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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0:40 (금)
[2004창간]의료계 정치세력화/심재철 위원에게 듣는 의협 정치세력화
[2004창간]의료계 정치세력화/심재철 위원에게 듣는 의협 정치세력화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4.03.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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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조화 속 전문성·보편성 획득 관건"

심재철 위원에게 듣는 의협 정치세력화

 

의협은 최근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고 오는 4·15 총선에 적극 개입키로 했습니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 물론 익히 들어 잘 알고있습니다. 어느 집단이건 자신의 의견을 법·제도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의협의 정치참여도 사회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협이 정치참여를 선언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정당한 요구를 해도, '밥그릇 싸움',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하며 번번이 묵살됐습니다. 결국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바꾸지 않고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달은 것이죠. 하지만 역시 '집단이기주의'라는 일부의 시각이 부담스러운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이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나, 어느 단체나 다 똑같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지요. 예를들어 전형적인 님비현상으로 '우리집 근처엔 장애인학교 들어서면 안된다' 이런건 집단이기주의지요. 그러나 자신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이익과 연계되는 것이라면 얘기가 틀려집니다. 자기들만의 특수한 이익관철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이익과 이어지는 것이냐에 따라 이기주의냐 아니냐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이익집단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후보전술, 지지전술 등 여러가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낙선운동 역시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후보를 선정해서 지지하는 것이니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것이냐, 내 주장이 얼마만큼 상대방한테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겁니다. 어느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한다고 표명하거나 어떤 법안을 청원하거나 할 때, 그 이유가 논리적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깁니다.

의협은 지난 2월22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졌습니다. 이렇게 이익집단의 물리적 실력행사가 정치권에 어느정도 관심을 끌고 영향력을 미칩니까?

- 정치인들은 당연히 큰 관심을 갖습니다. 크게 악 쓰는 사람한테 신경 한번 더 쓰는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인력동원 능력, 자금력만 뒷받침 된다면 집회·시위는 매우 효과적인 의견표출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이 평소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사선생님들 결의대회 말씀하셨는데요, "우리는 돈 많으니까 이렇게 실력행사 한다" 이런게 아니라 돈 없는 사람들 한테 평소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좋아보일겁니다.

의사처럼 특정 분야 전문가가 국회에 진출했을 때, 전문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정활동에 제한을 받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전문가적 무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자기는 그게 자기분야니까 아주 잘 알고 있는데, 다른 의원들은 전혀 모르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겁니다. 무능한거죠. 자신의 전문성과 보편성, 양자를 조화시키는 것은 의원 개인의 역량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보편성을 넓혀갈 것인가, 다른 의원들의 공감을 얻어낼 것인가 하는거 말이죠. 의원들 중에 그런 의원이 종종 있어요. 전문성은 인정하겠는데 공감이 안갑니다. 특히 특정 이익만을 막무가내로 대변하는 경우, 절대 공감을 얻어내지 못합니다.

의협이 특정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나설 때, 해당 의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도움이 되겠습니까, 아니면 부담스럽겠습니까?

-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냐…,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장 상황에 맞춰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니까요. 굳이 저 개인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 보건복지위원회는 비인기 상임위입니다(웃음). 처음에는 전문성이 부족해서 한 1년 정도 허덕거렸죠. 따라 잡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보건의료정책이란게 계속해서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서 진행돼 나가고 있는 것을, '이게 아니다' 싶어도 초장부터 다시 짚어나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의약분업이 그렇습니다. 분명 잘못된 제도인데 이미 큰 줄기로 형성돼 있어서…. 그럴 때마다 항상 선택의 관점은 국민이었습니다. 국민의 관점대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로비 많이 받아보셨나요? 로비를 잘하는 기술 같은게 있을까요?

- 비공식적인 로비 많이 받아봤습니다. 물론 보건복지분야에서도요. 그런데 경험해 보니까 로비라는게 국회 돌아가는 시스템을 정확히 알고, 딱 짚어서 구체화시켜야지 성공할 수 있는데, 그런면에서 좀 부족한 점들이 있더군요. 한번에 때려서 집중적인 로비를 하는 것 보다도 평소에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로비의 기술'이란 말은 이쁜 표현이 아니네요(웃음).

의원님은 2001년도에 의료보험 재정분리 법안을 제출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신지요.

- 지금도 분리운영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하나로 묶어서 전체가 멍들게 됐잖아요? 안되는데는 안되는데로 떼어서 별도 운영하는게 옳지요. 의학적으로도 병의 근원을 치유해야지 아무때나 대증요법을 쓰면 안되잖아요.

의료기관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하신 적이 있는데, 이것은 의협이 매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어떤 법안을 제출할 때 특정 집단에서 강력하게 반발 할 경우, 의원들은 대체로 어떤 태도를 취합니까?

- 영수증 발급 의무화도 국민의 관점에서 소득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의견이 서로 다르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의약분업에 대한 견해는?

- 의약분업은 일반국민에게는 실패한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그 효과가 아직도 드러난게 없습니다. 의약분업으로 국민이 부담한 비용이 얼마인지, 또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하는 아무런 통계자료가 없습니다. 이것을 평가하기 위해서 의약분업재평가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은 옳습니다.

앞으로 새로 당선될 의사 국회의원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합니다.

- 항상 객관성을 잃지 않고 국민에게 다가서는 국회의원이 되어 달라는 것입니다. 전문성에만 매몰되면 국회의원으로서, '나라 국'자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겁니다.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문성과 보편성의 획득을 다시한번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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