 가장 좋은 정책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의료문제를 국가적인 중요한 과제로 놓고 장기적인 정책의 수행이 가능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임기가 평균 6개월밖에 되지 않고 의료정책을 입안하는 기관의 의료전문가들이 부족한 현실에서 의료개혁이 이루어지기란 어렵다. 이러한 여건 조성에 있어 적절한 인력의 기용과 의료문제를 사회· 정치적인 중요한 사안으로 고려하고 이에 대한 활발한 토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건의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의료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우리의 의료 시스템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들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의료의 참여 주체들이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의료 시스템은 지속적인 발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 더 나아가 21세기 의료가 우리 미래의 성장의 주요한 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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