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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전면시행 의약분업 그 문제점
전면시행 의약분업 그 문제점
  • 김영식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0.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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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시행 의약분업 그 문제점
長考끝 惡手
惡法 끝내기
개정 약사법 허실
`5개월 유예' 임의조제 불씨 남겨
`존중' 법조문 삽입 대체조제 허용
`차광 주사제' 삭제 위험성등 내포
`대체불가 600품목…' 진료권 침해
분업협력위원회 효율 운영될까…


 원칙없는 개혁정책으로 인해 반갑지 못한 `대란(大亂)'이란 용어가 흔히 쓰이고 있다.
 `금융대란'을 비롯 `환경대란', `교통대란', `노동대란'에 이어 급기야 최근에는 `의료대란'이란 용어까지 등장되었다.
 이런 불미스런 상황이 전개되기 까지에는 사회 각 분야에 서의 대립과 갈등에서 기인한 것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정에 대한 불신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하나로 의약분업으로 불거진 의료계의 `진료권 찾기운동'이 바로 `의료대란'을 불러 일으킨 것을 거명할 수 있다. 의료계의 집단폐업은 영수회담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정부안으로 제출된 개정안이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이란 합의를 이끌어 냈으며 이런 과정에서 약사법 개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사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 본회의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25일까지 열린 213회 임시국회의 파행으로 계류된 상태에서 다음 임시국회로 넘겨지게 됐다.
 약사법 개정안이 마련되기까지엔 숱한 우여곡절과 진통속에 결실을 보긴 했으나 의료계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어쨋든 현재 의료계의 상황으로 볼때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는 약사법 개정이 `의료대란'이란 의료계의 거시 목표를 희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정 약사법을 분석해 보면 ▲임의·대체조제의 허용 ▲주사제 허용 ▲진료권 제한 ▲의약분업협력위원회의 파행 운영 등 의료계는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하는 `악법(惡法)'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醫와 藥'을 분리하는 의약분업이 오히려 약사에게 1차 진료를 인정해 주는 법으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의 무제한 허용

 ①임의조제
 임의조제 부분에서 개정 약사법은 제39조 2항인 `약국개설자가 일반의약품을 직접의 용기 또는 직접의 포장상태로 한가지 이상 판매하는 경우'를 삭제시켰으나, 5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설정함으로써 사실상 임의조제의 불씨를 담아논 것이나 다름없다.
 의약분업이란 제도가 조제는 반드시 환자의 질환을 진단한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근본이념을 취하고 있음을 고려할때 약사법 제39조 단서 2항은 당연히 삭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이 조항에서 직접의 용기나 직접의 포장은 PTP나 Foil포장을 뜻하는 것으로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은 의사의 처방없이 일반의약품의 조제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의약분업과는 거리가 먼 조항이란 지적이다.
 ②대체조제
 이번 개정에서 대체조제와 관련된 약사법 제23조 2의 1항에서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상용처방의약품 목록의 의약품을 처방한 경우에는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없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할 수 없다'로 개정했다.
 그러나 2항에선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상용처방의약품 목록 외의 의약품을 처방한 경우에는 그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할 수 있다.
 다만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특별한 소견을 기재한 경우에 약사는 이를 존중하여 조제한다'라고 단서 조항을 삽입했다.
 3항에서는 준수사항으로 ①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기재한 의약품과 그 성분, 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약효 동등성을 인정한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할것 ②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기재한 상용처방의약품 목록 외의 경우 의약품을 대체조제하는 경우에는 그 처방전을 소지한 환자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알리거나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통보할 것을 첨부했다.
 여기서 상용처방의약품 목록 외의 의약품에 대해 대체조제를 허용하면서 단서조항에서 의사의 특별한 소견을 기재한 경우에 약사는 이를 존중토록 한 것은 법적인 규제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존중'이란 단어자체는 제도적인 장치를 규정하는 법조문에 삽입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의료계는 결국 이 조항은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改惡法'이라고 지적, 수용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대체조제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약효 동등성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아닌 비교용출 시험에 의한 것이므로 식약청 약효 동등성에 근거한 대체조제는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상용처방의약품 목록 이외의 의약품은 적어도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한 약제에 한하여 대체조제가 허용되도록 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필요시에는 의사의 `대체조제 불가'란 표시가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주사제와 의약분업

 의약분업에서 주사제는 논란이 대상이 큰 편은 아니었다. 당초 의료계는 국민불편 및 보관·관리상의 문제를 들어 의약분업 대상에서 주사제를 제외시키켜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나 시민단체 등에서 주사제의 남용을 지적, 일단 의약분업에 포함시키는 것을 수용했으나 역시 주사제는 관리 및 보관상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사제의 남용은 의사측의 경우 의료보험 심사평가로, 환자측의 요인은 대국민 교육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국민교육은 정부측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겠다.
 의약분업에서 주사제를 포함하되 일부 주사제인 운반 및 보관에 안전이 필요한 주사제, 검사의 전처치에 필요한 주사제, 중환자에 필요한 주사제, 수술 및 처치에 필요한 주사제 등은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 약사법 개정에서 부대결의 사항으로 주사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약사법 시행규칙 제13조의 2 제1항 제1호에서 `차광'을 삭제하고 이를 2001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 역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사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의사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의사는 물론이고 약사, 정부, 시민단체, 환자 모두의 노력없이는 남용을 방지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 공통된 분모이다.

진료권 빼앗는 상용처방의약품

 대체조제를 할 수 없는 의약품을 이번 약사법에서는 `상용처방의약품'으로 정하고 있다.
 더욱이 상용처방의약품 품목을 600품목 내외가 되도록 하고 지역별로 의원·병원·종합병원의 분포 등 지역실정에 따라 가감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에서 부대 결의했다.
 현재 복지부가 고시한 전체 의약품은 3만6000여 품목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어떻게 이중에서 상용의약품을 600품목으로 정하란 것인가?
 대체조제할 수 없는 600품목을 상용처방의약품으로 정한다면 약 98%의 의약품에 대해 의사의 동의없이 약사가 임의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600품목으로 제한하는것 자체가 의사의 정당한 진료권과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대체조제를 하기 위해서도 단지 법에 정해진 약효동등성이라는 약리적인 문제뿐만이 아니고 진단과 환자의 특이체질, 약제에 대한 감수성 판단 등이 전제되어야만 의약분업의 근본취지에 부합된다고 본다. 의약분업은 국민의 부담과 불편을 이유로 대체조제가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어느정도 국민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기본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의약분업협력위원회의 효율적 운영

 국회 법사委 심의 과정에서 약사법 제22조 2의 1항에 `의사, 치과의사 및 약사가 처방과 조제업무 등의 협력을 위해보건복지부에 중앙의약협력위원회를 두고 시·군·구에 지역의약협력위원회를 둔다'로 개정했다.
 2항에선 `중앙의약협력위원회는 의사, 치과의사 및 약사 상호간의 협력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협의하며 지역의약협력위원회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상용처방의약품 목록을 조정하여 정하고 지역내 의사, 치과의사 및 약사 상호간의 협력방안을 수립·시행하는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3항에서 중앙의약협력위원회는 20인 이내, 지역의약협력위원회는 12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은 의약관련 분야에 학식과 덕망이 풍부한 자로서 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공공기관 또는 관련기관·단체 등이 추천하는 자가 된다' 로 일부 수정했다.
 의약협력위원회에서 처방의약품 목록을 정하도록 했는데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분야에 어떻게 공공기관, 관련단체 등이 포함돼야 하는가? 중앙의약협력위원회나 지역의약협력위원회의 위원은 의사, 치과의사, 약사로 반드시 구성·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준비 안되고 파행적인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 의사회에서 의약협력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나, 정부는 의약분업에서 의약협력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막중함을 다시한번 인식하고 의료계의 참여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은 의사나 약사를 위한다는 것보다는, 국민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약사법 개정 등 의료계가 국민건강 차원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들이 가급적 반영돼야 한다. 오로지 의료계가 결의대회·휴진·폐업이 아닌,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나 정치권은 의료계를 껴안고 눈여겨 보는 통찰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金永植·young@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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